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택배기사에게 산재보험은 ‘빛 좋은 개살구?’

pulmaemi 2014. 9. 29. 10:07
‘특수고용노동자’ 위한 ‘산재보험법’ 통과되나

 

[메디컬투데이 우푸름 기자]

우리에게 친숙한 택배기사와 퀵서비스기사. 이들은 모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이들 대부분 산업재해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일을 하다가 다쳐도 본인부담으로 치료해야 한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에게는 다치는 것조차 사치다. 

◇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적용률 10.37%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따르면 택배기사나 퀵서비스기사는 교통사고 피해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 중에서도 퀵서비스기사의 오토바이 사고가 단연 높다. 택배기사의 경우에는 무거운 짐을 나르다보니 허리와 목, 어깨에 손상이 많이 가는데 5년에서 10년 정도 일을 하다보면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한 하루 8시간이상 도로 위 배기가스에 노출되어 호흡기 질환 유발 가능성도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 ▲레미콘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산재보험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산재보험 적용 현황(2013년 2월 기준)’을 보면 실제 6개 직종 평균 산재보험 적용률은 10.37%에 그친다.

이러한 이유는 노동자가 본인의 선택으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했거나 기업의 요구로 산재보험을 포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국회입법조사처가 201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적용제외 신청자 중 회사의 요구 등에 적용제외 신청을 했다는 응답자는 54.4%, 스스로 신청했다는 응답자가 42.1%로 조사됐다. 

또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산재보험 적용률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종사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 부담을 의식한 일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공단에 적용제외를 신청하고, 사용자도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용제외 신청을 유도 또는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1년간 발 묶인 법안, 시동 걸리나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5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최봉홍 의원(새누리당)은 택배기사를 비롯한 6개 직종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사유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보험설계사는 이미 기업에서 100% 부담하는 ‘단체보험’에 가입돼 있는 상황에서 기업과 근로자가 50%씩 부담하는 ‘산재보험’을 강요하는 것은 이중부담을 안겨주는 격이라는 것.

법안이 법사위 심사에 묶여있자 지난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월권적 심사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법제사법위원회의 월권 금지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최봉홍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2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이 통과가 됐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현재 여야 정책위의장들이 의견을 모았고, 앞으로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년 동안 발목 잡혀 있던 법안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는 법안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공공운수노조 이태영 정책국장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말 자체가 문제다. 그들은 ‘노동자’가 분명한데 ‘특수고용’이라는 말이 붙어 권리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된다는 점에 대해 환영하지만 실제 노동자들에게 실효성이 발휘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국장에 따르면 산업, 노동의 특성상 정형화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일을 하기 위해 권리를 포기해야한다. 이들은 권리를 주장하면 채용이 어렵기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제외 사유가 강화된다고 해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태영 국장은 “많은 노동자들을 만나봤는데 산재보험법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지만 그로인해 입을 경제적 타격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있다”며 “낮은 급여로 생활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생활고와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산재보험 적용의 적극적 확대와 기본방침을 변경하지 않는 한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우푸름 기자(pureum@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