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와 건강

*여름철 적색경보…‘비브리오 패혈증’

pulmaemi 2012. 7. 23. 06:19

6~10월에는 만성질환자의 경우 어패류 반드시 익혀 먹어야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비브리오 패혈증이란 여름철에 만성 질환(술중독, 간질환, 당뇨병 환자 등)이 있는 사람이 어패류를 날 것으로 먹거나 피부 상처를 통해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 비브리오 패혈증균)라는 세균이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빠른 시간 내에 패혈성 쇼크 증세와 피부에 붉은 반점이나 물집, 출혈반점, 괴사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사망률이 매우 높다.

◇ 원발형 패혈증, 평균 2.6일 지나야 피부증상 나타나

비브리오 패혈증균에 감염되면 감염 경로,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원발성 패혈증, 상처 감염증, 위소장염, 기타 감염증으로 분류한다.

원발형 패혈증은 여름철 근해에서 잡히는 어패류를 생식한 경우 위장관을 통해서 감염된다. 생식 후 3시간~16일(평균 2.3일) 이내에 갑자기 열이 나고 떨리면서 복통이나 설사, 구역질이나 구토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이 시기에는 여름 감기나 식중독으로 오진돼 치료 받기 때문에 피부 증상이 나타날 때(평균 2.6일)에야 비로소 패혈증으로 인식하므로 조기 발견이 늦어져 사망률이 높아지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피부 증상은 벌에 쏘인 것처럼 통증이 심한 국소의 홍반성 부종이나 반점으로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의 환자에서 다양한 피부 병변이 나타난다. 다리가 붓고 물집이나 자색반점, 구진, 고름물집, 두드러기 등이 나타나고 시간이 갈수록 피가 섞인 크고 작은 팽팽한 출혈성 물집도 많아지며 점차 피부가 검은 초록색으로 변하면서 썩기 시작한다.

이런 병변은 어디에나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이 다리와 팔에 나타나고 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이때는 대부분이 저혈압(90 mmHg 이하)이 동반돼 쇼크에 빠지고 치료도 잘 되지 않아 사망률(62%)이 높다.

입원해 집중 치료하면 수일 내에 패혈성 쇼크 증상이 40~50 %에서 회복 되지만 다른 패혈증에 비해 병의 진행이 아주 빠르고 대부분의 환자에서 피부 병변이 나타나므로 회복되더라도 피부 병변이 나타났던 상당 부분은 결국은 썩기 때문에 많은 환자에서 썩은 부분을 제거하고 피부 이식을 하거나 종종 다리를 절단하기도 한다.

원광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환자들이 증상이 나타나 치료하기 시작한 시간은 평균 2.3일, 입원 치료 시작해 사망하기까지는 평균 2.9일이고 사망한 사람을 보면 치료 하루 이내 사망한 경우가 53%, 2일 이내가 26%로 생사 여부가 2일 이내에 결정된다.

그러므로 비브리오 패혈증의 사망률은 치료 시작 시간에 비례하여 높아지므로 빨리 발견하여 빨리 치료할수록 후유증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상처 감염증은 건강한 사람 또는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이 바다낚시 중에 고기에 찔리거나 고기를 손질하다 다칠 경우 또는 원래 있던 상처에 바닷물과 접촉해 균이 감염되는 것을 말한다.

4시간~4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발열, 오한과 함께 상처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급속히 주위로 퍼져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물집, 부종과 괴사가 발생한다. 패혈증으로 이행하기도 하며 사망률은 7~24%이다.

위장관염은 피부 증상이나 패혈성 쇼크 증상이 없으면서 구토, 복통, 물설사 증세만 있고 대변에서만 균이 배양되는 경우를 말한다. 치료하면 수 일 내에 회복된다.

기타 감염증에는 균이 침범한 부위에 따라 폐렴, 심내막염, 뇌막뇌염, 복막염, 각막염, 자궁내막염, 골수염, 괴사성 근막염, 근염을 일으키고 패혈증을 일으킨 경우도 있으며 이때는 사망률이 높다.

◇ 여성보다 남성이 9배, 대부분 40대에서 발생

우리나라 환자의 경우 94%가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은 환자는 매일 소주 한병 이상 또는 막걸리를 2병 이상을 마시는 만성 음주벽이나 술중독이 있는 사람(75%)이고 다음으로는 만성 간질환(간경화, 만성 간염 등)이 있는 사람(66%)이다.

이들 중 간질환이 있으면서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이 50%에 이른다. 그 외에 당뇨병, 암, 면역억제제(부신피질호르몬제, 싸이클로스포린제, 항암제 등) 투여자, 위절제술을 받거나 위액 분비가 적은 사람 등이 있다.

원광대학교병원 피부과 박석돈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폭음 후에 회를 먹을 경우는 위험하다”며 “남자가 여자보다 9배나 더 잘 걸리고 대부분이 40대 이상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 7~9월, 빗물로 바닷물 염도 낮아져 균 번식 적합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바닷물의 온도가 높고 염도가 낮을 때 크게 번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닷물의 온도가 18.8℃ 이상 올라가 균이 번식하는 6~10월 사이에 환자가 발생하고 특히 7~9월에 대부분의 환자가 발생한다.

이는 주로 장마철과 맞물려 빗물로 인해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져 균의 번식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름철 비온 뒤에는 균이 많이 번식하므로 특히 이 때 잡힌 물고기에는 균이 많이 묻어 있어 위험하다.

주요 발생 지역은 큰 강이 흐르는 강하구 지역으로 뻘이 많고 바닷물의 온도가 높은 지역(서남 해안)에서 균이 많이 번식하므로 이런 조건을 갖춘 전남, 경남, 전북, 광주 지방에서 환자 발생률이 높다.

특히 전남 지방은 전국 평균 발생률보다 7배, 경남, 전북, 광주보다 3배 정도 높다. 동해는 평균 수온이 서해나 남해보다 2℃나 낮고 큰 강이 없어 강원도나 경북 지역은 발생률이 매우 낮고 서울, 부산, 인천 지역은 이 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여름철에 회를 잘 먹지 않기 때문에 발생률이 낮다.

원광대학교병원 피부과 박석돈 교수는 “만성 질환이 있거나 날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 여름철에 2주 이내에 근해에서 잡히는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고 열이나 오한, 설사나 복통, 속이 미식거리거나 토한 다음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고 정신이 몽롱해지면 일단 비브리오 패혈증 균에 감염됐다고 의심해 즉시 종합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박 교수는 “6~10월까지는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절대 회를 먹어서는 안되며 바다 낚시나 어패류를 손질하거나 상처가 있을 때 바닷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 시기에 어패류는 반드시 끓여 먹거나 구워 먹고 도마나 칼 등도 소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