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중국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확정, 한국은 노예근로자 양산

pulmaemi 2014. 7. 15. 16:37

[홍헌호 칼럼] 노동유연성 높이는 독일 하르츠법이 성공? 재계 주장 근거 약해

 

미디어 오늘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

 

1. 지난 1일 고용노동부가 대기업의 고용형태 공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고용형태 공시제도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고용형태 공시제도는 2012년 12월 국회가 고용정책기본법을 개정함에 따라 올해 처음 시행되었는데요. 이 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30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매년 근로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여야 합니다. 또 이 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시해야 하는 고용형태는 크게 네 가지인데요.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 무기계약직 등), 기간제 근로자, 기타 근로자(일일 근로자, 재택 근로자 등), 소속외 근로자(파견, 사내하도급, 용역 등)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2. 고용노동부가 지난 1일 공개한 대기업 고용형태 공시 결과에 대해 간략히 요약해 주시죠.


⇒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 고용형태 공시 대상 2,947곳 중에서 2,942개가 공시를 완료했습니다. 공개율은 99.8%입니다. 그 세부 내용을 보면 이들 기업의 전체 근로자 중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비중은 62.7%였고,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15.5%였으며, 기타 근로자 비중은 1.7%, 소속외 근로자 비중은 20.1%였습니다. 이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별해 보면 정규직이 62.7%, 비정규직이 37.3%였습니다.

3. 주요 선진국들의 기간제 근로자와 간접고용 근로자 비중은 어느 정도 되나요?

⇒ 장신철 전 주OECD 대표부 노무관이 2009년 내놓은 보고서, ‘프랑스의 비정규직’에 따르면 2007년 프랑스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9.4%, 간접고용(파견, 사내하도급, 용역 등) 근로자 비중은 2.4%였습니다. 또 정원호 경기도교육연구원장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 ‘독일 고용기적의 메커니즘’에 따르면 2010년 독일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9.6%, 간접고용 근로자 비중은 2.3%였습니다. 또 정영훈 서울대 교수가 2012년에 내놓은 보고서, ‘일본의 사내하도급·파견 현황과 제도’에 따르면 일본의 파견근로자 수는 모두 145만명으로 전체 근로자 5463만명 중 2.67%였습니다.

4. 혹시 고용형태를 공시한 대기업 중에서 정규직 근로자가 전혀 없는 기업도 있었나요?

⇒ 놀랍게도 이들 대기업들 중에서 정규직 근로자가 전혀 없는 기업이 26개나 되었습니다. 또 정규직이 5인 이하인 대기업이 76개나 되었고, 10인 이하인 대기업은 176개, 20인 이하인 대기업은 269개였습니다. 정규직 근로자 비중을 따져보면 그 비중이 1% 이하인 대기업은 65개였고, 2% 이하는 174개, 5% 이

   
 

16. 재계와 일부 보수언론들은 독일이 2003년 노동 유연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하르츠법을 시행한 이후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는데요. 사실인가요?

⇒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2003년과 2009년 사이 유로지역 연평균 성장률은 1%였습니다. 반면 독일은 0.6%에 그쳤습니다. 하르츠법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또 실업률과 비정규직 규모 변화율을 보아도 하르츠법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3년과 2006년 사이 독일의 파견·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9.5%에서 12.6%로 3.1% 포인트 상승했고, 미니잡 근로자 비중도 17.3%에서 20.6%로 3.3%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독일 정부의 기대와 달리 실업률이 법 시행 전인 2002년과 2006년 사이 8.7%에서 10.3%로 1.6% 포인트나 상승했습니다. 노동의 유연성을 높였더니 오히려 실업률이 높아졌다는 것, 이것은 독일의 하르츠개혁이 실패했다는 증거입니다.

17. 2006년 이후에는 독일의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았나요?

⇒ 2006년과 2010년 사이 독일의 실업률은 10.3%에서 7.1%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시기에 노동의 유연성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같은 기간 독일의 파견·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12.6%에서 11.9%로 0.7% 포인트 하락했고, 미니잡 근로자 비중도 20.6%에서 20.4%로 0.2%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자 실업률이 덩달아 상승했고, 이것을 떨어뜨리자 실업률이 더 낮아졌다는 것, 이것은 하르츠개혁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독일이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 주요 원인이 무엇입니까?

⇒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 : 세상일은 변화가 무쌍하여 길흉을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는 뜻)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 말은 한 국가의 성쇠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1990년 이후 20여 년간 독일 국민들은 통일의 후유증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는데요. 그러나 이들의 고통은 2008~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행운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장기간의 경기침체(특히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각했음)로 거품이 없었기 때문에 독일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거품 붕괴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또 독일은 장기간의 경기침체 속에서도 높은 조세부담율을 유지하여 재정건전성을 확보했는데요. 1990년 독일의 조세부담율은 34.8%로 OECD 평균(32.9%)보다 1.9% 포인트 높았지만, 2009년에는 37.4%로 OECD 평균(33.6%)보다 3.8% 포인트 높았습니다.

19. 20여 년간 경기침체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높은 조세부담률을 유지했다, 최근의 행운은 우연이 아니군요?

