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통상국가

하나에 엔진으로 난기류에 직면한 세계 경제

pulmaemi 2014. 11. 8. 13:09

세계 경제는 비행기와 같다. 모든 엔진이 작동해야 이륙이 가능하고 구름과 폭풍을 헤쳐 나갈 수 있다. 문제는 지금 엔진 네 개 중에 한 개만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앵글로스피어(미국과 사촌 나라 영국)만 말이다.

두 번째 엔진인 유럽은 2008년 후, 무기력하게 재출발을 시도하다 현재는 거의 멈췄다. 사실 큰 사건 하나만 터져도 유럽은 디플레이션과 불황에 빠질 수 있다.

세 번째 엔진인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간의 경기/통화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일본이란 항공기의 연료는 바닥이 난 듯싶다.

마지막 엔진인 신흥시장의 열기도 식고 있는데 지난 10여년 동안 누린 혜택, 즉 중국의 엄청난 성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사실상 제로(0) 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활발한 원자재 거래에 더 이상 기댈 수 없게 되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엔진으로 얼마나 더 운항할 수 있을지, 아니 운항 자체가 가능한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취약한 경제는 달러의 강세로 이어지는데, 그 결과 미국 경제마저 부진에 빠질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경제가 더 어려워질수록 달러는 더 치솟을 것이고 아무리 미국 내수가 튼튼하다고 다른 나라의 불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유가 하락이 제조업체나 가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에너지 수출국가들과 그 국가들의 소비에는 큰 타격을 입힌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과 동시에 유럽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 신흥국가의 소비 위축도 유가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그런데 지속적인 저유가는 신규 시설 투자 축소를 초래하고 더 나아가 전세계 수요를 악화시킨다.

이 와중에 시장의 변동성은 계속 커졌고, 조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전체 경제에 타격이 될 수 있는 뉴스가 오히려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신속한 정부 대책으로 자산 가치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체 경제에 안 좋은 뉴스가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는데, 정부 대책 역시 관성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실 유럽중앙은행은 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얼마나 더 매입해 경제를 지탱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올해 말 소비세 인상이 성장을 저해할 것이고 내년에 예정된 세금 인상도 같은 결과를 빚을 것으로 판단해서인지, 최근 양적완화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유로존의 수요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부양책 시행을 계속 미루고 있으며, 일본은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소비세 인상으로 경제 불안을 자초하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미국 연준은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취하고 있고, 시장의 기대보다 더 빨리 기준금리를 높일 낌새를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가 폭풍에서 완전히 탈출할 때까지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보류하지 않는다면 여러 나라의 경제가 아예 이륙하지도 못할 것이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상, 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되면 정책의 고착상태는 악화할 것이다. 지난해처럼 정부의 폐쇄로 이어질 수 있는 재정 분쟁과 기술적인 국가부도 사태의 위험 또한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정책의 교착상태로 인해 미국 경제 성장을 위한 구조적 개혁은 어려워질 것이다.

또 대부분 신흥국가도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중에 브라질과 러시아 그리고 남아공, 이 세 국가는 불황에 가까이 와있다. 가장 큰 중국은 지금은 7%대의 경제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지만 구조적인 둔화로 다음 2년 동안 5%대를 유지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것이다.

그뿐 아니다.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까지는 중국이 소비 위주의 경제로 전환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착륙까지는 아니지만 경제 난기류를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붕괴 가능성이 아직까지는 그리 높지 않다. 선진국들의 단계적인 부채 감소, 재정난의 미미한 영향, 유연한 통화정책, 그리고 통화 재팽창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도 여러 신흥국이 견실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양호한 경제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발전을 위해 구조 개혁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잠재 성장률을 앞서는 미국의 성장세도 세계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현재로는 말이다.

앞으로가 관건이다. 선진국의 국가부채와 개인부채는 계속 늘고 있는데 언젠가는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이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사회적 불평등 때문에 더 많은 부가 재산을 쌓아놓는 경향이 있는 부자와 기업에 몰리고 있으며, 자본 집약적이고 노동 절약적인 기술 혁신으로 불평등 문제는 더 악화하고 있다.

높은 부채와 악화하는 불평등은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침체는 정치적으로 구조 개혁을 실행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유럽을 비롯해 미국과 아시아에서까지 목격되고 있는 국수주의 부상, 포퓰리즘, 이민배척 성향은 자유시장과 노동자의 이주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세계 경제를 더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실물경제를 부양하는 대신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것은 부자들의 자산 상승만을 불러온다. 현재 통화 팽창은 자산가격의 거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이 거품 붕괴를 막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맹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각 지역의 문제, 즉 중동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홍콩의 시위 사태, 중국과 인접 국가들의 영토 문제, 또 에볼라 감염과 기후 변화 문제들이 세계 경제에는 아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는 엔진 하나로 날고 있다. 폭풍에 맞서 조종사는 운항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객실 여기저기선 승객들끼리 싸우고 있다. 지상의 비상대비팀이 너무나 절실한 순간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 실린 'The Global Economy Is Flying on one Engine -- But There Is Turbulence Ahead' 를 번역한 것입니다. 

 누리엘 루비니 ·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