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통상국가

마크 안드레센에게 보내는 편지, “문제는 로봇이 아니라 당신같은 자본가에요.”

pulmaemi 2014. 7. 17. 11:49

(역자 주: 마크 안드레센은 넷츠케이프 창업 이후 자신의 벤처캐피탈 회사 안드레센 호로비츠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투자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블로그 pmarca에 통찰력 있는 글을 올리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얼마 전 올라온 ‘저는 로봇이 모든 직업을 없앨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라는 글은 뉴스페퍼민트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마크 안드레센의 로봇 낙관론은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아래 소개글은 한 개인 블로그에 올라온 반박글로 비지니스 위크 등 주요 언론 매체에서도 다루었습니다.)

마크에게,

저는 당신이 만든 넷츠케이프를 쓰며 당신을 존경하며 자라난 사람입니다. 그러나 얼마 전 로봇을 보며 미래를 예측한 글에는 반박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은 모두가 로봇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아니요, 모두가 걱정하는 건 당신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과 같이 정치 경제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본가들이죠. 매우 소수의 사람들이 부와 권력을 통제하는 게 겁이 나는 겁니다. 성장, 테크 옹호론자 대 러다이트가 싸우고 있다는 흑백논리는 틀렸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기술의 발전에는 긍정적이지만, 고용안정성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밀턴 프리드만을 인용하며 이런 말을 하죠.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려 기술의 도입을 늦추면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는 권리와 삶의 질 향상에 제약을 가할 뿐이다” 그러나 최근 일어나는 일련의 노동 활동은 기술의 도입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는 겁니다. 우버에 반대하는 택시 기사들은 앱을 깔지 말라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임금과 노동 조건을 개선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이지 기술이 아닙니다.

당신은 “자본과 노동력이 빠르게 재분배될 수 있도록 시장이 결정하게 하라.”고도 했죠.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산업을 키웠죠. 그 결과가 어땠습니까? 전 세계 불황, 구조적인 실업 문제, 자본의 최상위층 집중 현상… 지금 자본은 세금 걷기 어렵고 최고소득층은 규제하기 어려운 쪽으로 “빠르게 재분배”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결정하게 하라고요? 이건 이미 상위 1% 를 제외하고 모두에게 실패한 실험입니다.

“모든 소비자가 스마트폰, 타블렛, PC를 가지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세상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마르크스는 일전에 생산의 수단을 “소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죠. 공장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부자가 되지 않습니다. 공장주가 돈을 벌죠.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폰을 내 손에 들고 있을지 몰라도, 안에 있는 소프트웨어, 특허, 앱마켓을 관리하는 건 애플입니다. 애플이 내가 등록한 앱을 거절하면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죠. “앱 경제”에서 부자가 되는 건 애플과 구글 뿐입니다. 투자자는 숫자는 줄고 그 소수의 영향력과 부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죠. 마르크스 표현으로 돌아와, “지금 로봇을 소유한 게 누구입니까?”

당신은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여 기술 발전의 소용돌이에서 직업을 잃은 사람도 가족들에게 기본적인 삶의 기반은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죠. 여기까지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기술과 생산성 향상이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쉽게 해줄 거라는 부분은 또 무슨 이야기입니까? 우리가 집단으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돈을 내지 않으면 기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당신과 같이 똑똑하고 야심찬 사람들이 테크 유토피아를 꿈꾸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건강보험, 더 좋은 교육,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돈을 내지 않는 이상 그런 아름다운 미래는 절대로 알아서 우리 앞에 펼쳐지지는 않을 겁니다. (a13x, 개인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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