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사회

중앙일보를 통해 바라본 박연차 사건, 속으면 역주행 동참!

pulmaemi 2009. 4. 1. 13:33

(블로그 '우리의 세상 아름답게' / 북새통 선생 / 2009-03-31)


진실이 아닌 거짓도 박연차의 입에서 튀어나오면 국민의 기억은 쉽게 오염될 수밖에 없습니다. 장난질치기 딱 알맞습니다. 박연차 리스트라면 일부만 뽑아내서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아주 쉽습니다. 거부하는 사람에게까지 돈을 떠넘기려는 사람이었습니다. 한나라당 재정위원까지 한 사람이니 파고 들어가면 웬만한 인사들은 모두 박연차와의 인연에 걸리겠지요. 그중에 정권이 원하는 사람만 검찰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요리하면 됩니다.

 

박연차는 진실이 어떠하든 정권이 원하는 사람을 입 밖으로 읊어놓는 대신 자신을 살려달라고 거래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너무 한쪽으로만 몰아붙이면 편파성으로 인해 검찰의 수사가 탄력을 받겠습니까? 수사의 편파성을 가리고 추진력도 보탤 심산으로 한나라당 박진 의원도 소환합니다. 평소에 못마땅했던 자기편 길도 들이고 야당의 반발도 무마시키면서 편파적인 수사에 날개를 달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검찰 자신들이 정권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보험을 들어놓는 셈도 됩니다.

 

수구언론들은 옆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바람잡이 노릇을 하며 흥미를 돋우면 됩니다. 홀딱 국민들 홀려놓기 좋은 상황입니다. 그저 검찰에서 흘러나왔다고 언급하면서 오보를 내놓아도 상관없습니다. 그럴 듯하게 설을 풀어 내놓고 흥미만 돋우고 진실은 저버린 채 치고 빠지면 됩니다. 없는 사실도 올려놓고 국민의 기억에 조잡스러운 잔상만 심어놓으면 진실이 무엇이든지 상관없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중앙일보(3월 28일자)가 놓여 있길래 펼쳐 보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는 독자들에게 중앙일보는 독이겠더군요. 그날이 마침 박연차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소환되던 시기였습니다.

 

1면에서 먼저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헤드라인으로 "PK 유력자들 요즘 인사, 밤새 별일 없능교?"라면서 바람을 넣고 이목을 끕니다. 일단 관객들을 불러모아 놓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출처불명의 한 경찰간부의 "박 회장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접근하려는 간부가 있었다는 증언들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는 발언을 소개합니다. 그 밑에는 또 다른 출처불명의 지방의원이 "지난 10년간 이 지역에서 박 회장 돈을 안 받은 정치인이 없다는 소문까지 나돈다"라고 덧붙입니다.

 

즉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하는 출처불명의 뜬소리에 증언이라는 지위까지 부여하여 보도한 것입니다. 또한 박연차는 PK지역에서 40년 이상을 사업한 사람인데, 그 기간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기간으로 좁혀져 보도됩니다.

 

4면을 보면 더욱 중앙일보의 편집기술이 돋보입니다. 큰 글씨 제목은 "박연차 덫에 걸린 여의도...다음 등장인물 누구일까"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질문을 제기해 놓고 밑에는 마치 균형을 잡은 것처럼 한나라당에 대한 도표와 민주당의 도표를 양옆으로 배치해놓습니다. 그런데 유독 민주당의 도표에만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씨의 사진을 올려놓아 독자들의 눈에 확 뜨이도록 해놓습니다.

 

또한 민주당 의원들만 이름을 하나하나 나열해 놓습니다. 반면에 한나라당 도표에는 의원들의 이름은 나열되지 않고 기사와는 관계도 없이 지역에 따른 3선과 초선의 숫자비교나 하고 있습니다. 박연차 리스트에 걸려든 다음 등장인물은 누구일까라고 질문한 제목 밑에 민주당 대표 얼굴만 사진으로 등장하고 민주당 의원들 이름만 나열해 놓은 것입니다. 도표 자체의 제목도 한나라당은 권력구도고 민주당은 세력구도라고 표현해서 민주당만 세력 다툼이나 하는 집단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음으로 중앙일보가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 대해 보도한 것을 살펴보면 눈물겹습니다. 철저하게 박진 의원 편을 들어줍니다. 1면에서 나온 보도 타이틀은 "박진 박연차 대질 신문... 박의원 "돈 받은 적 없어""입니다. 돈 받은 적 없어라는 박진 의원의 말이 큰 글씨 제목으로 강조되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5면에서 박진 의원이 또 한번 등장합니다.

 

큰 제목은 "차세대 주자 박진, 정치생명 최대 위기"입니다. 그 주요 내용을 옮겨보면 "경기고, 서울대 법대, 외무고시 출신이란 배경에다 외교분야 전문성과 신사 이미지를 겸비해 한나라당의 차세대 리더군으로 분류", "손학규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시련을 겪는 듯했으나 접전 끝 3선에 성공하면서 오히려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해머를 든 야당의 격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단독 상정을 밀어붙여 여권 핵심부로부터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끌어내기도 했다" 등 입니다. 박연차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받았다는 박진 의원에 대한 기사인데, 읽어보니 오히려 박진 의원을 찬양하면서 이런 사람이 위기에 빠졌으니 구해야 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의 논조입니다.

