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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아파트 소음…도로인접 삶의 질은 ‘평균이하’

pulmaemi 2009. 2. 6. 10:09

전체 환경분쟁 중 86%는 소음·진동, 개발이익에만 눈먼 결과

 

[메디컬투데이 김범규 기자] 요즘은 고층아파트일수록 조망권의 장점을 내세워 값비싸게 팔려나가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아파트가 높으면 높을수록 소음에너지에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음전문가들은 아파트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로는 도로 위의 소음에너지가 고스란히 가정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에너지는 반구형 상태로 전달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방음벽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고층아파트에는 소용없기 때문.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아파트 소음측정 방법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정책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소음대책 무방비'라고 말할 정도다.

이와같은 지적에 2008년부터 환경부와 국토해양부는 도로지역에 인접한 공동주택에 대해 5층까지로 측정방법이 제한됐던 규정을 전층으로 확대했지만 소음전문가들은 여전히 1986년도의 소음대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12월말 현재 처리된 1959건 중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해만 1681건으로 86%를 차지하고 있다. 분쟁을 신청하지 않은 피해건수까지 합하면 소음·진동으로 인한 환경피해는 어마어마한 수치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개봉동의 A아파트 주민은 "아파트 앞으로 나 있는 도로 위로 달리는 자동차와 화물차가 밤낮으로 달려 창문을 열고 생활하기 힘들 정도다"라고 토로했으며, 광진구의 B아파트 주민은 "도로 확장과 도로 신설로 교통량이 증가하고 강변북로 통행차량 소음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업체 전략 이내현 박사는 "인구 50만 이상 도시 내 도로 옆 아파트 소음은 기준치인 65db을 훨씬 넘는다"며 "예전에 지어져 소음측정을 통과했던 아파트의 경우에도 최근 다시 측정하면 도시의 비대화, 자동차의 증가 등으로 소음기준치를 넘을 것"이라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수원시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45개 지점 중 20군데가 소음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은 정신적 스트레스, 수면, 생활활동에 방해를 줘 인체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환경영향평가업체 전략에 따르면 도로에 의한 소음이 50db을 넘어가면 주민의 20% 정도가 수면에 지장이 있다고 호소했으며 40db이하일때 수명방해를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학생의 경우 50db이상이면 학업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때 현 국내기준은 최소한의 규정치만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참고로 WHO는 실내소음 허용값을 35db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소음전문가들이 가장 문제로 삼는것은 방음벽과 도로와의 이격거리다.

방음벽은 바람에 견딜수 있는 높이인 15m가 적정높이다. 따라서 간섭장치를 방음벽에 설치해 도로의 소음 주파수와 반대되는 음을 쏴 소음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 간섭장치는 보통 방음벽보다 5db 저감효과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도로와의 이격거리를 50m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격거리에 관한 규정은 있으나마나한 조항일 뿐이다.

현재 도로변을 끼고 있는 아파트는 경제성, 개발이익을 앞세워 토지이용활용을 높이고자 하는 시공사의 욕심으로 10~20m까지 접근하고있는 상태이기 때문. 방음벽이나 방음둑을 설치하면 허가는 충분히 나므로 시공사 입장에서는 걱정이 없다.

게다가 건축 허가를 위한 소음측정방식도 1986년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 환경부 관계자에 의하면 과거에는 1~5층까지의 소음측정결과를 평균내 65db이하면 허가를 냈지만 2008년 1월1일부터는 전체층 중 몇 층씩 선정해 65db 기준에 만족해야만 허가를 내주도록 고시 변경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기준을 받지 않아도 되는 30만㎡이하인 아파트인 경우 6층이상부터는 실내소음기준을 적용해 45db이하기준을 맞춰야만 한다.

이내현 박사는 "실내소음기준은 문을 닫고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중창을 해서라도 45db기준에만 만족시키면 되기 때문에 문을 열어놓을 경우 소용없는 규정이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실내소음기준을 적용받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여름철, 환기시 지속되는 소음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또한 환경부는 관계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협의하에 아파트 건설 후 소음기준치를 확인하는 과정을 강화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건설 후 소음기준치를 초과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뒤따르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65db이 넘어가면 방음벽을 더 설치하거나 창호를 더 두껍게 하거나 돈으로 보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음전문가들은 사방을 방음벽으로 둘러도 효과는 저층에만 해당되고 창호를 두껍게 하는 것은 환기를 시키지 말라는 뜻과 같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문제는 또 있다. 2008년 1월1일 이후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가 그것. 환경부 관계자는 방지턱, 차량 속도조절 등 경찰청과 협조가 돼야 하지만 사실 도로안전상의 문제로 규제가 어려운 지역이 있다고 토로했다.

소음전문가들은 도로에 인접한 아파트 주민의 소음을 저감시키기 위한 근본방안으로 현재의 층고제한을 더 낮추고 아스콘, 콘크리트 도로 대신 에코팔트를 깔도록 정책유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범규 기자 (bgk11@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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