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 & 프로바이오틱스

약이 듣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장내 세균이 원흉?

pulmaemi 2022. 4. 8. 16:26

[메디컬투데이=최재백 기자] 장내 세균에 의해 합성되는 효소들이 약제 내성을 유발해 항고혈압 치료제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세균에 의해 합성되는 효소들이 약제 내성을 유발하여 항고혈압 치료제의 작용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학술지 '실험생물학(Experimental Biology)'에 실렸다. 

국제고혈압연합(The International Society of Hypertension)은 고혈압을 140/90mmHg(수은주 밀리미터) 이상의 혈압이 지속되는 상태로 정의하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7%가 고혈압이 있다.

고혈압 환자들은 심장질환, 심장 마비, 그리고 뇌졸중을 포함한 심장 관련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 고혈압은 보통 약, 식이요법, 운동 등을 통해서 관리할 수 있지만, CDC에 따르면 고혈압이 잘 관리되고 있는 고혈압 환자는 24%에 불과하다.

특히 저항성 고혈압(Resistant hypertension)은 이뇨제를 포함하여 작용 기전이 다른 고혈압 약을 3가지 이상 병용 투여하고, 각각의 약을 최적 용량으로 투여했음에도 혈압이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 저항성 고혈압은 약을 바꾸거나 다른 약을 추가함으로써 관리되고 있는데, 다제 병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많아 치료를 포기하거나 여전히 고혈압이 호전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톨레도 대학의 연구팀은 일부 고혈압 환자에서 약물 치료가 효과가 없는 이유를 장내 세균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생쥐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흔한 ‘코프로코쿠스 속(Coprococcus)’ 세균들이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ACE) 억제제의 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나제프릴(Benazepril), 포시노프릴(Fosinopril), 퀴나프릴(Quinapril)을 포함한 ACE 억제제는 고혈압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제 중 하나이다.

연구원은 혈압이 높은 생쥐에게 퀴나프릴을 단일 투여했을 때,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더 많은 생쥐에서 혈압 강하 효과가 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퀴나프릴에 코프로코쿠스 속을 혼합하여 투여한 쥐는 퀴나프릴만 투여받은 쥐보다 혈압 강하가 더 작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생체외 시험(in vitro test)에서 코프로코쿠스 속 세균이 퀴나프릴을 가수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 냄으로써 약물 치료 효과를 저해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나아가 똑같은 약을 먹어도 사람마다 효과가 다른 이유는 개개인이 독특한 효소 활성을 가진 장내 세균조성을 갖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과 약물의 효능 사이의 관계를 잘 이해함으로써 혈압 약물 치료가 효과가 없는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 또한 생균제·항생제·식이요법으로 장내 미생물을 변화시킴으로써 일부 항고혈압 치료제의 효능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향후 연구를 통해 다른 종류의 항고혈압 치료제와 장내 세균을 이용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혈압 약물 치료 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할 것이라 전했다.

 

메디컬투데이 최재백 기자(jaebaek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