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아 건강

유방암 환자들의 '특별한 여름나기'

pulmaemi 2011. 8. 10. 09:20

[메디컬투데이 양혜인 기자]

평소에 야외활동을 꾸준히 해 온 유모씨(54세)는 2년 전 유방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지만 체력은 예전 같지 않아서 활동을 즐기는 그녀에게는 항암 치료기간이 힘들기만 하다.

수술 전에는 매년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즐겼던 그녀이기에 자신 때문에 휴가를못 가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올 여름만큼은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고 싶지만 휴가 중에 병이 악화되거나 재발할까 두렵다.

3명중 1명이 암을 경험할 정도로 암은 이제 한국인의 삶 가까이에 있다. 그 중 유방암은 갑상선암 다음으로 한국 여성들에게 가장 많이 생기는 암으로 발병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유씨와 같은 유방암 환자들은 야외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름휴가는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보통 암은 수술 후 5년간 재발이 안 될 경우 완치 판정을 받는데 반해 유방암의 경우는 그 기간이 10년이다.

그만큼 재발률이 높아 수술을 받은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완치 판정을 받을 때 까지 장거리 여행이나 야외 활동을 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6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정모씨(61세)의 경우 암 발병 전 10년간 에어로빅을 하고 일 년에 두세 번 장거리 여행을 다니는 등 활동적인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이대여성암전문병원에서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던 초기에는 육체적·심리적으로 지쳐있어서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남들 다 가는 여름휴가를 떠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수술 후 2년째 되던 해에 그녀는 결국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유럽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아직 치료중인 과정에서 장거리 여행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정씨는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 과연 예전처럼 체력이 될까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며 “의료진들의 조언과 유의사항을 꼼꼼히 챙기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여행을 통해 삶을 재충전 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유씨와 정씨와 같은 유방암 환자들이 여행 시 꼼꼼히 챙겨야 할 주의사항은 무엇일까. 이대여성암전문병원은 유방암 환자들이 여름휴가를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을 조언한다.

◇ 장거리 비행시 몸을 자주 움직여주고 건강한 식습관 유지해야
정씨는 수술 전에도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기 때문에 유럽 현지에서의 여행은 힘들지 않았다. 그녀를 힘들게 했던 건 12시간이 넘는 비행이었다.

유방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건강했을 때에 비해 체력이 약해진다. 따라서 체력소모가 많은 장거리 여행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 문병인 교수는 “환자들은 건강했을 때에 비해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며 “부득이하게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할 경우에는 규칙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서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방암 환자들에게 균형 잡힌 음식 섭취는 매우 중요하지만 휴가지에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여행을 하다보면 어디서든 싶게 눈에 띠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패스트 푸드점으로 발길을 돌리기 쉽다.

그러나 패스트 푸드는 지방과 염분 그리고 동물성 단백질이 많아 자극적인데다가 비타민이나 무기질은 부족해서 영양 불균형을 일으키게 된다.

문제는 인체의 영양 균형이 깨지면서 면역 기능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지의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제공되는 식단을 선택해 영양의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 적절한 휴식으로 체력 안배…비상약 준비해야

여행을 하게 되면 한 곳이라도 더 둘러보려는 욕심이 나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면역력이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휴식으로 체력을 안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병인 교수는 “도보로 여행을 할 때 50분 걷고 10분 정도 규칙적으로 쉬는 것이 좋다”며 “3시간 정도 걸었을 경우에서 30분 정도 긴 휴식을 취하고 다시 걸어야만 신체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휴가를 준비하면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자신에게 필요한 비상약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견출지나 사인펜으로 용도와 복용량을 꼼꼼히 적어두면 비상시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해당 병원에서 소견서나 진단서 등을 받아 소지하고 다닐 경우 위급한 상항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문병인 교수는 “여행 중 자신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서 이상이 있을 경우 준비한 약으로 응급처치를 한 후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여행의 목적은 여행지를 둘러보는 것 외에 정서적인 안정과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특히 암 환자에게 긍정적인 마음과 웃음은 암을 극복하는 데 중요하다. 사람이 웃게 되면 뇌에서 엔돌핀이 분비돼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문병인 교수는 “유방암 치료기간 동안 여행 등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먼저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름휴가로 바닷가보다는 산에서 삼림욕을 즐기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양혜인 기자(lovely@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