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아 건강

‘진술조력인 제도’ 시행…성폭력 피해 아동·장애인 오락가락 진술 없다

pulmaemi 2013. 12. 20. 13:36

피해자 2차 피해 방지하고 사실관계 밝히는데 기여

 

[메디컬투데이 박민욱 기자]

# 사례1. 11살 의붓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우리말이 서툴렀고 가벼운 정신지체가 있던 딸의 진술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 사례2. 지적장애가 있는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가 나왔으나 피해자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에 충분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진술조력인 제도가 시행되면서 앞으로는 피해자의 오락가락 진술로 인해 재판부의 판단에 혼란을 가져오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법무부는 진술조력인 제도가 지난해 12월 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도입된 이후 19일 시행된다고 밝혔다.

진술조력인 제도는 의사소통이나 자기표현이 어려운 성폭력 피해 아동·장애인을 위해 숙련된 전문인력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 참여하여 의사소통을 중개·보조함으로써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사건의 사실관계를 밝히는데 기여하는 제도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지난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6개월 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진술조력인 48명에게 자격증을 수여하고 진술조력인 제도 도입의 의의와 기대 역할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날 행사에는 국민수 법무부차관은 “여러분이 하시게 될 역할을 사소한 것이라 여기지 않고, 필작어세(必作於細)의 마음으로 활동한다면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구현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라며 격려했다.

이어진 세미나에서는 이영주 부장검사(형사정책연구원 파견), 신승희 성폭력 전담검사(남부지검), 법원의 성폭력 사건 전문심리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태경 박사 등 5명의 발표자가 진술조력인 제도의 필요성과 향후 기대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도가니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신승희 검사는 “지적 장애인의 특징 중 하나가 숫자 개념에 취약하여 날짜나 시간 개념이 부족한 것”이라며 “2006년 도가니 사건이 처음 문제되었을 때 의사소통과 표현이 미숙하고 낯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피해자들이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재수사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박민욱 기자(hopewe@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