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성질환, 안전

대한민국, 암 유발하는 밤샘 근무 ‘여전’

pulmaemi 2012. 8. 9. 14:06

10명 중 1명은 밤에 잠자지 않고 일해

 

[메디컬투데이 안상준 기자]

최근 밤샘 근무 노동자에 대한 이슈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임금노동자 10명 중 1명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근무를 할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지만 대한민국의 밤샘 근무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 10명 중 1명, ‘밤샘 근무 종사자’

지난 해 11월, 단국대 산학협력단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작성한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등 과중업무 수행 근로자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의 10.2~14.5%가 야간작업 종사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 2010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 2007~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 2008년 노동패널조사 등 세 가지 자료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야간작업 종사자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는 약 127만 명으로 전체의 11.2%로 나타났고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약 197만 명으로 전체의 1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야간작업 종사자는 전 연령대에 걸쳐 분포하지만 특히 55세 이상의 고령근로자에서 13.4∼18.3%로 그 비율이 높으며 그 규모도 20∼30만 명에 달했다.

국민건강영양 조사의 경우 20세 미만에서 야간작업 종사자의 비율이 33.4%나 됐으며 규모도 다른 두 조사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 야간 근무, 암 유발할 수 있어

2008년 국제암연구소는 밤샘 근무를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한 물질, 즉 인간 발암 추정 물질로 발표한 바 있다.

밤샘 근무와 같은 수준의 발암성 인자에 속한 물질로는 납, 스티렌, 아세트알데히드, 포름알데히드 등이 있다 꼽을 수 있다. 밤샘 근무의 경우 인간에서 암이 발생한다는 증거는 제한적이지만 동물에서는 매일 밤에 빛을 노출시킨 결과 암이 발생했다. 이는 밤샘 근무가 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증거가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상담연구소의 한 노무사는 “밤샘근무를 포함한 장시간 근무는 작업장 사고위험을 높이고 뇌심혈관질환, 소화기질환, 우울증상, 수면장애 등을 초래한다”고 경고하며 “또한 심혈관 질환 및 손상 위험도 2배 정도 증가 한다”고 지적했다.

◇ 60세 이상 고령 노인에겐 특히 위험

문제는 밤샘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연령대가 대부분 20대 또는 60세 이상의 고령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계속되는 밤샘 근무가 건강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20대가 주로 하는 밤샘 근무는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업무. 야간에는 손님이 적어 노동 강도가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60세 이상 고령 노인들이 주로 하는 밤샘 업무는 경비 업무 등의 감시적 노동이 대부분이다. 감시적 노동자의 근무 형태는 대부분 격일제 근무다. 즉 24시간 단위로 근무를 교대한다는 것. 때문에 혼자서 하루 종일 해당 근무를 해야 한다.

아파트 경비원의 근무는 24시간 동안 50분 순찰에 10분 휴식을 반복하는 형태다. 대부분 경비실에 앉아서 근무를 하고 몸을 심하게 움직이진 않지만 노인들이 대부분인 아파트 경비원들은 극도의 피곤함 때문에 이러한 근무 형태를 견뎌내기 쉽지 않다.

◇ 밤샘 근무자에게 필요한건 ‘휴식권’

인간은 생태적으로 밤샘을 포함한 24시간 근무를 할 경우 다음날 24시간을 쉰다고 해도 피로가 회복되기 힘들다. 때문에 밤샘 근무자들이 과로로 쓰러지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밤샘 근무자들에 대해 최저 수면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노동상담연구소의 한 노무사는 “밤샘 노동자들에게도 자정 이후부터 오전 6시까지는 상황에 따라 수면 상태로 눈을 붙일 수 있는 근무환경을 보장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