 

드디어 최대의 코미디는 5면의 제일 위에 등장합니다. 돈 정치 혐오하는 이 대통령이 청와대 군기 잡기를 예고했다고 큰 글씨로 제목을 뽑아 놓았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확대비서관 회의 발언은 청와대 행정관과 방통위 과장이 업체 관계자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보고를 받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내부 단속을 하면서 나온 것인데 중앙일보는 이를 두고 박연차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라고 견강부회로 왜곡하였습니다.

 

한편 이 기사 오른쪽에는 뜬금없이 민주당 김효석 의원과 서갑원 의원의 사진을 올려놓아 마치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통령이 혐오한다는 돈 정치의 대상처럼 편집해 놓았습니다. 기사 안에 언급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내용을 조금 맛보면 어처구니없습니다.

 

"돈이 오가는 정치풍토에 대한 이 대통령의 뿌리깊은 반감에서 비롯됐다고 참모들은 말한다."

"돈과 계파, 보스의 눈치만 살펴야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토론문화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도 담겨 있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 때 벌어진 본인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돈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더욱 굳히게 했다고 설명하는 지인들도 있다. 이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사건에 대해 의도적으로 위반한 게 아니라 정치에 처음 나와 몰라서 저지른 내 인생 최대의 실수라면 인생 여정에 좋은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토요일의 중앙일보 6면에는 박연차와 관계없는 보도지만 한없이 실소를 자아내는 제목이 연달아 보입니다. "고위 공직자 41%가 재산 줄었다"라는 제목입니다. 언론 대부분이 고위 공직자 60%가 재산이 늘었다고 보도하는 마당에 중앙일보는 41%가 줄었다라고 제목으로 강조해서 보도합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장난으로 왜곡하는 글짓기를 아직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와 연관되어 지난날 천이백만 표를 득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 과반수에도 못 미치는 반쪽짜리 대통령이라고 보도하더니 그에 못 미친 천백사십만 표를 득표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는 과반수에 육박한 진정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고 보도하던 중앙일보의 행태가 생각나 절로 실소가 나옵니다.

 

중앙일보가 독자들을 우롱하는 것을 충분히 보았으니 본론으로 돌아와 말하자면 박연차 사건은 정권의 시녀이든 수구언론이든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거짓을 첨가해 국민의 기억을 오염시키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정권의 시녀나 수구언론이나 미디어 악법 강행과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국민 여론 조성을 위해 국민들의 기억에 심어줄 그릇된 이미지를 쉽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진실을 밝혀 법원에 죄를 묻는 것은 뒷전이고 한바탕 원하는 판을 벌려놓고 쇼하는 게 우선입니다.

 

기억은 진실과 멀어진 채 놀아나기 십상입니다. 숨은 진실보다는 떠먹여주는 장면에 반응합니다. 왜곡된 장면이 가득차면 숨어 있는 진실이 밝혀져도 차지할 자리가 없어집니다. 기억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인색합니다. 그래서 한번 잘못 세뇌되면 좀처럼 진실은 들어설 틈이 없습니다. 정권의 시녀나 수구언론이 현란하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장면에 놀아나면 진실은 단지 외딴곳에 떨어져 영원히 방랑할 뿐 기억의 주인으로 머무르는 순간은 오지 않습니다. 한번 현란한 장난질에 넘어가면 그로 인해 남아있는 거짓과 왜곡의 잔상이 진실이 비집고 들어올 공간마저 더럽혀 놓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은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70년대, 80년대 수없이 당했던 거짓과 왜곡에 이제 국민들이 얼마나 속지 않는가하는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우리의 수준이 시험에 들어간 셈입니다. 정권과 수구언론의 도마 위에 올려져 원하는 대로 요리 당할 것인지 아니면 거짓과 왜곡의 미끼에 현혹되지 않고 진리의 공간에서 자유를 누릴지 선택의 순간에 도달했습니다.

우리에게 힘은 별로 없습니다. 진실을 외치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법을 들이대어 코 꿰고 입 꿰는데 제대로 사실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정권의 시녀가 야바위꾼으로 판을 크게 벌리고 수구언론이 북 치고 장구 치며 바람잡이 노릇을 하면 누가 무슨 힘으로 거짓을 제치고 사실을 바로 세울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진실을 알릴 힘도 없는 마당에 거짓과 왜곡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수준이라면 얼마나 비참하겠습니까? 국민이 속아 넘어가 저들의 굿판이 솔찬히 재미 보면 계속 당하며 사는 것이고 80년대로의 역주행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이명박 등장에 속수무책으로 속아 넘어갈 것입니다.

 

이제 진정으로 우리의 근본적인 수준을 시험당할 위치까지 막다른 골목에 몰려 왔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성과가 결실을 맺어 우리가 제대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갈 구성원으로 성장했는지 결판 지어질 순간입니다. 드디어 역사는 국민의 수준을 철저히 그 밑바닥까지 시험할 무대 위로 대한민국을 올려놓았습니다.


※ 출처 - http://blog.daum.net/yamuzindream/698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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