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곤란, 기침으로 탈진상태 빠지고 삶의 질 저하로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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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가지 이상 해당되면 지금 즉시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
[메디컬투데이 허지혜 기자]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이하 COPD)을 앓고 있는 50대 남성 A씨는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죽는게 낫다'며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다. COPD로 호흡이 곤란해지고 ‘쌕쌕’ 소리를 내는 천명이 심해져 잠 한숨 못자는 등 삶의 질이 크게 떨어져 우울증이 생긴 탓이다.
최근 COPD 환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COPD 환자에게 우울증이 동반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대다수의 COPD 환자들이 그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사망원인 4위인 COPD, 삶의 질 저하해 우울증 동반
COPD는 담배나 대기 오염이 주 원인으로 기도가 점차 좁아져 호흡기능이 천천히 저하되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0년대 사망원인 6위를 기록했던 COPD는 2010년 현재 4위로 2020년에는 사망원인 3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도 COPD로 사망한 환자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20년 전인 1983년 COPD 사망자수가 1229명이었으나 2004년에는 4.5배가량인 5464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COPD가 우울증까지 동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그 심각성이 더 커지고 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이하 호흡기학회)가 2010년 9월 COPD 환자 752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유병율을 조사한 결과 COPD 환자 중 23%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흡기학회는 COPD와 우울증이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이유로 COPD 특유의 고통스런 증상을 첫째로 꼽았다.
호흡기학회 김영균 학술이사는 “COPD 환자는 장기간에 걸쳐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심한 호흡곤란과 가래, 기침 등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탈진상태에 빠지고 더 심해지면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영균 학술이사는 “COPD 환자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우울증에 걸리는 정도는 중증도나 그 발병 빈도수에 있어 암과 맞먹는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호흡기학회 정기석 정보이사는 “COPD는 전신동반 질환이 많아 전신질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우울증,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각종 암 등 및 불안감, 골격근육 약화 등이 동반되며 이로 인한 사망률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COPD 진단 받았을 때 이미 폐 손상 50%···조기 검진이 관건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COPD가 의심되는 환자 대부분이 COPD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COPD는 폐기능이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가벼운 기침, 가래 증상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COPD 진단을 받은 후에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치고 만 후다. 그리고 한 번 손상된 폐는 다시 회복되지 않아 완치되기가 어렵다.
이에 대해 정기석 정보이사는 “COPD를 천식이나 만성기침, 폐렴 등과 같은 호흡기질환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심지어는 단순 노화로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많아 COPD 증상이 더 악화된다”고 밝혔다.
실제 호흡기학회 조사 결과 COPD 증상이 있는 환자들 중 어떠한 치료도 받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64%에 달한다.
호흡기학회 측은 이러한 COPD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정기적인 폐기능 검진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OPD 예방법에 대해 호흡기학회 신계철 회장은 “COPD 위험군에 속한 하루 한 갑씩 10년 이상 또는 하루 반 갑씩 20년 이상 피운 사람과 40세 이상의 성인은 정기적으로 폐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D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폐기능 검사는 폐활량계를 통해 최대한 들이마시고 내쉬는 공기의 양과 얼마나 빨리 많은 양의 공기를 마시고 들이쉴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검사 시간도 5~10분 정도로 간단하며 비용도 1만3000원 정도로 부담이 적다.
메디컬투데이 허지혜 기자(jihe9378@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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