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2012년 대선 '태풍의 핵' 떠오른 한명숙

pulmaemi 2010. 12. 24. 22:18


(서프라이즈 / 흑수돌 / 2010-12-24)


"한 총리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습니다. 허위 진술을 했습니다. 겁박에 의한 것입니다. 한 총리님은 누명을 쓴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한만호 씨 증언)

 

최근 야권의 이슈 메이커는 손학규 대표도 박지원 대표도 아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끝내 이루지 못한 '검찰 개혁'의 단초를 67세의 여성 정치인이 혈혈단신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명숙 전 총리로 인해 자연스럽게 야권통합의 기운도 무르익고 있다. 한...명...숙... 이름 석자에 손학규도 유시민도 정동영도 이해찬도 문재인도 모두 하나로 모여들고 있다.

 

더 나아가 한명숙 전 총리로 인해 노무현 대통령의 무고함과 억울함이 더욱 부각되어 MB정권과 한나라당을 향한 부메랑이 되고 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은 국민들에게 세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첫째, 증거재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아직까지도 전달 날짜조차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뇌물공여자의 불확실한 진술만으로 유죄 기소가 가능했다는 것이고,

 

둘째, BBK 사건에 대해서는 대선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토록 신속하게 '무혐의' 결론을 내렸던 검찰이 한명숙 사건에 대해서는 선거에 대한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별건 수사까지 벌이며 시간을 끌었고 수사정보를 언론에 흘리며 '유죄 여론몰이'에 골몰했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부실수사로 한번 무죄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자기성찰과 반성 없이 또다시 무리한 부실수사로 한 전 총리에게 죄를 옭아매려고 했다는 것이다.

 

▲ 재판장을 나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모두 검찰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처럼 수사권을 경찰이 갖고 기소권을 검찰이 갖는 상황에서는 경찰이 부실수사를 한 경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림으로써 상호 견제할 수 있고, 혹 수사와 기소 단계를 모두 통과했더라도 기본권 제한을 초래하는 영장청구에 대해 시민 참여와 같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모두 검찰이 독점하고 있기에 혹 부실수사가 드러나더라도 스스로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함정수사, 조작수사, 외압수사 등을 통해 기소를 강행하고 조기종결을 위해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하는 메커니즘이 작동된다.

 

이같은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메커니즘이 이번 한 전 총리 사건을 통해 국민들 앞에 생생하게 드러났다.

 

"아~ 검찰을 개혁하지 않으면 나도 한 전 총리와 같은 상황에 언제든지 놓일 수 있겠구나... 전직 총리에게도 저렇게 하는 사람들이 일반 민초들에게야 오죽할까..." 이런 정서가 점차 확산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경찰과 검찰이 권력을 나눠갖도록 하는 것에 대해 검찰과 경찰간 '밥그릇 싸움' 정도로만 부각되었는데 이번 한 전 총리 사건을 통해 그것이 '밥그릇 싸움' 수준을 벗어나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쟁점이라는 상황을 대다수 국민들이 알아버렸다.

 

요거 무지 중요하다. 왜냐고? 이제부터 국민들이 검찰개혁과 수사권-기소권 분리에 당근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거든. 그렇게되면 검찰 발언권 약해지게 된다.

 

한 전 총리의 두번에 걸친 재판이 모두 무죄로 판명됨에 따라 국민들 그 중에서도 특히 서울시민들은 한 전 총리에게 '마음의 빚'을 진 셈이 되었다.

 

오세훈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재판을 받고 있는 한명숙에 대한 찜찜함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오세훈을 찍었지만 결과적으로 검찰에 의해 선거결과가 왜곡되었고 그 과정에 자신도 묵인 내지 동조한 것 같은 미안함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오세훈이 더욱 얄밉고 괘씸하게 느껴진다. 지금 오세훈이 사면초가에 처해있는 것 결코 한명숙 전 총리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서울시민들에게 있어서 오세훈은 '야바위 서울시장'이고 한명숙은 '진짜 서울시장'이다.

 

한명숙이 이슈 메이커로 등장하면서 박근혜의 대선 행보에도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박근혜가 '한국형 복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는데 한번 솔직히 말해보자. 유신공주 박근혜와 국민의정부 여성부장관과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거친 한명숙 중 누가 더 진정성 있는 복지정책을 펼치겠는가?

 

어차피 한 전 총리의 대권행보가 가시화되면 '적극적이고도 보편적인 복지'를 내걸 수밖에 없는데 그 멍석을 박근혜가 먼저 깔아주고 있으니 이걸 아둔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적행위라고 해야 할까?

 

독재 이미지를 갖고 있는 후보가 복지를 부르짖는건 아무리봐도 궁합이 맞지 않는다. 독재정당 한나라당의 독재정권 퍼스트레이디 출신 후보가 '한국형 복지'를 말한다? 아무래도 쌩뚱맞게 들린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명숙 총리야말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모두 계승할 수 있는 명분을 갖추었고, 지역적으로도 호남과 영남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이북 출신이라는 점이다.

 

유시민의 경우 호남에 안티가 많고, 손학규의 경우 영남에 안티가 많고, 정동영의 경우 수도권과 영남에 안티가 많다. 그러나 한명숙은 수도권에서도 서울시장 자리를 도둑맞을 정도로 지지세가 있고, 호남과 영남 양쪽 모두로부터 호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이사장과 이해찬 전 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경선 승리 후 유시민, 손학규, 정동영, 이정희, 조승수, 문국현 등이 모두 합세하면 그야말로 '진보대연합' 드림팀이 탄생하게 된다.

 

한명숙 전 총리 때문에 범여권과 검찰은 지금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가급적 시간을 끌면서 언론에 많은 수사정보를 흘려 한 전 총리에게 되도록 많은 상처를 입히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만드는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한마디로 시간이 검찰 편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시간이 한 전 총리 편이 되어버렸다.

 

만일 검찰이 지금까지처럼 계속 시간을 끌고 법정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내년말쯤에 대법원 최종판결이 내려질 경우 한명숙은 곧바로 국민적 스타로 부상하게 된다. 그러니 이제는 도리어 검찰이 빨리 결론을 내려야하는 절박한 처지가 되었는데 법원이 검찰의 무리수와 닭짓에 동참할 가능성이 희박하니 참 답답한 노릇일게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반전은 바로 총선에서의 민심 혁명이다.

 

공교롭게도 2012년 4월 총선은 한명숙 선대위원장과 박근혜 선대위원장의 피할 수 없는 한판승부가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다. 야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인물이 한명숙 이외에 마땅히 없기에 그녀의 선대위원장 추대는 역사적 필연이고, 박근혜 또한 지금까지는 선대위원장직을 고사해왔지만 자신이 한나라당 후보로 대선에 나가려는 마당에 선대위원장직을 더이상 고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일 한명숙-박근혜 한판승부에서 한명숙이 승리를 거두게 되면 그 순간에 '박근혜 대세론'은 무너지고 '한명숙 대세론'이 2002년 盧風에 버금가는 태풍이 될 수밖에 없다.

한명숙...2002년 盧風을 능가하는 韓風을 2012년에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다소 성급할 수도 있지만 큰 기대감을 갖고 앞으로 남은 2년을 지켜보고 싶다.       


흑수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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