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코·귀·피부

가족 몰래 피운 담배 ‘망막은 알고있다’

pulmaemi 2011. 6. 2. 08:55

가천의대길병원 안과 남동흔 교수

 

우리의 눈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신체 가운데 유일하게 비 침습적으로 직접 혈관을 관찰할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혈관의 미세한 변화를 잘 관찰함으로써 몸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것이다.

 

[메디컬투데이 고희정 기자]


안과 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에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당뇨 등 눈과 다소 거리가 있는 질환을 진단받은 경우도 심심치 않다. 반대로, 심근경색 등 심장 기능 이상으로 병원에 왔다가 안과 치료도 함께 받는 일도 발생한다.

안과 의사들이 간단한 눈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 가운데 하나가 환자의 흡연 여부다. 망막에 분포한 혈관의 상태를 보면 담배를 피우는지, 아닌지가 적지 않은 환자에서 드러난다.

알려진대로 담배를 많이 피우면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높아지는데, 이 현상은 망막동맥도 예외는 아니어서 흡연자의 망막 혈관은 비흡연자보다 가늘어진 상태로 관찰된다.

흡연으로 인한 대표적인 질환은 폐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늘어진 안내혈관은 눈 건강을 방해하는 여러가지 치명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흡연으로 인한 눈 건강을 이야기 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은 당뇨망막병증, 녹내장과 함께 실명을 유발하는 3대 질환으로 분류되는 무서운 병이다.

폐암과 마찬가지로 황반변성은 초기에 자각 증상을 느끼기 어려워 병을 키우게 되는 질환이다. 특히 황반변성은 40대 이후부터 나이가 들 수록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질환이기 때문에 시력에 문제가 생겨도‘노안이겠거니’하고 대충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황반은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 중에서도 중심에 위치해 많은 시세포가 집중적으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시력의 대부분은 황반 기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황반의 건강상태는 다른 기관에 비해 덜 주목받는다.

황반 주변에 노폐물이 쌓여 시세포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건성황반변성이라하고, 망막에 비정상적 혈관이 자라나 출혈을 일으키는 것을 습성황반변성이라 한다.

이중 문제가 되는 것은 습성황반변성으로, 자각 증상이 적어 노안으로 여기다가 이미 실명 단계에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보통의 노안이 시력 주변부가 뿌옇게 보이는 반면 황반은 망막의 중심부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중심부가 보이지 않고 주변부 시력만 남게돼 실명에 이르게 한다.

황반변성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 등의 생활 개선이 필요하고 브로콜리, 시금치, 당근 등 녹황색 채소와 등푸른 생선 등 항상화제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에 작용해 약한 혈관들이 새로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눈속주사가 많이 시행되고 있다. 
메디컬투데이 고희정 기자(megmeg@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