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인터넷에 들어갔더니, 지난 8일 인사차 들린 정세균 대표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제가 검찰 수사에 대하여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는 이야기, ‘순진한 형님 때문에 밖에도 못나간다’는 말을 했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제가 좀 염치없는 말을 했다고 생각하겠구나 싶어서 무척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어찌할 방법도 없어서 그냥 두고 있었는데, 어제 제 홈페이지에 들어 왔다가 누군가가 그 기사를 이곳에다 옮겨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난감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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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저의 많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조건 없이 저를 지지해 주셨던 분들이 이 글을 보고 제가 염치없는 말을 했다고 생각하고 마음으로 실망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모이는 이곳에서라도 해명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도와서 일했던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좀 가혹하다 싶을 만큼 수사를 받았다는 말은 듣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가 밖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현할 형편은 아닙니다. 형님이 재판을 받고 있는 마당이니 국민들에게 오로지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형님을 ‘순진한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누구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닌 줄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일이라 생각하여 근신하고 있을 뿐 누구를 원망하고 억지를 부려 책임을 감출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점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을 바꾸었느냐? 권세를 누렸느냐? 이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혼자 생각해 오던 것입니다. 과연 어떤 소망을 가지고 정치를 했던 것인지는 저 스스로도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잠재의식의 세계는 자신도 다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고치고 바꾸자고 한 일이었다면 이루어 놓은 일이 너무 적고, 권세를 탐하여 정치를 한 것이라면 그를 위하여 저나 제 주위 사람들이 치른 대가가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감옥을 다녀오고, 상처 입고, 제 스스로도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고, 상처를 입고, 남은 생애마저 자유롭지 못한 형편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권력 일반의 속성에 관한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정치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슨 인생에 대한 회한이나 서글픈 심경을 이야기한 것은 아닙니다. 시대를 뛰어 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아직 제가 인생의 회한이나 이야기하고 있을 나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냥 정치인의 삶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듣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 해석이 더해져서 형을 비호하고, 검찰이나 정권을 원망한 것처럼 기사가 보도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동영씨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이 글을 올리기도 염치가 없습니다. 마음에 짐을 내려놓기 전이라도 이 곳 이야기 마당에는 나와 보고 싶습니다만, 그것도 아직은 아닌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회원 여러분, 모두들 건강하시고, 어려운 시기 잘 넘기시고 만사형통 하시기 바랍니다.
2009년 2월 13일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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