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규제 사각지대’ 드럭스토어, 골목상권 조용히 파고들다

pulmaemi 2013. 2. 6. 15:49

출점제한 등 유통법 규제 “없어”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대한민국은 대기업을 위한 세상인가. 우리 같은 중소상인들은 죽으란 말이냐”

한 중소상인이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는 “대기업만 밀어주기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만 판치는 세상에 우리가 설 자리는 대체 어디냐. 무차별적으로 밀고 들어오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손 놓고 지켜보는 일 밖에 없다”고 분노했다.

현재 드럭스토어 시장은 5000억원 규모로 2008년 대비 약 4.5배 성장, 1년 사이 4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드럭스토어의 시작은 CJ올리브영. 1999년 1호점을 오픈한 CJ올리브영은 2011년 152개에서 현재 278개로 83% 대폭 늘었다. 지난해 월 평균 10.5개의 점포가 개점한 것. GS왓슨스도 54개에서 77개로 42% 증가하는 등 공격적인 가맹점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드럭스토어는 이 밖에도 코오롱웰케어의 ‘W스토어’, 지난해 4월 오픈한 이마트의 ‘분스’에 이어 롯데그룹도 올해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드럭스토어는 올해 1억원 시장이 전망된다.

드럭스토어는 말 그대로 의약품과 화장품 등 생필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약국의 역할을 망각한 채 마켓에만 집중된 주객전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드럭스토어에 대한 개념이 ‘뷰티숍&편의점&식품’ 등을 판매하는 곳이라 점차 인식되어 가고 있는 것.

실제로 드럭스토어에 의약품을 구매하러 들르기 보다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식품이나 화장품 등을 쇼핑하기 위한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럭스토어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이어트 식품,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유아용품, 패션잡화는 물론, 카페와 음악 감상까지 한 공간 안에서 쇼핑과 문화체험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대형마트백화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소공간 안에 광범위한 품목들이 즐비해 있다.

그러나 우후죽순 늘어나는 드럭스토어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을 틈타 골목상권을 조용히 파고들며 중소상인들의 숨통을 점점 조이고 있다. 골목상권을 잠식하며 동네 슈퍼를 위협하고 있는 것.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편의점 가맹점수가 대폭 증가함에 따라 편의점업종의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해 250m 이내에 신규 출점을 금지시켰다. 또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도 강화시켰다. 영업제한 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로 지정하고 의무휴업일도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 월 2회’로 규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드럭스토어는 의약외품 상비약을 판매하는 소규모 SSM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통법 규제를 교묘히 피해가 점차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이 규제가 강화되자 대기업이 규제 대상이 아닌 드럭스토어에 집중하려는 분위기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드럭스토어에 대한 규제는 그 어디에도 없다. 드럭스토어가 점차 진화해 일명 ‘소규모 SSM’의 모습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나 정부의 규제 밖에 있다.

특히 대형마트 규제가 강화되자 대기업들이 드럭스토어를 앞세워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며 골목상권의 설 자리를 점점 잃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본사는 처음 출발할 때부터 의약품 중심이 아닌 헬스&뷰티에 중점을 두었다. 뷰티 제품을 위주로 의약외품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몇 개 제품 밖에는 구비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골목상권과는 엄연히 다른 상권에 존재한다. 대부분이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골목상권과 겹치지 않는다. 최소한의 규모 이상에서만 점포 입점이 가능하기 때문에 골목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