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한국인, 자살률 높은 우울증 유형 따로 있다

pulmaemi 2013. 4. 8. 10:58

멜랑콜리아형 우울증, 일반 우울증 비해 자살 위험도 2배 높아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우울증 중에서도 자살 특히 한국인의 자살과 연관성이 높은 우울증 유형을 아시아 공동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규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5일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팀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6개국 13개 대학병원 총 547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가간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아시아 민족에서 ‘멜랑콜리아형 우울증(major depression with melancholic features)’을 보이거나 충동·분노감을 나타내는 경우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 위험이 각각 2배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한국인은 우울증 중에서도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42.6%로 다른 민족보다 1.4배 이상 높았으며 같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에서도 자살 위험이 다른 민족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더 심한 우울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자살 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는 많지 않았다.

이때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란 심각한 우울증의 여러 가지 유형 중 한 형태로 ▲즐거운 감정을 느끼지 못함 ▲심한 식욕감퇴와 체중 감소 ▲안절부절 못하거나 행동이 느려짐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찍 깸 ▲아침에 모든 증상이 더 심해짐 등의 특징을 보이는 우울증을 말한다.

심각한 식욕감소와 새벽에 잠이 일찍 깨는 증상을 보이면서 즐거움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의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어 전문적인 진료가 꼭 필요하다. 특히 술로 잠을 이루려고 할 수 있는데 충동성과 초조 불안이 증가해 결국 자살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새벽에 심해지고 술로 잠을 이루면 새벽에 금단증상이 발생하므로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 특히 새벽 시간에 자살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한국과 중국처럼 사계절의 변동이 큰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더 많이 생기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생기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팀의 연구결과에서도 한국인이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을 보이는 경우 다른 나라의 일반 우울증 보다 4배 이상 자살 위험이 증가할 정도로 자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충동·노감을 보이는 경우도 자살 위험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충동·분노감은 다른 요소를 제한하고 나서도 자살위험도가 2.45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동·분노감이란 타인에 대해서 느끼는 분노와 증오감을 의미하는데 우울증이 동반됐을 때 주관적으로 더 심하게 느낄 수 있으며 우울증이 매우 심해져 피해 의식 등의 정신병적인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 자살 위험도가 갑자기 급격하게 증가될 수 있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데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우울증 중에서도 특정 우울증 유형을 다국가 공동연구를 통해 발견해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멜랑콜리아형 우울증 환자에 대한 집중적 치료와 사회적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나라 자살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기분장애학회(ISAD)의 공식 학회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정동장애학술지)’ 최신호에서 게재됐다.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yellow8320@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