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오늘 조간에 민주당 정책의장과 주요 대선후보들이 대체로 서울대의 폐지를 대선 공약화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선입관을 배제하기 위해 미리 하는 이야기인데, 나도 서울대 출신이지만 서울대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함을 넘어 서울대와 관련된 어떠한 행사나 홈커밍데이, 과 모임 등 작은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내가 대학과 대학원 시절 상당기간을 서울대 개혁운동에 열중했고 그 결과 나와 이 일에 동참한 많은 후배들이 그 대가로 많은 불이익을 겪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시 서울대의 대학교수 임용구조, 학문적 풍토, 학점 줄 세우기 등 전반에 관한 문제를 지적했고 이 일로 대법원까지 학교와 소송을 하기도 했다.
한때 서울대의 사회적 고민과 괴리된 엘리트 제조공장으로서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싸웠던 사람으로서 서울대 자체의 여러 문제에 대한 인식에는 충분히 공감하며 나도 싸우는 과정에서 높은 벽을 스스로 인식했다.
25년 전 그때 이미 벽돌공장식 학문풍토와 사회적 책임의 결여, 기술자 양산 교육시스템, 순혈식 교수 임용구조 및 행정관리형 학교운영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런 문제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도 한 바 있다.
2. 80년대 이후 신 자유주의와 투기적 자본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전세계 각국의 명문대학은 너나 할 것 없이 학문 보다는 고연봉, 고소득 기술자들을 배출해내기에 급급했다.
대학이 월가나 실리콘밸리 등 다국적 기업과 거대기업에서 요구하는 단순 기술자들을 배출하는 기능공 양성소로 전락하고 인문, 사회과학, 기초자연과학 등은 쇠퇴하고 외면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철학, 인문사회, 교양과 같은 기초학문의 외면을 황금만능주의와 효율화를 중시하는 세계적 풍토에서 철저히 외면되었으며 각국의 일류대학 일수록 실용학문에 더 매몰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부의 독점과 가진 자의 사회적 영향력의 독식이 활개치면서 엘리트주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물론이고 중국, 북한, 쿠바, 베트남 등 얼마 남지 않은 사회주의권까지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 풍토 속에서 한국 또한 SKY라 부르는 명문대 3곳과 소수 기술관련 대학으로의 학벌선호와 입학 경쟁이 더욱 극심해진 것 또한 사실이다.
민주당의 서울대 폐지 주장은 이런 사회풍토를 딛고 SKY로 상징되는 엘리트 특권주의, 학벌사회, 입시경쟁, 사교육, 양극화 등에 염증을 느낀 99%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포퓰리즘 공약이다. 서울대를 페지한다고 나머지 사학 명문들이 미국 아이비리그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가?
3. 서울대를 축소시키든, 폐지시키든 그것은 합당한 사회적 요구와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지난 노통 집권 시부터 진보진영에서 처음 제기하기 시작한 서울대 폐지 공약이 한국사회의 구조적이고 고질적 문제인 학벌사회, 입시경쟁, 양극화 등의 폐해를 없앨 수 있는 근본적 해답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울대 폐지만으로 한국사회의 학력차별, 입시경쟁, 특권 등에 관한 근원적인 문제들이 과연 해결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야당과 진보진영에서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에 대한 해결대안으로 선동적인 잘못된 처방을, 전혀 엉뚱한 부분에서 들고 나오는 경향이 고질병처럼 되어있다.
오늘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는 단지 서울대 문제가 아닌 이러한 빗나간 과녁 문제를 지적하고자 함이다.
그 예로 10년 전 대학입시 문제와 사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들고나온 대학 전형 자율화(수시, 정시, 특례입학, 입학사정관, 대학자율전형)과 고등학교 내신이 과연 사교육과 전인교육, 공정한 대학 입시의 대안이 되었는가?
지난 정권 임기 내내 균형개발 명목으로 전 국토를 투기장화 만들며 부동산 투기 문제를 부추겨 놓고 말미에 종부세 실시했다고 면책이 되었는가?
입으로는 재벌개혁 운운했지만 뒤로는 친재벌하며, 최고재벌관련 X파일, 김용철 비자금 폭로가 하나라도 밝혀진 것이 있는가?
4. 모든 사회문제에는 오래 누적되어 온 그 사회의 고유한 병폐들이 긴밀히 얽혀있기 때문에 단순히 대중인기 영합적인 단순 명쾌한 이슈 제기와 실천 하나로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대학 시스템 개선 문제는 한 사회의 신분세습과 재생산, 신분상승의 사다리, 기회균등, 가계 소득의 주요 소비체, 인생의 주요목적 등과 연결되는 매우 중차대한 과제이다.
그 속에 입시경쟁, 비리사학과 부실한 명문대 목메기,사교육과 엄청난 교육비, 가정의 붕괴, 중고등 교육의 황폐화와 각종 사회병패, 부동산 투기, 지역차별, 학력차별, 기회균등과 공정성 문제 등 온갖 사회문제와 연관된, 어쩌면 한국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서울대를 없애고 국립대를 일원화하여 전국 단일 국립대 캠퍼스로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대학 입시와 중고, 대학교육 개선문제의 핵심은 거의 모두가 별로 배우는 것도, 취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대학을 본능적으로 비싼 돈 들여 가야 하는 사회시스템 문제와 관련 있다.
