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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억대 연봉 강사 최진기씨가 말하는 '한국의 사교육'

pulmaemi 2009. 3. 31. 12:17

사회탐구 영역을 가르치며 사교육 시장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최진기 강사.
ⓒ 박상규
최진기


사교육이 판치는 시대의 바람에 제대로 올라탄 것일까. 아니면 한때 변혁 운동에 뛰어들었던 386세대의 화려한 변신일까. 그것도 아니면, '쥐박이'와 케인스, 그리고 강만수와 환율을 짧은 시간에 엮어서 이야기하는 그는 1980년대가 낳은 '괴물'일까?

사교육 시장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 강사' 최진기(43·사회탐구 영역)씨를 만난 뒤 이런 의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수만 명의 학생들이 지켜보는 인터넷 강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종종 '쥐박이'라 부르며 정부의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던 최 강사는 역시 달변가였다.

한국 부동산 거품 붕괴 경고부터 사교육 시장의 문제점까지, 그는 쉼 없이 이야기했다. '말발' 하나로만 따지면 그는 충분히 억대 연봉을 받을 만했다. 물론 그 '말발'의 밑바탕에는 1980년대 이른바 '비밀 학습'을 제대로 받은 것이 분명한 내공이 깔려 있다.

3월의 봄 햇살이 더없이 좋았던 3월 말 서울 양평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도로변에 위치한 허름한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니 벽에 걸려 있는 커다란 체 게바라 사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사교육으로 억대의 돈을 벌어들이는 이의 사무실에서 체 게바라의 얼굴을 만나다니. 자세히 보니 그의 목에도 역시 체 게바라 얼굴이 새겨진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체 게바라 좋아하는 386 출신 억대 연봉 사교육 강사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며 이건 도대체 뭔가 싶을 때, 예의 그 간결하고 명료한 대답이 나왔다.

"그냥 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에요. 그리고 솔직히 '간지'(感じ) 나잖아요(느낌이 오잖아요)."

최진기 강사가 사교육 시장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작년 촛불 정국 때 있었던 그의 인터넷 강의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7월 9일자 강의 '현 정부의 환율방어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경제를 설명했다. 이 강의 동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 공간 곳곳으로 퍼졌다. 여기에 담긴 최 강사의 단순 명료한 이야기는 대중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
강의 동영상 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강만수를 내치지 않는 이유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이 대통령이 그를 소망교회에서 만났거든요."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하자마자 51개 생필품 물가 관리하겠다고 했잖아요. 1960년대처럼 51개 집중관리 대상 정한 그 '쥐박이' 물가지수. 그거 다 허구예요. 그 물가 관리 하겠다면서 고환율정책 썼잖아요. 이거 국민 기만하는 거예요. 이 대통령이 일부러 그랬다고 보지 않아요. 경제를 보는 그런 눈도 없을 겁니다. 그냥 대운하 파겠다는 생각이나 하지."

흡사 가수 '김C'를 닮은 듯한 그는 겁 없이(?) 이런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이제 그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에서도 경제 특강을 하는 사교육 강사가 됐다. 그리고 그는 대안학교를 열 준비를 하고 있고, '대중과 함께 하는 경제연구소(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체 게바라를 좋아하는 386운동권 출신의 억대 연봉 사교육 강사가 대안학교와 경제연구소를 열겠다는 것이다. 조금 황당한가, 아니면 놀라운가. 어쨌든 그는 우리 시대가 잉태하고 낳은 주요 인물임은 분명하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분명 사회 지도층이나 원로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흥미롭게 들어볼 대목들은 있다. 다소 길지만 일독을 권한다.

"반성하지 않는 386들은 '대치동 권력'에 편승했다"

ⓒ 박상규
사교육

- 전형적인 386 출신인데, 어떤 계기로 사교육에 뛰어들었나.

"대학원 공부를 마친 뒤 1995년 증권회사에 입사해 IMF 직전까지 다녔다. 잠깐 벤처 기업을 공동 경영했는데, IMF를 버티지 못하고 쫄딱 망했다. 그 후 당구장, 차량 운전, 술집 등 별 거 다 해보다가 우연한 계기로 학원에 들어왔다.

학원 강사들은 '출신 성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나처럼 대학 운동권 출신으로 사회에서 사업하다가 어려워져서 학원으로 밀려 나온 경우가 있고, 학교 교사였으나 여러 조건이 사교육만 못하다고 판단해 뛰쳐나온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대학생 때 많은 과외를 하며 부를 경험한 뒤 아예 처음부터 이쪽으로 방향을 튼 이들도 많다."

