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성질환, 안전

"석면이 위험물질인지도 몰라"·…석면해체 작업자 건강 '엉망진창'

pulmaemi 2010. 1. 25. 12:07

석면관련 교육 단 한번,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안해
 
[메디컬투데이 김민정 기자]
▲ 뉴타운 석면해체 작업장, 방진복 입지 않은 작업자들

뉴타운 석면 조사·해체작업자는 석면에 대한 위험성 교육을 단 한 차례 받고 현장에서는 마스크·보호구를 차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어 건강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노동부는 석면작업자 교육에 대한 감독을 하지 않고 작업장에 대한 검사도 산별적으로 시행해 대책 마련이 촉구된다.

석면 철거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는 왕십리 주민 박모(여)씨는 “근로자가 착용하는 보호구는 보호복을 입은 것 밖에 없더라”며 “먼지 속에서 기물을 부수는 것이 불안해 정부 쪽에 신고도 해봤지만 바로 오지 않아 갑갑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목격자 임모(남)씨는 “사방이 뿌옇게 먼지로 덮힌 적도 있는데 근로자는 그 현장이 얼마나 무서운지 교육을 못받았는지 마스크도 쓰지 않았더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는 석면조사자과정 교육을 18시간, 석면해체 및 제거과정 교육을 18시간 1회 시행하지만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하 산안공단)은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에서는 석면해체·조사 근로자는 ‘석면 근로자 확인증’을 따기 위해 각 분야별로 세분화된 교육을 4일간 받고 매년 한 번 8시간씩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 나라는 이같이 세분화된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일부 석면작업자 교육 기관은 노동부와 산안공단이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이를 건의해도 시정되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 기관 관계자는 “산안공단에서는 교육이 잘 시행되는지 확인하지 않고 호흡보호구 등을 직접 착용하는 등의 상세한 교육도 이뤄지는지 모니터하지 않는다”며 “철거현장에서는 간혹 보호구, 마스크를 하지 않는 근로자까지 있어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안공단 관계자는 “사실상 조사를 꼭 해야할 의무사항은 없다”며 “전체적인 윤곽은 노동부가 세우고 실질적인 시행은 하부기관이 해 통계를 낸 적은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이처럼 작업자 교육은 미비한 가운데 해체 작업장 안의 현실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상희 의원(민주당)은 서울시 뉴타운 8개 지역 중 동대문구 전농, 서대문구 가재울, 동작구 흑석 지역을 모니터링 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지역 3곳에서 샘플링한 총 41개의 시료 중 11개의 시료에서 백석면이 검출됐고 이중 8개 시료는 공사현장 안에서 채취됐다.

철거가 진행 중인 8곳 중 석면함유건축물은 신고된 곳만 총 1600개소에 이르지만 공사장을 관리·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은 전국 300여명 수준에 그쳐 근로자 건강 관리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략)

특히 노동부에 따르면 왕십리 1~3구역에 배치된 근로감독관은 7명에 불과하며 다른 구역도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정기적으로 근로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부재하며 ‘불시점검’을 통한 검사는 지역별로 몇 번 하는지 파악된 바 없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조사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왕십리 2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 임흥규 위원장은 “근로자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사실을 오후에 신고해도 노동부는 늑장을 부리며 다음날 오전에나 온다”며 “근로자가 보호구를 쓰지 않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냈으면 주의를 주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정부로부터는 장면 속의 먼지가 석면이 맞느냐는 답변만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용 부소장은 “송풍을 틀어 분진을 측정하는 등 작업장에 대한 조사는 세밀한 과정이 필요해 하루가 꼬박 걸리지만 오전에 이미 철거작업을 완료한 업체까지 있어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미심쩍다”고 우려했다.

이와 더불어 산업의학과 전문의들은 석면 해체작업자가 유일무이한 석면관련 작업자인만큼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대학교병원 산업의학과 김영렬 교수는 “석면을 개조하는 것이 금지돼 사실상 석면을 다루는 직종은 석면해체 작업자 뿐"이라며 "작업환경상 단기간 고농도 노출이 우려돼 악성 종피종이나 석면폐증 등의 진폐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부는 제한된 인력과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른 현안까지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석면 문제에만 치중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석면에 대한 신고가 들어와도 객관적 정황을 살피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제한된 인력으로 상황 파악을 하려 노력중이다”며 “다른 현안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데 석면 문제에만 전력을 쏟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정 기자 (sh1024h@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