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공자, 제초제 마시고 숨져…고문 후유증으로 '자살'

지난 30년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앓아

 

［메디컬투데이 장은주 기자］ 5·18 당시 구속돼 고문 후유증을 앓았던 5·18 유공자가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하기 전 유서의 내용이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16일 5·18 구속부상자회는 14일 오후 11시경 광주 광산구 광주보훈병원 주차장에서 구속부상자회 회원 지모(56)씨가 제초제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15일 새벽 숨졌다고 밝혔다.

5·18 당시 회사원이었던 지씨는 전남 목포에 휴가차 갔다가 경찰에 붙들려 헌병대 등에서 심한 고문을 받았고 고문 전력 때문에 삼청교육대에도 끌려갔다.

이후 지씨는 고향인 전남 여수로 돌아갔지만 고문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았다. 그는 30년간 우울증, 불면증, 신경통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

고인은 구속부상자회 사무실로 10장 가량의 유서를 남겼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서에는 "꿈에 항상 군인들이 나타나 살 수가 없다. 생활고와 고문 후유증으로 살 수가 없다. 또한 제대로된 가정을 꾸리지 못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한 지씨는 유서를 통해 하나뿐인 아들을 걱정한다는 장문의 유서를 남겼다.

5·18 기념재단과 생명인권본부가 발표한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에 대한 심리학적 부검 및 자살피해 예방대책과 사회적 지원방안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7년 8월까지 5·18 부상자 가운데 사망자는 총 376명으로 이중 39명(10.4％)이 자살로 숨졌다.

이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보상 지연, 생활고 등의 이유로 자살을 택했으며 정신적 충격으로 술과 수면제를 반복적으로 복용하고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한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일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충격, 신체적인 손상이나 생명의 위협을 겪은 이후 나타나는 일련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의미한다.  

메디컬투데이 장은주 기자(jang-eunju@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