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청년 건강

'배움터지킴이' 제도, 봉사활동 형태…권한·책임 부여 안해

pulmaemi 2010. 9. 6. 09:01
제도 확대만 외치는 교과부, 실효성 검토 없고 예산 낭비만(?)
 
[메디컬투데이 장은주 기자] 학교 안 배움터지킴이 제도가 봉사활동 형태로 운영되고 '지킴이'에게 법적 권한과 책임이 부여돼있지 않는 가운데 교육 당국은 이 제도를 확대하기 급급한 실정이다.

지난 6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서울 영등포구의 Y초등학교에서 일명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에 대한 사후 조치로 배움터지킴이 확대, CCTV 설치, 순찰시스템 도입 등 24시간 학교안전망 서비스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 중 배움터지킴이 제도는 학교 안 '지킴이'로 지정된 이가 학교폭력과 성폭력 예방 및 학생 인성교육 활동을 벌이는 제도다. 지킴이는 등·하굣길 학생들의 안전을 도와주며 퇴직한 군인·경찰·교원·상담사로 구성돼 봉사활동 형태로 운영된다.

◇ 배움터 지킴이 제도…교과부→시·도 교육청 예산 '떠넘겨'

그러나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2개월이 지난 지금 배움터 지킴이 제도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남기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교육과학기술 심연미 전문위원에 따르면 교과부가 내세운 배움터 지킴이 제도 확대 방안은 배움터 지킴이를 확대하고 시간을 연장한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방과후 학교 안전은 문제로 남아있다.

문제는 학교에서 운영되는 배움터지킴이 제도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는 형태지만 근무 형식이 '봉사활동'의 선언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또한 배움터지킴이는 인건비가 아니라 봉사료로 1일 3만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근무를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서울시교육청 배움터 지킴이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12월까지 운영계획인 배움터지킴이 제도는 월 20일 내외로 운영되며 연간 총 180일을 운영한다. 활동시간은 1일 8시간 학교 실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되며 학교 당 연간 30만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배움터지킴이의 가장 큰 문제는 예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교과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시·도교육청으로 떠넘겨지는 데 있다.

심 전문위원은 "교과부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교과부 예산 부재와 올해 추진하겠다는 초등학교 CCTV 설치, 전체 초등학교에 배움터 지킴이 배치, 근무 연장 사업 예산 모두 시도교육청에 떠 넘기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2011년 교과부 예산에 학교(성)폭력 사업 예산 증액이 없어 현수준 정도인 3억원 책정에 그치고 있으므로 교과부가 성폭력을 포함한 학교폭력 근절 의지가 없음을 입증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 도입 확대 외치는 교육 당국…교육청마다 '따로따로' 운영

배움터 지킴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종철 교사는 "지킴이제도가 의미있는 역할을 하는 곳은 아주 드물다"며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이용해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에게 외출증 검사만을 주요 업무로 삼는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배움터지킴이 제도는 교과부의 일방적인 확대 계획으로 인해 각 시도교육청에 사업을 일임해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2학기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2학기부터 배움터지킴이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과부의 일방적인 지침이 없어 도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운영될 예정에 있으며 운영되는 학교 또한 600명 이상 학생이 있는 697개교에 대해 운영할 방침이다.

또 운영될 배움터지킴이 제도는 한 학교당 350만원 예산으로 100일 동안 1명의 지킴이에게 지원된다.

해당 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며 "아직 예산 문제가 남아 있어 연차적으로 나머지 학교에도 운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배움터 지킴이를 책임지고 제도 도입 이후 상황에 후속 대처 방안을 논의해야 할 교과부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학교생활문화팀 관계자는 "교과부는 각 시도교육청에서 사업을 관장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예산이 부족해 시도교육청으로 일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봉사활동 형태로 운영되는 배움터 지킴이에 대해 "현재 시도교육청에서 배움터 지킴이 연수를 할 수 있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메디컬투데이 장은주 기자(
jang-eunju@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