- 사회를 바꾸려 했던 운동권 출신인데, 사교육을 하며 가치관 충돌 같은 건 없었나.
"왜 없겠나. 문제는 사교육계에 가치관의 충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운동할 때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자유 아니었나. 그런데, 모 대학 운동권 출신들이 모여 만든 강남의 A학원을 봐라.

그들이 성공한 방식? 아주 간단하다. 학생들 새벽 6시에 나오게 해서 밤 12시까지 공부시킨다. 대학 다닐 때는 자유를 외치며 운동하다가 지금은 중고생들 자유를 강탈해 자신들 부를 축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별다른 문제의식도 없다.

386 출신들은 우석훈 박사가 말한 '대치동 권력'의 앞잡이가 된 경우가 많다. 나에게 '당신은 예외냐?'로 물으면, 나도 좀 걸리는 부분이 있다. 어쨌든 전형적인 대치동 권력에 편승한 386들이 꽤 많다."

"미네르바 구속 이후 자기 검열... '쥐박이' 안 써"
- 386들의 대체적인 경향 말고, 본인의 생각을 물었는데···.
"내적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사실 성공하기 전엔 먹고살기 힘들었다. 작년 6월까지 약 9년 동안 신용불량자로 살았는데, 그때 지인들과 연락도 못했다. 먹고살기 힘들면 다 똑같지 않나. 대학 다닐 때 야학을 했다. 어쨌든 지금은 공동체적인 대안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곧 준비모임이 생긴다."

- 사교육 강사가 갑자기 웬 대안학교인가.
"기존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에서 이탈한 아이들을 위한 곳이거나, 돈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귀족학교 형태였다. 수도권의 A대안학교를 봐라. 운동권 출신들 자제들이 모여서 또 다른 '귀족학교' '대안 엘리트학교'가 되지 않았나.

나는 일반 대중을 위한 새로운 모델의 학교를 구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 중고교 시절에는 공부 잘한다. 학교,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시키니까 '학습기계'가 되는 것뿐이다. 스스로 독서를 하거나 공부하는 습관을 몸에 붙이지 못한다. 경쟁을 벗어나 자신이 진짜 원하는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 작년 촛불 정국 때 환율방어에 관한 인터넷 강의가 화제였다. 그 강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압력은 없었나.
"압력 같은 건 없었다. 다만 미네르바 구속 이후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자기 정화, 혹은 자기 검열 같은 걸 하게 된다. 이젠 '쥐박이' 뭐 그런 말은 강의에서 안 한다.(웃음)"

- 그때 명쾌한 경제 강의였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사실 그게 별 이야기는 아니고, 간단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학에서 이름 날리는 우석훈, 장하준 교수 등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미국 주류경제학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의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를 파악하는 데 미국 주류경제학은 굉장히 취약하다. 미국 주류경제학을 벗어나 기초적인 경제학 지식과 실물경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이 있으면, 그 당시의 환율방어 문제점과 주가 2000이 거품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부동산 거품 100% 꺼진다"

- 고려대 사회학과에서 공부했는데, 정작 시민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건 경제 강의였다.
"학교 다닐 땐 열혈 운동권이었고, 대학원에서 자본론 강독 등을 공부했는데 그때부터 경제학에 눈을 떴다. 실물경제는 증권사에서 일할 때 배웠다. 조만간 '대중과 함께하는 경제연구소'를 만들 계획이다. 이 연구소를 통해 본격적인 출간 작업을 할 생각이다.

내 강점은 세 가지다. 우선, 경제학의 본질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는 기본 지식이 있다. 이야기했듯이 증권사에서 실물경제도 배웠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강의를 많이 해봐서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안다. 물론 내가 경제학을 깊이 아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를 깊이 알아도 대중에게 전달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 비하면 큰 강점이다."

- 당시 경제 상황을 굉장히 비관적으로 봤다.
"거품이 꺼질 수밖에 없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미국 같이 거대한 경제 규모의 나라에서 5%씩 4년을 성장한다? 그건 그냥 거품이다. 한 1.5% 성장해야 정상이다."

- 한국도 곧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란 경고가 많이 나온다.
"그동안 주요 부동산 매입 세대는 베이비 붐 세대, 즉 1953년생부터 1963년생 정도까지였다. 이들이 40~50대가 됐을 땐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발생했다. 보통 40대 초반부터 50대로 넘어갈 때까지 아파트를 넓히지 않나. 하지만 이들이 60대 넘어가면 자식들과 분가하고 평수를 줄인다.