이는 또한 현재 세계를 휩쓰는 대공황이 세계 전역에서 일자리를 없애고 고실업, 저성장, 부채사회를 만들고 있는 것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 중국, 일본에서도 소수의 명문대 졸업생 외에는 취직이 잘되지 않고 있으며 이들 나라에서도 이런 사회진입 경쟁의 어려움 때문에 오히려 대학진학에 더 목을 메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입시경쟁, 취업경쟁,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며 그나마 좁은 병목(명문대)으로 안정된 삶을 추구하기 위해 모두가 피터지게 싸우며 달려오는 것이다.
오늘날 학벌사회와 그 폐해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닌 자본주의 국가의 일반적 문제인 것이다.
5. 문제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단순 무식한 처방』으로 학벌, 특권, 차별의 철폐를 만만한 서울대 하나 없애서 모든 대입과 차별,특권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선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 야권의 집권이 임기 말 지지도 12%로 전락하고 그토록 경멸하는 MB에게 정권을 넘겨준 이유가 매사를 이런 식으로 처리한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선동적으로 한국사회를 up side down, 특권 철폐한다면서 간단하고 쉽고 만만한 부분에 희생양 만들어 패고는 뒤로는 집권핵심 스스로 특권층이 되고 싶어했고 재벌 등 특권층과 놀아난 것 또한 사실 아닌가?
국토 균형 개발하자며 전 국토 골프장 만들고 개나 소나 골프채로 땅 파면서 폼 잡고 다닌 것을 부인할 수 있는가?
한 사회의 개혁은 심각하고 장기간의 고민과 연구, 공부, 토론 없이 어느 날 자다가 생각난 문득 떠오르는 생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의 대학입시와 대학제도 문제는 그 속에 해방 이후 누적되어온 온갖 문제가 복마전처럼 얽혀있고 또한 지금 전세계를 휩쓰는 소수의 부에 대한 독식 현상과도 연관되어 있는 사회문명적 문제이기도 하다.
6. 당장 대학의 문제만 보더라도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려면 사립대학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
부패 사학 개선 없이는 반값 등록금은 그들 입으로 막대한 국민세금을 퍼 넣어주는 꼴이다.
또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기 위해 스펙 갖추는 돈이 1인당 평균 4500만원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고졸생 85%가 넘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대학을 갈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고졸생, 전문대생과의 형평성 문제, 저소득층, 결손가정 자녀의 기회균등 문제 등도 얽혀있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작년 반값등록금 문제가 나왔을 때 이 기회에 등록금뿐만 아니라 대학입시, 교육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사회적 토론이 충분히 되어야 하고 그 틀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내야 한다는 내 주장은 정치인들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 순서는 부패무능 사학 철폐 및 통폐합→고등학교와 전문학교가 연계된 실용적 기술교육→4년제 대학 정원조정→투명한 대입제도 도입→지방국립대 통합의 연장 선상에서, 반값등록금이 논의되어야 하고 서울대 폐지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의 논란은 솔직히 국민들 다수의 명문대에 대한 좌절을 선동해 서울대를 패서 대선에서 표를 얻고자 함에 다름 아니다.
이번뿐만 아니라 그간 진보진영과 야권의 행태를 보면 이렇게 고민하지 않고 『분풀이용 미운털 하나』 쉽게 만들어서 선거에 이기고 선동을 해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재미 한두 번 보다 보니 버릇이 되고 버릇이 굳어져 습성이 되어 버렸다.
이 문제는 종북 이념 논란에서 보듯 새누리당 또한 정치인 행태가 저러다 보니 SNS 등 사회전반에 희생양 만들기와 집단이지메가 판을 치고 있고 거칠고 천박한 진영논리가 대세가 되고 있다.
7. 얼마 전 토머스 프리드먼이 개탄한 미국정치, 세계정치가 『포퓰러리즘』(대중영합주의)이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 『서울대 폐지』 논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대중의 얄팍한 입맛과 선호, 분풀이에 기대어 정치인이 근본적, 구조적인 미래에 대한 비전제시 보다 당장 대중의 구미에 맞는 분풀이용 선동 이슈에 집착하여 착안한 것이 『서울대 폐지』 공약에서 엿보인다.
한번 정당의 방향이 이런 식으로 가면 대선후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그레이 하운드』 경주처럼, 경마처럼 너나없이 앞다퉈 선동적 인기 영합주의의 노예가 된다.
서울대 폐지 논란에 대부분 민주당 주자들이 별 고민 없이 가세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렇게 재미보다 보면 복지, 사회, 경제, 외교, 안보 각 부문에서 체계적인 사회 시스템 개선 방향보다 이런 저급한 포퓰리즘 공약이 경쟁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국민들 스스로도 면역이 되어가고 있다.
결국 시급한 국가 개혁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유예되고 순간적 카타르시스만 느끼게 된다.
지금 여야 하는 꼴을 보면 이번 대선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근본적 사회개혁보다 각기 자기측면에서, 능숙한 방식으로 선동과 인기영합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다수가 좋아하는 말 무작정 내 뱉다가 이번 대선은 물 건너간다.
지난번에 말한 『공유지의 비극』이 공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고민 좀 하고 서울대 폐지 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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