⇒ 일본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두 나라 모두 1990년 이후 20여 년간의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겪었는데요. 1990년과 2009년 사이 독일의 조세부담률은 34.8%에서 37.4%로 2.6% 포인트 상승한 반면, 일본은 28.5%에서 27%로 1.5%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런 차이가 독일과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20. 유럽의 경제통합도 독일에게는 엄청난 이익을 안겨 주고 있지요?

⇒ 유럽의 경제통합은 재정통합을 제외한 불완전한 통합인데요. 이와 같은 불완전한 경제통합이 남유럽 국가들에는 재앙이 되고 있는 반면,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에는 상상 이상의 행운을 안겨다 주고 있습니다. 경제통합은 관세와 환율을 통한 자국경제 보호장치 포기를 수반하는 것인데요. 따라서 제조업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가진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이 구한말 한반도 경제를 유린했던 일본처럼 남유럽 경제를 유린하고 있습니다. 어이없는 것은 남유럽 국가 정부와 국민들이 이와 같은 불완전한 경제통합의 부작용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한미FTA에 무작정 박수를 보내는 일부 한국인들처럼 말입니다.

21. 독일이 최근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는데에는 충분한 요인이 있었다는 것인데요. 핵심 요인만 몇 개 요약해 주시죠.


⇒ 첫째는 20여 년간의 경기침체로 경제에 거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장기간의 경기침체에도 높은 조세부담율을 유지하여 재정위기 위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불완전한 유럽 경제통합이 독일에 상상 이상의 행운을 안겨다 주었기 때문입니다. 넷째는 장기간 침체 후의 부동산 시장 회복도 경기선순환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22. 최근 독일 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내용도 소개해 주시죠.

⇒ <매일노동뉴스>(2014.04.02)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하르트무트 자이퍼트 전 독일 한스뵈클러재단 경제사회연구소장은 한 토론회에서 독일 연방정부가 과거의 비정규직 규제완화 정책에서 벗어나 재규제 정책으로 선회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르츠 개혁이 고용률 제고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반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켰기 때문에 독일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자이퍼트 전 소장은 하르츠 개혁이 초래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포괄적 최저임금 제도 도입과 파견사용기간 18개월로 제한, 9개월 이상 근무한 파견직에 대해 정규직과 동일처우 보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23. 독일의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폭스바겐도 최근 몇 년간 수 천명의 파견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지요?

⇒ 폭스바겐은 2009년 '오토5000'이라는 자회사에 근무하던 파견직 노동자 5,000명 중 4,200명을 본사 소속으로 전환했습니다. 또 2011년에는 6개 사업장 파견직 2200명을 정규직화하고, 1250명의 견습생(기간제)도 정규직화했습니다.

24. 선진국들 자동차 회사와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규모 사이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나나요?

⇒ <한겨레>는 2011년 3월 15일 기사에서 부산대 권혁 교수의 말을 인용, 폭스바겐이 비정규직 비율을 정규직의 5% 이내로 유지하고 있고, 프랑스의 르노도 파격직을 정규직의 6% 이내에서 쓰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일본 도요타도 2005년과 2009년 사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규모를 29.1%에서 12.2%로 줄였습니다. 반면 이 신문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의 23.5~34%(공장에 따라 차이 있음)나 사용하고 있습니다.

25. 우리나라 기업들이 간접고용 근로자를 남용하는 이유가 뭔가요?

⇒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2010년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용역보고서, ‘외국의 사내하도급·파견 현황 및 제도 실태조사’에서 흥미로운 서술을 했습니다. 선진국들 기업들이 간접고용 근로자를 사용하는 주된 목적이 “인건비 단가를 낮추려는 것보다는 경기변동에 따른 고용유연성을 제고”하려는 것인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낮은 인건비와 노무관리의 편의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철학이 선진국들과 달리 매우 천박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인데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철학이 천박하다는 비난에서 벗어나려면 최소한 중국 수준의 비정규직 개혁에는 동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동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총 고용 인원 중 간접고용 비중이 10%를 넘어설 수 없다는 법규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최선책이 아니라 차선책입니다.

26. 오늘 발언한 내용을 요약해 주시죠.


⇒ 제가 오늘 발언한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들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15.5%, 간접고용 비중은 20.1%였습니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각각 9.4%, 9.6%에 그쳤고, 간접고용 비중은 2.4%, 2.3%에 그쳤습니다. 둘째, 현행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은 기업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법으로 간접고용 근로자 보호를 포기한 악법입니다. 하루 속히 개정되어야 합니다. 셋째,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는 독일의 하르츠법이 성공했다는 재계의 주장은 근거 없는 것입니다. 2003년 이후 하르츠법으로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자 실업률이 덩달아 상승했고, 2006년 이후 이것을 떨어뜨리자 실업률이 더 낮아졌습니다. 이것은 하르츠개혁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넷째, 프랑스의 비정규직 비중은 13%인 반면, 우리나라는 46.1%입니다. 프랑스의 비정규직 비중이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때문입니다. 다섯째, 최근 중국은 파견직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 구분없이 동일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또 파견직 고용 인원이 총 고용인원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법제화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시급히 이와 같은 개혁부터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