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알코올증후군(FAS:fetal alcohol syndrome)의 잠재적 위험 집단인 한국 가임기 여성의 84.4%가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와 이화여자대학 건강과학대학 김옥수 교수 연구팀이 최근 서울 소재 가임기 여성 474명(직장여성 231명, 여대생 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가임기 여성의 음주 실태, 알코올 및 태아알코올증후군에 대한 지식 측정 연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가임기 여성 가운데 직장여성 음주율은 88.3%, 여대생 음주율은 80.7%다. 이 중 직장여성 13.9%, 여대생 9.1%가 폭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폭음 기준은 한 달에 소주 60잔 이상). 직장여성에게 폭음자가 더 많은 것은 직장 내 음주문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음주 형태는 직장여성 50%가 동료, 여대생 91.9%가 친구와 함께 마신다고 했다. 직장여성 중 혼자 술을 마시는 대상자가 없는 반면 여대생 1.2%가 혼자 술을 마신다고 응답했다.
음주 동기도 두 집단간 차이가 있었다. 직장여성들은 사교적이기 위해, 긴장 완화나 자신감을 얻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더 많았고 여대생의 경우 술 마시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료의 압력 때문에 술을 마신다'는 항목에 직장여성 59.3%, 여대생 85.2%가 '그렇다'고 응답해 강권에 못이겨 음주하는 경향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한국 가임기 여성들은 음주율이 높은 반면 술과 태아알코올증후군에 대한 지식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여성이 여대생에 비해 알코올과 FAS 지식이 더 낮음에도 불구하고 음주자, 폭음자 모두 더 많았다.
'알코올은 중독성 약물이 아니다'란 항목에 직장여성 23%, 여대생 18.4%가 '그렇다' 또는 '모른다'고 답했다. '태아알코올증후군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 있는가'란 질문에 직장여성 52.8%, 여대생 61.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임신한 여성이 마셔도 안전한 알코올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직장여성 77.3%, 여대생 81.5%가 '안됨'이라고 응답했다.
또 '임신시 음주는 태아의 영구적 뇌 손상의 주요한 위험인자인가'란 질문에 직장여성 21.4%, 여대생 19.7%가 '아니다' 혹은 '모른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직장여성과 여대생 대상으로 각각 다른 예방교육 전략이 필요하고, 음주 예방교육 후 음주 행위의 변화에 대한 연구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박경일 이사는 한국 미혼 여성의 음주율 84.4%는 캐나다 여대생(33.4%), 미국 여성(43.3%)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라고 우려했다. 박 이사는 "난소를 갖고 태어나는 여성 몸에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는 알코올이 들어가면 인체에 심각한 손상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연구를 통해 대다수 여성이 술의 해독을 모른 채 음주하는 사실을 알게 돼 안타까웠다. 다음 세대를 위해 예방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임신 기간에 모든 음주가 태아에게 손상을 주므로 음주량의 안전한 기준이란 없다. 절제회는 술을 마시지 않은 임산부에 비해 음주한 임산부의 신생아에게 문제가 생기게 될 확률은 6. 5배 높지만 임신 중 여성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태아알코올증후군을 100%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임신 중이 아니라도 알코올은 뇌세포를 파괴한다. 손상된 뇌세포 크로모소멘은 재생되지 않고 유전되므로 여성과 남성 모두 다음 세대를 위해 책임 있게 살려면 술을 금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한편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음주 실태, 알코올 및 태아알코올증후군에 대한 지식 측정 연구에 착수했으며 향후 동남아(몽골 중국 태국 일본) 대학들과 연계해 '가임기 여성의 음주 실태, 알코올 및 태아알코올증후군에 대한 지식 측정 연구'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Key Word 태아알코올증후군
임신 중 알코올에 노출된 태아가 자궁 내 성장과 발달이 저해돼 발생하는 기형,안면기형,낮은 지능지수 등의 신체 및 발달장애 증상을 말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