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호르몬이나 염색체 이상’ 등이 원인
[메디컬투데이 김창권 기자]
한우정씨(가명)는 딸아이가 개학 전날 밤에 잠을 못 이루고 뒤척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은 학교에 가면 키 순서대로 서서 번호를 정할 텐데 그동안 1번이었던 친구가 방학 동안 많이 커서 아무래도 자기가 1번이 될 것 같다며 불안하다는 것이다.
김성훈씨(가명)도 아들의 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은 최근 병원에서 성장판이 닫혀 앞으로 키가 거의 크지 않을 거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아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에서 키가 비교적 큰 편이었는데 160cm를 넘긴 후로는 잘 자라지 않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은 결과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 원인은 유전, 호르몬이나 염색체 이상, 만성 질환
사람에 따라 키는 상대적이어서 평균보다 커도 작다고 느끼거나 더 크고 싶어 하기도 하고 반대로 좀 작아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의 경우에는 성장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더 크고 싶어도 클 수 없으므로 저신장증이 의심될 때는 성장 평가를 해봐야 한다.
저신장증은 성별과 연령이 같은 100명 가운데 3번째 이내로 키가 작거나 1년간 성장 속도가 4cm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저신장증이 있는 아이는 보통 반에서 키 순위로 1번을 도맡아 하는 예가 많으며 또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해가 갈수록 키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진다.
저신장증의 원인 중에는 가족성 저신장증으로 부모의 키가 작은 것이 가장 흔하다. 또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은 큰데 다른 한 사람이 작을 때도 작은 쪽을 닮을 수 있다. 이 경우 성장판 검사를 하면 실제 나이와 뼈나이가 비슷하게 진행된 상태에서 성장 속도는 비교적 정상인 것으로 결과가 나온다.
반면 체질적으로 늦게 크는 아이는 성장판 검사 결과 실제 나이보다 뼈나이가 어리고 사춘기 발달이 또래보다 늦은 편이지만 성장 속도는 정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저신장증은 갑상선호르몬이나 성장호르몬이 부족해도 생길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몸무게가 늘고 추위를 많이 타며 피곤해하고 변비가 생기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때 환자에게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해주면 증상이 호전되고 정상적인 성장 속도도 되찾을 수 있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환아는 얼굴이 인형처럼 둥글고 배가 나오며 고추 크기가 작지만 증상만으로 진단하기는 어렵다. 호르몬 이상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뇌하수체기능 검사를 시행한다.
터너증후군, 러셀-실버증후군처럼 염색체에 이상이 있거나 임신 시 자궁 내 발육부전 등이 있던 아이가 작게 태어났을 때도 저신장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만성 신부전, 선천성 심장병, 염증성 장질환 등에 의해 2차적으로 키가 작아지기도 한다.
◇ 성장호르몬 치료, 성장판 열린 어린 환자에게 효과적
저신장증이 의심되거나 성장을 평가하고 싶어 병원을 찾은 경우 우선 기본적인 진찰과 검사를 받게 된다.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고 사춘기 발달 단계를 확인하기 위해 여자아이는 유방 발육 정도를 남자아이는 고환의 크기를 평가한다.
기본 검사로는 성장판 검사, 호르몬 검사, 혈액 검사를 한다. 이중 혈액 검사는 빈혈이나 신장질환, 간질환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다. 이러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의 최종 성인 키를 예측해볼 수 있다. 최종 성인 키가 많이 작을 것으로 추측되는 경우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어릴 때 할수록 효과가 좋으며 대개 2-4년 정도 주사한 경우 예측되는 성인 키보다 6-8cm 정도 더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져 성장판이 이미 닫힌 경우에는 거의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전후나 저학년 시기에 성장 평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장호르몬은 매일 집에서 주사로 맞으면 된다. 부모나 본인이 팔, 배, 엉덩이, 허벅지 등에 주사하면 되는데 되도록이면 잠자기 1-2시간 전에 맞는 것이 좋다. 주사바늘이 가늘어서 많이 아프지 않고 운동이나 목욕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제한이 없으며 열이 나거나 감기약을 먹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다.
작은 주사기, 펜, 기계 형태 등 종류도 다양하고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제품도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에는 특별히 우려할 만한 부작용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혈당이 올라간다든지 두통이나 갑상선호르몬의 변화 등이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이며 아직까지 만성 합병증은 보고되지 않았다.
단점은 가격이 비싸 대부분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따르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 성장호르몬결핍증, 터너증후군, 만성 신부전 등 특수 질환은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권아름 교수는 “저신장증의 경우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창권 기자(fiance@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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