근골격계·신경계 질환

‘나만 아는 고통’… 바람만 불어도 칼로 베는 듯 아프다?

pulmaemi 2015. 7. 28. 14:21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척수신경자극술’ 치료 효과적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

우리 몸에 나타나는 통증은 대부분 원인을 갖고 있다. 통증 자체가 신체 안팎에 일어나는 이상을 전달하고,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라는 경고 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종 진단을 받아 봐도 도통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CRPS,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다.

CRPS(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는 극심한 통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문제는 이 통증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교통사고나 골절, 자상, 열상 등을 겪고 난 후, 그에 대한 치료가 완벽하게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위에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서초 세바른병원 신명주 대표원장은 “CRPS로 인한 통증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그 정도가 강하다. 피부가 화끈거리거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고, 심지어는 아무 자극이 없이 겨우 바람만 닿았을 뿐인데도 마치 칼로 베는 것처럼 아프다는 환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은 통증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환자는 피부색이 붉고 검게 변하기도 하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하게 되거나 오히려 감각이 저하되기도 한다. 그 밖에 근육 경련 및 경직, 부종, 체온 변화 등도 CRPS의 증상이다. 

이처럼 CRPS로 인한 증상은 다양하고, 특히 통증은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때문에 CRPS 환자들은 신체적인 고통 외에 심리적인 고통에도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약물을 복용하며 통증을 완화시키려 하지만,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탓에 약물에 대한 내성만 키우고 통증은 계속되는 환자도 적지 않다.

◇ 특별한 이유 없이 지속되는 통증 “척수신경자극술 만족도 높아”

그렇다고 CRPS를 그냥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증 치료의 마지막 단계로 일컬어지는 척수신경자극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척수신경자극술은 미세관을 통해 환자의 척추체에 가느다란 전극을 고정시킨 후, 체내(주로 등이나 배)에 ‘척수신경자극기’를 장착해 연결해주는 것이다. 

신명주 원장은 “척수신경자극기는 미세한 전기 자극을 이용하기 때문에 신경에 손상을 주지 않고, 환자의 통증에 따라 전기자극의 세기도 조절할 수 있다”면서 “전극을 삽입한 뒤에는 일정한 시간을 두고 외부 프로그래머로 자극의 세기를 설정해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일단 척추체에 고정하는 전극 자체가 길고 가느다란 관 형태인데다, 피부 바로 아래 삽입되도록 경피적 방법으로 시술하므로 환자의 신체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전기 자극은 통증이 발생하는 순간 신경에 직접 작용하므로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강도가 크게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평소 느끼던 통증의 점수가 10점 만점 기준에 8~10점까지 달하다가 치료 후에는 2~3점까지 떨어진다고 신 원장은 설명했다. 

척수신경자극술은 CRPS 외에도 적용분야가 넓다.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후에도 통증에 시달리는 척추수술 후 통증증후군, 암으로 인한 암성통증,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난치성 통증도 척수신경자극술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척수신경자극술 역시 다른 치료와 마찬가지로 증상이 나타난 뒤 빠른 시일 내에 시술을 받아야 효과가 가장 크다. 따라서 외상 후 특별한 원인 없이 심한 통증이 계속된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하고 있다.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dusdnr166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