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천안함 사건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하여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놓은 글을 인터넷에서 발견하여 올립니다.
오캄의 면도날과 천안함 사건
(블로그 ‘논둑길 거시기 이야기’ / 논둑길맨발로 / 2010-04-12)
오캄Ockham은 (1284-1347)은 영국의 철학자, 신학자. 그의 논리적이고 과학적 탐구는 중세적 사유로부터 근대적 사유로 이행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는 ‘실체는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되어서는 안된다’(entities must not be multiplied beyond what is necessary)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원리를 강조하였다. 바로 이것이 ‘오캄의 면도날’ 혹은 ‘절약의 법칙’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문제는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한 방식으로 설명되어 져야 한다. 과학에서는 문제의 사실들에 부합하는 가장 간단한 이론이 선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두 개 혹은 여러 경쟁하는 이론 가운데 가장 단순한 것이 더욱 선호할만하고, 미지의 현상에 대한 설명은 우선 이미 알려져 있는 것의 관점에서 시도되어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캄의 면도날’의 생생한 예를 들어 보자.
1870년대부터 보고되기 시작한 크롭 서클(곡물 밭에 나타나는 원인 불명의 원형 무늬)을 두고 두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하나는 비행접시(일명 UFO)가 착륙한 자국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누군가가 특정 기구를 사용해서 곡초를 그러한 모양으로 눌렀다는 것이다. ‘오캄의 면도날’에 따르자면, 전자의 설명은 비행접시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고 먼 외계로부터 지구로 온 UFO를 상정하는 데에는 다른 복잡한 설명 즉 빛의 속도 보다 빠르게 여행하면서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비행체를 가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후자의 설명이 가장 간단한 것으로 간주된다.
물론 두 번째 설명이 오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추가적인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 이것은 더욱 선호될 수 있는 이론으로 남는다.
훗날 판명되었듯이, ‘오캄의 면도날’은 옳았다. 왜냐하면, 1990년대에 이르러 두 사람이 크랍 서클을 자신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시인했고, 나머지는 이를 모방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오캄의 면도날’을 무시하고 크랍 서클이 비행접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계속 믿고 있다.
‘오캄의 면도날’의 위력은 교조적인 신학이론과 형이상학적 상상들이 보편적 진리로 행세하던 중세 사회에서 그러한 불필요한 허구적인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상식과 현실에 기반을 둔 합리적인 자세로 사물을 분석할 것을 종용하였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예리한 지적은 백해무익한 편견과 상상을 도려내는 면도날과 같은 것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요컨대 그는 여러 억측과 상상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진실을 가리는 방법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가장 단순한 모델이 더욱 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가 기이한 현상을 설명하려고 할 때!
천안함 사건은 어떤가?
천안함 사건을 접근하는 국내 주류 언론들의 태도는 중세 신비주의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오캄의 면도날’의 원리와 유리되어 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진실을 숨기고 있는 정부의 기만적인 기밀주의가 한국 언론의 휴면 상태에 있던 샤먼적 광기라는 고질적인 병을 다시 도지게 한 것일까.
그들이 맹신하고 있는 보편적인 교조는 이것이 북한에 의해 자행되었다 것이다. 국방부의 발표를 앵무새처럼 읊조리고 있는 이들에게 이 사건의 주모자가 북한이라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자명한 진리이자 전제이다. 그러다 보니 사건 전개에 대한 해명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난해하면서도 궁색해 지고 있다.
그들의 설명 틀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현상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수심 25m에서 배가 5m 차지하고 나면 20m 남는다. 그 20m라는 좁은 공간을 이용하여 잠수함을 침투시켜 어뢰로 적을 공격하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개발된 바가 없다.
♦ 어뢰에 맞으면 물기둥이 솟아오르고 주변 사람들 옷은 다 젖지만, 물기둥을 만들지 않고 배만 두 동강 내는 소위 절단능력 어뢰가 존재한다는 것은 어디에서도 보도된 바가 없다.
♦ 수심 20m의 낮은 바다에서 폭약이 터지면 진흙 뻘이 솟구쳐 배건 사람이건 머드팩으로 완전히 싸 바르게 된다. 하지만, 폭발이 해저 쪽은 아니고 수면 쪽으로만 터지는 일방향폭발 어뢰는 현재의 군사기술로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 어뢰가 터지면 그 수중음파의 에너지로 인하여 고기들이 다 죽어 떠오른다. 하지만, 북한 자연보호형 어뢰를 개발한 것인지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 그 해역은 위성이나 기타 첨단 장비로 24시간 감시되고 있는 지역인데 어떻게 흔적도 없이 어뢰 공격이 가능한 대형 잠수함이 침투할 수 있을까? 더구나 어뢰가 지나가면 수중 소너에 잡히고 지나간 흔적이 추적되기 마련인데 어떻게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을 수 있을까? 신형 유령 잠수함에 스텔스 어뢰가 개발된 것일까.
♦ 어뢰가 폭발하면 일반적으로 승선한 병사들이 심하게 다치거나 고막이 터지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천안함 생존자는 단순 찰과상 외에 전혀 다치지 않을 뿐 아니라 침몰자도 몸에 상처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 현재의 과학 수준에서 폭발의 흔적-불탄 자국, 부유물, 파편, 화약냄새 따위-을 남기지 않는 어뢰나 수뢰는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귀신 곡할 노릇이라는 것은 그들도 내지르는 탄성이다. 문제는 사건 자체가 교묘한 것이 아니라 사건을 대하는 국내 보수언론들의 태도가 편견과 선입관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주 그래 왔듯이, 그러한 설명의 끝은 항상 신비주의로 점철된 귀신도 곡할 영구 미제의 사건으로 귀결되고 만다. 한국판 언론 무당들의 굿 풀이는 항상 이렇게 전개되지 않았던가. ‘오캄의 면도날’을 동원한 정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왜 이들은 보다 간단하면서도 개연성 높은 또 다른 가능성, 네티즌 사이에서 토론을 통해 도출한 인기 있는 가설, 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즉 천안함은 사고로 인해 침몰했고 국방부는 책임을 면하기 위해 상투적인 수법대로 북한을 끌어들이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런 관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한 많은 네티즌들의 설명(인터넷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므로 그 소개는 생략함)이 훨씬 단순 명쾌하다.
‘오캄의 면도날’의 원리에 부합하는 쪽은 주류 언론과 국방부의 설명이 아니라 네티즌들의 견해로 보인다. 이것 역시 더 해명되어야 할 과제가 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지식을 통해 설명이 가능한 보다 상식에 가까운 견해이다.
북한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정부 당국이건 시민들이건 광기에 가까운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이 연루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제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해 질 것을 촉구하는 자체가 빨갱이로 매도되어 마녀재판에 회부될 위험이 존재한다. 우리는 우주 위성을 발사하는 최첨단 과학 국가에 살면서도, ‘오캄의 면도날’을 상기하는 것이 필요할 정도로 신비주의가 판치는 정신적인 야만상태에 놓여 있기도 한 것이다.
(cL) 논둑길맨발로
출처 : http://blog.naver.com/lishi21/20103840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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