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가래, 코 분비물 등으로 전염될 수 있어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 주부 이송미씨(33세)는 며칠 전부터 아이가 자주 보채고 기침을 하고 열이 나는 증세를 보여 감기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까운 소아과를 찾았다. 하지만 전문의의 진단 결과, 아이는 가벼운 여름감기가 아닌 ‘뇌수막염’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초여름은 어린이 뇌수막염 환자가 증가하는 시기이다.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뇌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증세이다.
주로 기온이 올라가는 4~5월경에 시작해 초여름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열, 심한 두통, 목이 뻣뻣한 것, 밝은 빛을 보면 싫어하는 것, 의식이 혼탁해지거나 혼수상태, 속이 울렁거림, 구토 등의 증세가 동반된다.
이러한 증세들이 모두 나타나는 것은 아니나 특히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감기와 그 증세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부모는 자녀의 몸에서 열이 나고 두통이 새기면 감기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 쉬우며 돌이 안 된 아기가 뇌수막염에 걸리면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가 더 어렵다고 전문의는 조언한다.
울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연미 교수는 “돌이 안 된 아기가 뇌수막염에 걸리면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가 더 어려운데 아기들은 열이 나거나 짜증부리거나 보채거나 깨워도 잘 일어나지 않거나 잘 먹지 않는 증세를 나타낸다. 뇌수막염이 유행하는 시기에 아기 행동이 느려지거나 열이 날 때 깨워도 잘 일어나지 않을 때 잘 먹지 않고 토할 때도 뇌수막염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체 뇌수막염의 80%, 바이러스성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전체 뇌수막염의 80%를 차지한다.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 아동에게 많이 나타나며 일주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2~3일 동안 발열이 지속된다.
전체 뇌수막염의 10% 정도는 세균성 뇌수막염인데 바이러스성과 마찬가지로 신생아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잘 걸린다. 세균성 뇌수막염에 걸렸을 때 적절한 항생제를 투약하지 않으면 합병증이 생긴다. 뇌손상이 생기고 사망할 수도 있다.
세균성 뇌수막염 환자가 호흡한 공기를 마신다거나 잠시 접촉했다고 해서 전염되지는 않으나 면역력이 약한 만 4세 이하 아동은 세균성 뇌수막염 환자와 가까이 접촉한 경우 감염될 수도 있다.
◇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안정이 최우선
세균성 뇌수막염은 예방접종으로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바이러스가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약 90%가 콕사키바이러스나 에코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생된다. 그 외 헤르페스바이러스와 볼거리바이러스도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예방백신이 없어 개인위생과 주위 환경에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가장 많은 전염경로는 호흡기 분비물(침, 가래, 코 분비물)을 직간접으로 접촉하는 것이다.
감염된 환자와 악수를 하거나 환자가 만진 것을 건드린 후에 코나 입이나 눈을 비빌 때에 전염될 수 있다. 또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장(腸)바이러스는 대변에 많이 있으므로 용변 후엔 손을 꼭 씻는다. 아기 기저귀를 간 뒤에도 꼭 손을 씻도록 한다.
뇌수막염이 유행할 때는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가 손을 씻게 하고 양치를 시키는 것이 좋다. 보육원 등 아이들이 많이 모여 생활하는 곳에서는 표백제를 묽게 해서 청소를 자주 한다.
◇ 세균성 뇌수막염, 청각장애 등 장기적 후유증 남을 수 있어
바이러스성 뇌수막염과 감별해야 하는 것에는 우선 세균성 뇌막염이다. 세균성 뇌막염은 상대적으로 더 급하게 발병되며 더 심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오연미 교수는 “우선 뇌수막염이 의심되면 일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원인균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또한 뇌압의 상승으로 뇌부종이 오거나 열로 인한 경련 등이 올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뇌수막염이 의심되면 일단 병원을 찾아 허리척추에서 척수액을 추출해 어떤 뇌수막염인지 확인해야 한다. 뇌수막염 종류에 따라 심각성이 다르고 치료 방법도 다르다.
바이러스 뇌수막염은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으므로 안정을 취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오연미 교수는 “의사 처방에 따라 해열제로 열을 내리고 영양 주사를 맞으면 7~10일 내에 환자의 80∼90%가 호전된다”며 “아이를 집에서 간호할 때는 실내 온도를 20∼22도로, 실내습도를 60% 정도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완치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청각장애, 기억장애 등 장기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빨리 뇌수막염을 일으킨 세균을 찾아내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수막염은 한 번 앓고 나면 면역력이 생겨 다시 걸리지 않지만 매해 여러 바이러스에 의한 뇌수막염이 동시에 유행하므로 지난해 걸렸어도 올해는 다른 종류의 뇌수막염이 생길 수 있다. 개인위생과 주위 환경 청결에 신경을 쓰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yellow8320@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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