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 이정환 / 2010-09-15) 그동안 제기된 의혹은 첫째,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에서 발견된 화약성분이 왜 정작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되지 않았는지, 둘째, 어뢰 추진체의 페인트는 모두 날아가고 없는데 왜 파란색 매직으로 쓴 ‘1번’이라는 글씨는 선명하게 남아있는지, 셋째, 인양된 어뢰 추진체와 일치한다는 설계도는 과연 북한이 제작한 것이 맞는지 등인데 국방부는 명확한 해명을 제시하지 못했다. ▲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의 보고서 발표에서 충남대 노인식 교수가 천안함 스크루의 변형 시뮬레이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치열 이 밖에도 프로펠러가 오그라든 이유와 어뢰 추진체의 부식 정도가 과연 바닷물 속에서 50일 가까이 있었던 게 맞는지 등도 국방부는 설명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어떤 잠수정이 어느 경로로 어떻게 침투해서 공격하고 어떻게 빠져나갔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유일한 증거는 어뢰 추진체와 설계도인데 그게 북한이 제작한 것이라는 어떤 연결고리도 국방부는 제시하지 못했다. 기초적인 사실 관계도 곳곳에서 어긋난다. 폭발원점과 침몰지점은 열상감지장치(TOD)와 전술지휘시스템(KNTDS)의 기록이 일치하지 않고 어뢰의 폭발력이 당초 TNT 250kg에서 360kg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사고 시점에 발생했다는 지진파와 어긋난다. 부분적으로 공개된 폐쇄회로 TV 화면이 일제히 4분이 늦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6월 민군 합동조사단의 중간조사 발표 이후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한 곳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 진보성향의 신문들과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민중의소리 등 일부 인터넷신문에 그쳤다. 지난 7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합조단의 발표를 믿는다는 응답자는 32.5%밖에 안 됐다. 그만큼 국민들의 불신이 만연한 상태였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합조단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북한의 소행을 기정사실화했다. 러시아 조사단이 천안함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뒤집는 결론을 내리고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천안함 침몰 원인이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는 등 국제적으로도 합조단의 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지만 상당수 국내 언론들은 이를 축소·은폐하기에 급급했다. 일부 보수성향 신문들은 진상 규명과는 별개로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면 북한을 감싸고 두둔하는 행위인 것처럼 여론을 압박하기도 했다. 국방부가 최종 보고서와 함께 공개한 32페이지 분량의 만화는 정부의 언론에 대한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을 취재한 기자와 여자친구의 대화 형태로 천안함의 의혹을 풀어나가는 내용인데 “많은 사람들이 접촉폭발과 비접촉폭발을 구분 못 하고 있고 미국의 이모·서모 교수들도 헷갈려하던데”라며 여러 의혹을 제기했던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등이 마치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평가절하하고 있다.
국방부 “함부로 기사 썼다간 한방에 가는 수 있다”… 적반하장
국방부가 13일 공개한 천안함 최종 보고서는 지난 6월 20일 중간조사 발표에서 더 나간 부분이 거의 없다. 그동안 숱하게 제기됐던 의혹에 대한 해명은 없고 폭약의 양을 수정하거나 일부 사실을 번복하는 등 오히려 후퇴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한 버블제트 폭발이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최소한의 논리적 일관성과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 소행 입증 못 해
해명은 없고 우격다짐만
이 만화에는 “확실한 증거 없이는 기사 함부로 쓰지 마라, 워낙 험한 세상이라 잘못 썼다간 한방에 가는 수도 있다”거나 “설명을 듣고 보니 좌초·충돌이라고 하는 건 순 억지잖아”라는 등의 대사도 나온다. 문제제기를 원천 차단하는 협박성 발언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천안함 사건의 실체는 그야말로 좌우가 아닌 자, 정말 물증만을 근거로 추측의 기사는 쓰지 않는 최고의 기자가 써야한다”는 대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천안함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615TV의 권오혁 대표는 “이번 보고서에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의문에 대한 해명이 빠져있다”면서 “조사대상이 돼야 할 군 관계자들이 조사주체로 참여하면서 신뢰를 얻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합조단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언론이 제대로 된 비판 기능을 다 했다면 이처럼 거짓과 조작과 기만과 왜곡으로 점철된 보고서를 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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