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오바마가 미국판 노무현이라는 말에 대해서..

pulmaemi 2009. 2. 13. 10:35

오바마가 미국판 노무현이다.


정세균 당의장이 한 말이라고 하는데 아주 잘 요약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내가 아는대로 몇가지로 요약해보겠다.


첫째, 오바마는 주류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미국 민주당 안에서도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가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신출내기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그에 대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노무현은 정치 신인은 아니었지만 정치인들 가운데 아주 비주류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이거 길게 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노무현이 한국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리라는 것은 누구도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을 테니까...더욱이 대통령이 된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아마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많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물어볼 처지에 있지는 않지만...


둘째, 천신만고 끝에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게 되었는데 힐러리 클리턴 후보의 아성을 넘는다는 것은 글자 그대로 산과 같았다. 출신배경이 그렇고 정치자금을 동원하는 면에서도 그렇고 탄탄한 인맥의 면에서도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이었고 뉴욕주지사를 지냈으며 훌륭한 가문의 배경을 가진 힐러리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미국인 누구도 힐러리와 경선해서 오바마가 이기리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오바마가 힐러리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한 것은 경선의 막판에 이르러서이며 그것도 안심할 수 없는 간발의 차이었다. 막판 며칠을 두고 힐러리를 앞서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오바마의 진가가 사실상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노무현이 민주당 안에서 대통령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철저히 당으로부터 배제되었다가 막판에 이르러 광주유세를 고비로 승리하게 되는 짜릿한 순간들을 회상해보라.


셋째, 그러면 어떻게 오바마는 막판에 이르러 메케인을 물리치게 되었는가? 이 대목부터 노무현과 아주 유사한 정도가 아니라 똑같은 양상이 벌어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인터넷을 통한 오바마 펜클럽들의 헌신적인 노력이었다.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공화당은 정치자금이 넘쳐나는 곳이며 상대 후보였던 메케인은 자기 집이 몇 체인지도 모를 만큼(오바마가 유세 때 한 말) 부자이며 월남전의 영웅으로 미국민으로부터 젠틀맨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었다. 오바마 펜클럽들의 활동은 참으로 미국에서는 생겨나기 힘드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게 되었는데, 나는 이것이야말로 한국에서 수입해간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한국의 노무현을 벤치마킹했는지 우현히 일치했는지 잘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중에 결산해보니 정치자금이 넘쳐났던 공화당의 메케인보다 오바마가 돈을 더 많이 썼다고 하는데, 그 돈들은 인터넷 펜클럽들이 자진해서 내놓은 소액의 기증자들인 개미들이 단결했기 때문이었다.


공화당은 오바마에게 지고 난 후에 거의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한국에서도 노무현이 이회창을 꺾으니 한나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실감나지 않아서 개표부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주장하는 바람에 재개표까지 하는 촌극도 벌어지지 않았는가? 그 어안이 벙벙한 표정은 미국 공화당도 그렇고, 심지어 민주당조차도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신기해하였다고 본다. 앞으로 미국에서 오바마와 같은 현상이 두 번 다시 되풀이 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오바마가 알다시피 미국에서 비주류이며 흑인출신이며 자랑할 것이 없는 성장배경과 가정으로 볼 때 미국에서는 서민중의 서민이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 강대국의 대통령이 된 것이었다. 오바마에게 있다면 높은 도덕적 수준과 날카로운 지성(그는 나이 50도 안 된 사람이지만 정치뿐만 아니라 철학의 깊이가 있으며 광범위한 독서를 한 사람이다.)과 남을 설득하는 웅변이 있고 미국민들에 깊은 인상을 준 봉사정신이 있다. 노무현도 알다시피 내놓을만한 학벌이 있나, 인맥이 있나 경제적 배경이 있나? 알다시피 한국 이 조그만 나라에서도 기득권층(정치+법조+언론+재벌+강부자+서울대)이 단단한 나라 아닌가? 이런 나라에서 촌놈이나 다름없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민초들의 저력은 가히 세계사적으로 기록할만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앞으로 이런 기적이 두 번 반복될 수 있을지 나는 장담하지 않는다. 내가 노무현에게 주목하는 것은 남을 설득하는 예리한 지성이다. 그의 말을 통해서 나오는 것은 아무리 복잡한 내용이라도 간단히 알기 쉽게 무르익어서 나오는데 이것은 그가 얼마나 내공이 쌓여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솔직히 말해서 한국의 정치인들 가운데 노무현만한 인물을 나는 아직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할 말은 더 있다. 그것은 여기 여백으로 남겨둔다. 정세균의장이 한 말은 빈말이 아니다. 앞으로 선거를 통해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치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존경받는 정치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길게 역사를 살면서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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