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 심각한 불안증상으로 아기 해칠 것 같은 강박증까지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만 봐도 눈물이 났어요”
개그우먼 김지선이 최근 방송에서 아이를 낳고 극심한 산후우울증을 겪었다고 고백해 모두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김지선은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도 못하고 2주 만에 방송 활동을 하게 되면서 산후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고.
김지선은 “첫째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라서 ‘장난감 하나가 3만원이니 너만 사줄 수 없다. 4명 모두를 사주게 되면 12만원이 든다. 그러면 엄마가 나가서 일을 해야 해서 너무 힘들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고 말했다.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4주에서 6주 사이에 나타나게 되는 기분 변화를 말하며 이는 산후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의 갑작스런 호르몬 변화와 출산 및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나타나게 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불안하거나 눈물이 나고 식욕이 없으며 죄책감을 경험하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 산후우울증, 심한 불안으로 아기 해칠 것 같은 강박증상 나타나
산후우울증을 앓던 20대 여성이 생후 8개월 된 딸을 굶기고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충격을 안겨줬다.
이 여성은 지난해 10월 역삼동 자택에서 자신의 딸을 무려 38시간 동안 먹이지 않고 설사 증상을 보이는 등 아팠지만 그대로 방치하며 이불에 말아 발로 걷어차며 학대해 결국 숨지게 했다. 이 여성은 산후우울증 치료를 받는 등 정신적으로 극도로 불안한 상태였던 것.
산후우울증은 아기의 정서와 신체 발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출산과 관련된 우울증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산후의 ‘울적한 기분’, ‘베이비 블루스’라고도 하며 산모의 약 85%가 경험한다. 감정이 들쑥날쑥 하며 쉽게 울고, 불안을 보인다. 대개 분만 후 4~5일 경에 가장 많이 나타나며 몇 시간 혹은 최대 2주일 내에 회복된다.
두 번째 유형은 산후우울증으로 임산부의 10~15%에서 볼 수 있다. 출산 3개월 이내에 서서히 나타나며 심한 불안과 불면증을 동반하는 우울증이다. 아기를 해칠 것 같은 강박증이 흔히 나타나서 산모를 괴롭힌다.
세 번째 유형은 산후정신병으로 1000명 중 1~2명에 나타나지만 출산 후 급속히 진행되며 흔히 조울병의 양상을 띤다.
◇ 미혼모, 불만족스런 결혼생활…산후우울증 유발
산후 우울증은 어떤 단일한 원인보다는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소들이 서로 얽혀져서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임신기간 동안 아주 많이 증가 했다가 출산 후 48시간 내에 90~95%정도 감소해서 점차 임신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된다. 이러한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자체가 산후우울증을 유발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 관여 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분만 후 갑상선 호르몬이 급격히 감소되는 것 또한 우울증의 유발요소가 될 수 있다. 갑상선기능 검사를 시행하고 기능에 이상이 있을 경우 이에 대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분만 후의 피로, 수면장애, 충분치 못한 휴식, 아이양육에 대한 부담과 걱정, 생활상의 변화, 신체상의 변화나 자아 정체성의 상실등도 산후 우울증 유발에 기여한다.
산후기분장애의 예측인자로 원치 않는 혹은 예정에 없던 임신, 미혼모, 경제적 곤란 등을 들 수 있으며 불만족스런 결혼생활, 과거의 우울증 경력, 출산 직후의 임신유지 관련 호르몬 수치의 급격한 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산후 우울증 체크법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심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마음이 동요된다.
▲쉽게 울적해지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기분이 되지 않는다.
▲모든 일에 관심이 없고, 사물에 대한 의욕이 없어진다.
▲즐거운 일을 권유받더라도 기분이 나지 않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을 알 수 없이 어딘지 모르게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사소한 일에도 울적하고 슬퍼지거나 눈물이 난다.
▲주변에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언제나 우울한 느낌이다.
▲쉽게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하며, 안정되지 않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항상 초조해 한다.
▲마음이 상하는 사소한 일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느낌이 들어 끙끙 앓게 한다.
9개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 의사나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 산모에 대한 가족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
산후우울증은 정신치료, 약물치료를 단독으로 시행하거나 병행해서 치료한다. 증상이 심하거나 만성적일 때, 산후우울증의 과거력이 있을 때 혹은 우울증의 가족력이 있을 때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대개 3~6개월이 지나면 증상이 호전되는데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수개월간 치료를 계속 받는 것 또한 중요하다. 증상이 심한 경우는 입원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수유를 하는 경우 이에 대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적으로 산모에 대한 가족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배우자가 치료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희의료원 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산후기분장애의 경우 ‘울적한 기분’은 짧은 시간 내에 회복되지만 산후우울증이나 산후정신병은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반 교수는 “특히 산후정신병의 경우 자해 혹은 영아 살해 가능성이 있으므로 응급상황에 속한다. 하지만 산후에 발생한 이들 기분장애는 치료에 반응이 상당히 좋고 대부분 후유증을 남기지 않아서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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