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사회

외면 받는 ‘산부인과’ 문제 “저출산 심각성 국민모두 공감해야”

pulmaemi 2011. 11. 7. 07:56

“의료 환경 개선 위한 국가차원 지원 필요”

 

[메디컬투데이 최완규 기자]

최근 산부인과는 저출산 현상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종합병원과 전공의들에게 기피대상으로 외면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산부인과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산부인과 전문의까지 없어져 의사를 수입하거나 원정 출산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저출산에 종합병원·전공의 ‘외면’, 설자리 잃어가는 ‘산부인과’

한국은 2000년대 이후로 가임여성 1인당 1.2명 안팎의 저출산율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대로 지속되면 100년 뒤 한국 인구는 2500만~3000만 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도 출생 통계에서도 임신할 수 있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23명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34개국 가운데 대표적인 노인 국가인 일본 1.37명 보다 도 아이를 덜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저출산 문제가 인적자원이 중요시되는 우리나라의 대외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분석한다. 극심한 노동력 부족현상과 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 노인부양 부담 증가 등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위기가 예상된다는 것.

국가적인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산부인과는 전공의들의 기피대상 상위권에 꼽히고 종합병원에서는 배제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법상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 의료기관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중 3개 진료과목을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 또는 병리과를 포함한 7개 이상 진료과목을 갖추고 전속 전문의를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 전체 병원 161곳 중 산부인과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127곳이며 내과 161곳, 외과 160곳, 소아청소년과 139곳으로 조사됐다.

법적으로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중 3개 진료과목을 설치하면 되기에 높은 의료사고율을 보이는 산부인과를 우선 배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확보율 및 중도 포기율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의 경우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평균 포기율이 16.6%에 달해 결핵과 40% 다음으로 높았다.

2005년 산부인과 전공의 임용자 181명 중 16%가 중도 포기했고 ▲2006년 138명 중 24.8% ▲2007년 119명 중 16% ▲2008년 106명 중 11.3% ▲2009년 141명 중 14.9% 등에 이른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장석일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다른 과보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와 높은 의료사고율로 전공의 지원율이 가장 낮은 과 중 하나가 된 지 이미 오래됐다”며 “설상가상 지원자가 적다 보니 전공의 1명당 환자 수가 증가해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악순환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산부인과 개원의, 낮은 수가·무과실 의료사고 ‘고충’

개인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개원의들은 낮은 수가로 인해 분만실 운영이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산부인과 개원의 A씨는 “낮은 수가 탓에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분만은 하지 않고 있다”며 “분만실을 운영하려면 24시간 가동돼야 하는데 자본 투자가 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렵고 보험수가 역시 너무 낮아 많은 개원의들이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병원에서 분만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살얼음판에 있다”며 “병원에서는 자꾸 산후조리원 등 투자는 해야 하기 때문에 영세의원에서의 분만은 꿈도 못 꾸고 의원들도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언제 출산될지 모르는 아기를 위해 분만실을 24시간 가동해야 하지만 그에 따른 운영비 등 자본금이 필요해 웬만한 자본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높은 의료사고율에 따른 무과실 의료사고 또한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산부인과 의사 B씨는 “산모사망, 신생아 사망, 기형, 뇌성마비 등 분만사고가 많은데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서도 의사가 과실을 책임진다”며 “무과실 의료사고여도 의사가 50%를 책임지고 있어 1~2년 열심히 일해도 사고 한 번 나면 수익은 하나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부인과 수요 자체도 떨어지고 있고 전공의 숫자는 50%도 되지 않는다”며 “여자들은 출산을 해야 건강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출산하려는 생각 자체가 없으면 건강에 대한 검사자체도 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저출산 심각성 공감하고 국가 차원 지원 필요”

산부인과의 각 종 문제가 산재해 있는 현상에 대해 정부의 조화롭지 못한 ‘출산 장려정책’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석일 부회장은 “사회적으로 저출산 문제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차원의 출산 장려정책을 논의해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각 종 정책이 조화롭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부회장은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아기를 받아줄 전문의 부재에 원정 출산 얘기까지 나올 것이라며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산업의 동력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저출산의 심각성에 대해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어야 한다”며 “저출산을 해결하고 국민 건강을 위해 산부인과 의사들의 아픔과 노력도 필요하지만 의료 환경을 개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메디컬투데이 최완규 기자(xfilek99@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