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선도국가

남북의 쌍둥이 세습권력

pulmaemi 2010. 9. 30. 08:40



(한겨레 / 우희종 / 2010-09-29)


최근 러시아 외무차관이 강경한 어조로 한반도 분쟁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반도의 정치적 긴장이 극단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며 동북아 지역 상황에 대한 책임은 남북한 모두에게 있음을 강조하였다. 설마 하는 마음이지만 현 정권이 취해온 대북정책을 보면 결코 가볍게 무시할 발언도 아니다.

 

권력 이양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 당대표자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 크리스천 휘턴 전 미국 대북인권 부특사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의 불안정한 권력 승계를 틈타 정권의 붕괴를 노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 강경노선을 지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한반도 주변의 군사훈련을 통한 대북 압박의 강화를 강조했다.

 

러시아의 발언은 천안함 사건 등 긴장을 조성하며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에 앞장선 남한 정권에 대한 경고이다. 현 정권이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경책을 써서 얻은 것은 특별히 없다.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과 밀착되게 함으로써 중국의 영향력과 자본이 북한을 장악하도록 도와주고 있을 뿐이다.

 

▲ 28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대표자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지도부들이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현재 북한은 민족 주체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퇴행적 역사의 모습인 권력 세습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김씨 일가의 권력 세습은 미국의 위협과 민족 주체성이란 명분을 통해 북한 주민의 인권 탄압과 경제 파국에 대한 책임마저 회피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러한 김씨 일가의 횡포에 분노를 느끼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남한의 실상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비록 성씨는 바뀌었지만 북한의 위협과 더불어 반공이라는 이념 아래 군사독재 정권의 세습은 이어져 왔다. 그나마 그러한 세습이 멈춘 지난 10년의 햇볕정책은 미국 대변인 노릇을 하는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철저히 부정됐다. 또다시 북한의 위협과 국익이라는 이념이 현 정권의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등장했다.

 

정당한 정부 비판에 대해서도 ‘종북’이니 ‘좌빨’이니 매도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것만으로 ‘피디수첩’은 명예훼손으로, 도올 김용옥은 보안법으로 고소당했다. 그런 면에서 국익과 북한 위협을 내세우며 인권을 무시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현 정권의 모습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기본적으로 권력 세습의 추한 북한 김씨 정권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불행히도 남한의 권력과 자본이 세습되기 위해 치른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외국 군대가 수도에 주둔하고 전시작전권도 없으며 심지어 전쟁을 하고 있는 외국의 기지로 자국 영토를 활용하게 하는 자주독립국은 세계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구한말 일본과 청나라 군대가 한성에 주둔해 자주독립국의 자기결정권을 잃은 우리의 역사는 북한의 위협과 준비 부족을 명분으로 전시작전권 환수를 연기하고 한반도 근해에서 미국과의 군사훈련에 열중하는 현 정권의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을 뿐이다.

 

가난했던 1960년대 자주국방 성금의 명목으로 초등학생들이 고사리손으로 돈을 냈던 기억이 있다. 또한 개병제의 이름으로 모든 젊은이들의 황금 같은 청춘을 소비시켜온 국방부와 정부는 반세기 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북한 위협을 거론하며 전작권 연기를 발표한 날, 전·현직 모든 국방장관은 국민에 대한 사기죄로 광화문 대로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해야 했다.

 

▲ 지난 2006년 9월 2일 사학법개정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기도회와 집회에 참여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오마이뉴스

 

남북 정권 모두 국민의 인권과 행복은커녕 정권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허울 좋은 명분을 끊임없이 재생산해냄으로써 북에는 김씨 일가, 남에는 강대국에 붙어 친일과 친미를 외치며 호의호식해온 자들의 권력과 자본의 세습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남북한 모두 동일한 세습권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기득권 유지를 위해 서로 상대방을 팔아가며 국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행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긴 민족의 역사에서 지금은 단지 50여 년간의 분단 상황에 불과할 뿐이며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통일된 조국이다. 그 비용과 대가는 후손에게 미룰수록 커지기에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남북 긴장 완화와 민간 차원의 소통을 우선해야 한다.

 

우희종 /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412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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