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MC, '음주와 자살' 심포지엄 개최
의료기관의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시도 환자 및 자살사망 환자의 약 44%(남자 47%, 여자 42%)가 음주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중앙의료원(원장 박재갑, 이하 NMC)은 지난 25일 서울 을지로 NMC 대강당에서 '음주와 자살 심포지엄'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음주와 자살의 상관관계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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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와 자살 심포지엄 |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2008년도 응급실 손상환자 표본 심층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급실을 찾은 자살시도 환자 및 자살사망 환자의 약 44%(남자 47%, 여자 42%)가 음주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사망률 주간보고서(MMWR)는 지난 '05년~'06년까지 미국 내 17개 주에서 자살로 사망한 1만8994명 중 혈중알코올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나타낸 사람이 33.2%에 달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심포지엄에서는 음주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의학적으로 규명하고, 음주와 연관된 자살예방 프로그램 개발과 정책 입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졌다.
기선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한국인은 음주율이 높고 폭음하는 경향이 문제"라며 "선진국과 달리 40대 이후 중년에도 음주율이 줄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것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과도한 음주에 대해 관용적이고 회식장소에서 음주를 강요하는 음주문화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맹호영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우리나라 자살사망자 추이를 살펴보면 '98년 IMF 당시 급격히 상승했다가 2000년초에 감소된 이후 '05년에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해당연도 음주율이 '98년 52.1%로 상승한 이후 '01년 50.6%로 감소세로 접어들다 '05년에 59.2%로 다시 상승했다는 점에서 음주가 자살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선 음주량을 줄이는 보건학적 접근, 치료서비스와 같은 의료적 차원 등의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웅구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알코올 중독은 우리 뇌의 충동을 참는 능력을 저하시켜 자살, 폭력, 사고, 범죄를 포함한 다양한 병적 행동을 이끌어내기 쉽다"며 "술에 대한 갈망과 발동을 막아주는 약물을 통해 치료하거나 술자리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건전한 취미활동을 갖는 등 전반적인 생활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경 국립서울병원 정신과 과장은 "국내의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군에서 니코틴중독, 주요우울장애, 다른 물질사용장애, 반사회성 인격장애, 병적도박 등이 함께 발병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알코올 사용장애가 다른 정신장애를 유발하거나 다른 정신장애가 알코올장애증상과 병합되면서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소희 NMC 정신과 과장은 "음주는 우울감과 충동성을 증가시키고 행동억제력과 판단력을 저하시켜 자살위험율을 증가시킨다"며 "때로는 음주가 자살시도자의 자살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이용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자살예방 프로그램에는 알코올 사용장애 방지 대책 및 스트레스에 대한 건강한 행동 패턴 강화가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성호 연세대 원주기독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수립한 자살예방정책이 부족하다"며 "음주와 관련된 자살실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를 반영한 효과적인 자살예방 정책수립 및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을 주관한 박재갑 원장은 "일반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자살율이 OECD 1위, 한국인 사망질환 4위라는 점은 널리 알려졌지만 음주가 자살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라며 "특히 청소년과 취약계층의 알코올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하는 정부차원의 정책과 알코올 문제를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예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