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사랑이 만든 감옥 ‘의처증’

pulmaemi 2012. 9. 6. 11:08

가족에게 더 큰 정신적 피해…질병으로 인식하는 것이 우선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 주부 정모(38세)씨는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을 회사와 학교로 보내고 난 후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씨는 잠깐 외출을 할 때에도 휴대폰을 항상 손에 쥐고 다녀야 했다. 두 시간마다 한 번씩 걸려오는 남편의 전화를 실수로라도 받지 못하면 퇴근 후 의심 섞인 잔소리를 지겹도록 들어야 했기 때문.

연애 초기에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일거수일투족을 알고자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혼 후 남편의 감시는 더욱 심해졌다. 근거 없이 바람을 핀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남편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만 있다면 정씨는 뭐든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쳐있었다.

의처증은 단어 의미 그대로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질병이다. 정신의학과에서는 이를 망상장애의 한 종류로 분류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망상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득해도 전혀 변하지 않는 잘못된 믿음을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흔히 의처증을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다시 말해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정도로 큰 문제라는 사실을 본인은 인지하지 못해 가족 전체가 이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받기도 하는 것.

특히 사회적 인식 또한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랴’는 식으로 배우자가 의심이 될 만한 원인제공을 했다고 여겨 이를 묵과하기 쉽다.

의처증의 원인은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주로 심리적 요인으로 설명된다.

성격적으로는 주로 편집증적 성격의 소유자가 많은데 다른 사람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 예민하고 과장해서 생각하는 경우나 남을 잘 믿지 못하고 남이 한 행동을 절대 잊지 못하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배우자에 대한 열등감이 있거나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싶은 경우, 배우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부부생활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 심리적 원인으로 의처증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의처증을 앓고 있는 경우 먼저 배우자를 끊임없이 의심해 이를 감시하는데 수시로 전화를 하거나 계속해서 추궁을 하는 증상을 보인다. 심할 경우 배우자의 부정을 빌미로 폭력까지 행사하기도 한다.

특히 아내가 낯선 남성과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을 목격하거나 집에 잘 못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 자신의 망상에 더욱 확신을 가지고 폭언을 일삼기도 한다.

다만 의처증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망상장애는 아니며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 다른 정신과 질환에서도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선구 교수는 “어느정도의 질투와 의심은 결혼생활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으나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있지도 않은 일을 확신을 갖고 추궁하는 망상증상을 근거로 하며 이로 인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치료를 위해서는 본인이 질병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배우자보다는 자녀들이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