그러면 신규 수요자가 새롭게 발생해야 하는데 지금 20~30대들은 집을 살 수가 없다. '88만원세대' 아닌가. 독자적인 수요능력이 없다. 이건 큰 문제다. 게다가 2020년부터 우리나라 인구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인 수요가 뒷받침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 총자산의 85%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진국은 40~60% 정도다. 그동안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있었다. 왜? 우린 디플레이션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렇다. 늘 인플레이션만 경험했다.

디플레이션, 이게 참 무섭다. 이거 한 방 맞으면 부채와 부동산 많은 사람들은 다 몰락한다. 서구 유럽은 이걸 경험해 봤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인구가 많아서 부동산이 비싸고 계속 오른다? 이건 경제학의 ABC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부채는 대개 부동산 부채다. 현재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들어갔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하는데, 환율이 올라서 물가가 버티고 있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더 나쁜 상황이다. 디플레이션 올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양도세 등을 완화하고 있으니, 정말 어처구니없다. 그렇게 해봤자, (아파트) 매물만 더 늘어난다. 그런데 요즘 누가 아파트 사나. 이명박 정부는 거품을 더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 박상규
최진기


"부동산·부채 줄여야... 대중 위한 경제학 개설서 내겠다"

- 결국 돈 있는 자산가들도 경제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는 말인가.
"사실 IMF 때 부자들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번 경제 위기는 부유층과 가난한 사람 모두 덮치고 있다. 부유층도 거의 패닉 상태다. 예를 들어, 50억 원대 자산가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의 재산 중 40억 원은 부동산에 묶여 있고, 10억 원은 펀드였다. 즉 50억 원대 부자라 해도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은 1~2억 수준이다. 그런데 어떻게 됐나. 부동산은 안 팔리거나 값이 떨어지고, 펀드는 반 토막 나지 않았나."

- 그러면 '대중경제연구소'는 갑자기 왜 만들려 하나.
"경제학을 모르면 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사실 고도 성장기에는 경제를 몰라도 괜찮았다. 예전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나 <10억 만들기> 등만 읽으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읽어서는 현재의 위기를 누구도 돌파할 수 없다.

경제학을 알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구는 커졌는데, 우리 교육 시스템에서 그걸 채워 주지 못한다. 또 학자들의 학문적인 고담준론으로 대중의 욕구를 해소시킬 수 없다. 나는 누구를 돕겠다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연구소를 열려는 것이다."

- 경제에 대한 대중의 욕구가 생겼다고 했는데, 요즘 같은 불황기에 대중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답은 이미 나왔다. 부채와 부동산을 줄이는 길밖에 없다.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라. 생존부터 해야 한다. 작년에 동창들을 만났는데, 전부 아파트 이야기를 하더라. 내 동창만이 아니라 전부 그렇지 않았나. 정말 거품이다. 그 시간에 자기 일에 투자를 해야 한다."

- 미네르바처럼 대중적 글쓰기를 할 생각도 있나.
"4월이면 내가 쓴 경제학 원론을 다룬 책이 나온다. 경제 전공자들은 <맨큐의 경제학>을 많이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들고 있는 사례는 거의 미국이고 또 신자유주의적이다. 그렇다고 대중이 폴 크루그먼(2008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글을 읽을 수는 없지 않나.

실제 우리 옆에 있는 소재를 중심으로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제학 개설서라고 보면 된다. 이걸 시작으로 주식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 등을 낼 예정이다. 대박을 향한 투자? 이젠 그런 건 불가능하다. 목표가 바뀌어야 한다. 이젠 부자를 향한 경제학이 아닌, 어떻게 하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나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내 강의 뒷받침 팀원만 10명... 공교육이 어떻게 이기나"

- 교육 이야기를 해보자. 사교육은 계속 팽창하고, 공교육 붕괴 우려 목소리는 계속 커지고 있다.
"공교육은 사교육을 절대 이길 수 없다. 나를 봐라. 교재 편집하는 사람만 2~3명이고, 강의 보조하는 사람만 2~3명, 앉아서 교재 연구하는 사람만 2~3명이 있다. 나는 이렇게 조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학교 교사는 혼자가 아닌가. 혼자 연구하고, 아이들 돌보고, 각종 공문서 처리하면서 어떻게 내 강의를 따라잡을 수 있겠나.

공교육이 사교육을 따라잡으려 하면 안 된다. 서로 추구하는 목표가 달라져야 한다. 학교는 전인교육을 시키는 곳 아닌가. 하지만 최근 정부가 공교육 모범 사례로 뽑은 걸 봐라. 사교육 없이 명문대 많이 보낸 학교를 예로 들었더라. 이게 말이 되나. 학벌 없애자면서 오히려 학벌 사회를 더 조장하고 있다."



