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병원 여성근로자, 아이 낳아도 맡길 곳 없다

pulmaemi 2014. 11. 26. 16:33

직장어린이집 설치 안 해도 행정처분 없어

 

[메디컬투데이 우푸름 기자]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여성근로자들 사이에서 ‘임신순번제’까지 벌어지고 있는 병원. 게다가 아이를 낳아도 맡길 곳이 없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부담은 더욱 크다.  

◇ 대형병원들도 안 지키는 ‘의무’ 

지난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양승조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병원 121개 중 19%인 23곳에서 직장어린이집 의무설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미이행 병원들은 대부분 ‘재정부담’과 ‘장소확보 곤란’을 미이행 사유로 제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 미이행 병원에는 대구가톨릭의료원, 동국대학교의료원(경주), 명지병원, 차의과대학교분당차병원 등이 속했으며 공공의료기관인 화순전남대학교병원과 지방 의료원인 군산의료원, 청주의료원이 포함돼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은희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립대병원 내 어린이집 설치가 지지부진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중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대상 사업장은 모두 13곳이었으며 이 중 어린이집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4곳, 보육시설에 위탁(경북대병원)하거나 보육수당을 지급(전북대병원)해 법령을 준수하고 있는 곳은 각각 한 곳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장은 ▲충북대병원 ▲경북대병원 ▲경상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북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남대병원 등이었다.

이들 병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 이후에도 올해까지 아무런 개선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은 6개월 이상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명단이 공표된다. 그러나 설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특별한 행정적 처분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양승조 의원은 “명단을 공표하는 것 이외에는 의무 불이행 사업장에 대한 행정처분이 없어 의무 미이행 사업장이 언제든지 늘어날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 출산율 제고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는 직장어린이집 시설 확대를 위해 의무대상 사업장 기준을 대폭 낮추는 것과 더불어 직장어린이집 설치비 및 운영비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무 미이행 사업장, 보육수당도 ‘없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영유아보육법령’은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는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설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보육 수당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서비스를 대체해야 한다.

그러나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병원 세 곳(▲화순전남대병원 ▲차의과대학분당차병원 ▲명지병원)에 문의해 본 결과 보육수당을 따로 지급하고 있는 병원은 없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광주전남대병원과 어린이집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이었고, 차의과대학분당차병원은 어린이집 부지를 찾고 있으나 선정이 어려워 위탁운영을 할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명지병원 역시 부지선정을 위해 물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 윤은정 정책부장은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어려운 이유로 ▲부지선정의 어려움 ▲재정부담 ▲수용인원 부족을 제시했다. 특히 병원 내 여성근로자들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에 윤 정책부장은 “보건노조는 현재 사회복지기관을 공동보육시설로 운영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며 “시설운영비를 병원에서 어느 정도 지원하면서 사회복지기관을 공동보육시설로 운영하면 부지선정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고 비용부담도 줄어들어 효율적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오는 2016년부터 이행강제금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메디컬투데이 우푸름 기자(pureum@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