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2억원을 돌파했다. 불과 10년전인 2006년에는 1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10년동안 소득이 두배로 늘어난 시민들의 숫자는 극히 소수일 것이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무려 3억 5420만원이다. 10년 동안 아파트 매매가격은 34% 올랐는데 전세가격은 그보다 무려 3배가 더 오른 것이다.(아파트 전세값 오름폭, 매매가 상승률의 3배 '이상한 시장'). 서울 같은 경우 어지간한 아파트 월세가 100만원은 한다.
이제 서울에서 그것도 아파트에서 살려면 방법이 세가지밖에 없다. 빚을 내 집을 사거나, 빚을 내 전세를 살거나, 빚을 내 월세를 살거나. 물론 당신이 아주 부자거나, 당신의 부모가 부자라면 사정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불행히도 부자 아빠를 두지 못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빚더미 위에 앉아 삶을 연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 밖으로 나가 사는 방법도 있지만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도라고 해서 사정이 녹록지는 않다. 서울에 살던 전세난민들이 경기도로 몰려들면서 경기도의 아파트 전셋값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일종의 풍선효과인데, 경기도의 아파트 평균 전세값은 2억1145만원이다.
물론 지금의 극심한 전세난이 정부의 탓만은 아니다. 지금의 전세난은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즉 전세 시장의 수요(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사라져 임대차 시장으로 들어오는 수요는 과거에 비해 증가)에 비해 공급(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존재했던 제도인 전세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의 소멸과 저금리 기조 유지로 빠르게 월세로 전환,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동시다발적 도심 재생사업으로 기존 도심주택들이 대규모로 멸실, 공공 임대주택 물량의 급격한 감소 등)이 적기 때문에 심각한 전세난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조짐을 보여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너무나 분명해진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정부는 집값 떠받치기에 사용가능한 모든 정책수단들을 동원하고 있다. 전세난이 완화되면 집값 떠받치기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정부는 실효성 있는 전세대책 마련에는 관심이 통 없어 보인다. 그 와중에 중산층과 서민들은 죽을 지경이다.
정부가 모든 문제를, 그것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정부도 정보의 한계와 판단의 잘못, 예산의 제약 등의 여러 요인에 의해 다양한 문제의 해결에 실패한다. 하지만 정부가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었고, 동원가능한 정책수단들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정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지금 고통받고 있는 전세대란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다. 만약 전임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투입했다는 22조원의 재정을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확보에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현재와 같은 지독한 전세대란은 없었을 것이다.
전세대란의 경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선거를 통해 어떤 정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결정된다. 정치와 선거는 가장 큰 틀에서, 그리고 가장 미시적인 영역에서 우리 인생을 규정짓는다. 이런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정치와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삶이 나아진다.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영원히 고통당하게 된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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