- 사교육이 지나치게 성장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최근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 자본화되는 것이다. 사교육 업체 '메가스터디'가 주식 시장에 상장이 되지 않았나. 교육을 상장시키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 회사가 교육의 논리로 움직이겠나,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겠나."

- 본인도 메가스터디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지 않나. 또 사교육의 이윤 추구는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래도 상장은 안 된다. 교육 주체인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의 존립 근거가 매우 희박해진다. 아무리 사교육이지만, 교육을 시장에서 매매하겠다? 자본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사교육업체가 존재하면 사교육의 자기 정화 능력은 사라지게 된다."

- 본인이 현재 몸담고 있는데, 사교육에는 어떤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나.
"당연히 규제는 있어야 한다. 교육은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데, 모든 걸 자본의 논리에 맡길 수 없지 않나. 학벌 사회 개혁, 뭐 이런 거시적 담론보다는 현실적인 것부터 이야기하자. 공교육은 0교시와 야간 자율학습 없애고, 사교육은 밤 10시 이후 수업을 없애야 한다.

아이들을 좀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17살 김모양의 일과를 보라.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 밥 못 먹고 졸린 눈 비비며 7시에 등교해 학교에서 졸다가 밤늦게 학원에 온다. 이들을 구출해야 한다."

- 어쨌든 현 정부 들어 사교육 의존도가 더 높아진 것 같다.
"공교육에 비해 사교육 수준이 높은 건 아니다. 평균 수준은 공교육이 당연히 높다. 임용고시에 합격하는 게 얼마나 힘든가. 그에 반해, 학원 강사는 누구나 쉽게 하지 않나. 다만, 일부 유명 강사들 때문에 사교육 수준이 엄청 높아 보이는 것이다.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경제적 이득이든 뭐든 득을 많이 봤을 것 같다.
"사실 사교육은 국가의 도움 없이는 안 된다. 7차 교육과정 개편에서 사회탐구 영역이 11과목으로 나눠지면서 전문화가 됐다. 그래서 내가 떴다. 그렇지만 내일 당장 수능에서 사탐(사회탐구)을 뺀다고 하면 바로 망한다. 국가가 한 방에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사교육을 상장하다니... 이젠 대입은 초·중에서 결정돼"

- 이명박 정부 들어 공교육의 변화가 크다. 사교육은 어떻게 재편될 것으로 보나.
"이제 대입이 중요한 게 아니다. 대입 사교육 시장은 앞으로 줄어든다. 이제 커지는 건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교육 시장이다. 아이들 대학 진학이 고교시절이 아닌,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때 결정되기 때문이다.

내가 고려대 사회학과 다닐 때 정원 80명 중 강남 8학군 출신은 10명이 안 됐다. 지방 학생들이 50%가 넘었는데, 이제 대부분이 강남 출신이다. 그럼 고려대 사회학과 들어오는 건 언제 결정되느냐고? 고3 때가 아닌 중학교 때 결정된다. 공정택 교육감 당선된 뒤 논란이 어디서 벌어졌는지 잘 봐라. 대입 제도가 아닌 초등학교 일제고사와 국제중에서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나.

예전엔 고3 학생이 있는 가정은 식구들 모두 고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고3 학생 있는 가정 7할은 대입을 거의 포기한다. 어차피 공부시켜봤자 좋은 대학 못 가니까. 부모들이 희망을 가지는 시점이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으로 내려갔는데, 이건 정말 비참한 상황이다.

두고 봐라. 앞으로 나라 교육 정책이 이대로 계속되면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상의 사교육 시장이 엄청나게 팽창할 것이다. 메가스터디보다 더 큰 초중 입시 학원이 생길 수도 있다."

최진기 강사 사무실엔 체 게바라 사진이 걸려있다.
ⓒ 박상규
최진기

- 고교등급제는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당연하다. 그게 바로 대치동 권력이다. 대치동 권력이 사법부도 장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조인들 대부분 서초동을 비롯한 강남에 살지 않나. 그들의 자식들은 대치동 유명입시 학원에 다니고 있고. 작년 서울 교육감 선거를 봐라. 주경복 후보가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이겼는데, 대치동 등 강남에서 공정택 현 교육감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역전돼 지지 않았나. 이게 바로 대치동 권력이다."

- 사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사교육을 비판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조차 정작 자기 자식들은 '어쩔 수 없다'며 학원에 보낸다.
"사교육에 대한 담론부터 형성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사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그에 대한 담론은 형성되지 못했다. 결국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사교육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나. <100분 토론> 같은 곳에서 수없이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

사교육은 무조건 나쁘다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학벌 사회를 없애지 못하는 이상 사교육을 어떻게 정리하겠나. 사교육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하는지, 그리고 공교육과 어떻게 조화시킬지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7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