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아 건강

“여성 갱년기 건강관리가 향후 30년 삶 좌우한다”

pulmaemi 2021. 12. 27. 16:27

50세 전후 정신‧신체적 큰 변화…가장 큰 원인 ‘폐경’
여성호르몬 치료 효과적…적절한 치료가 노년 삶의 질 높여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여성은 50세 전후 신체, 정신, 환경적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바로 이 시기에 찾아오는 갱년기 때문이다.

갱년기(更年期)는 ‘고치다’, ‘새로워지다’라는 의미의 한자어 ‘갱(更)’에서 보듯 본격적으로 노년기에 접어드는 시기로 정의된다. 이맘때 여성은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월경이 멈추고 생식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폐경이다. 폐경으로 접어드는 단계인 폐경이행기는 보통 폐경 3~4년 전에 시작하는데, 기간은 평균 4년 정도지만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까지 지속하기도 한다.

국내 여성의 평균 폐경 나이는 만 49.9세(2020년 기준), 우리 나이로 대략 51세다. 임상적으로 월경을 규칙적으로 한 여성이라면 1년 동안 생리를 하지 않았을 때 폐경으로 진단한다.

최세경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국내 여성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86.3세임을 감안하면 50세 전후에 찾아오는 갱년기는 이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갱년기 건강관리가 향후 30년 이상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갱년기는 여성들에게 정신과 신체적으로 큰 변화를 동반한다. 먼저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양도 일정치 않게 되며 결국 폐경에 이르게 된다. 주름살이 부쩍 늘고 질도 건조해진다. 성관계를 할 때 통증이 커지면서 부부관계도 뜸해진다. 신경이 예민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쉽게 내고, 기억력과 집중력도 떨어진다. 또 자신감을 잃고 우울해하기 쉽다.

더불어 50세를 기점으로 질병 발생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폐경 초기엔 여성의 75%가 열성홍조와 야간발한을 경험한다. 50대 중반엔 급격한 기분변화, 기억력감퇴, 성기능장애 등을 겪다가 후반엔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치매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갱년기 여성은 갑자기 가슴부터 시작해 목·얼굴·팔에서 오한과 발한을 경험한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뇌 속에 온도를 조절하는 중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뜨겁고 자극적인 음식, 술, 높은 실내 온도, 두꺼운 이불 등을 피해야 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기도 한다. 특히 이 시기는 자녀가 집을 떠나는 시기와 맞물려 더 심해질 수 있어 미리 갱년기 증상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 기억력이 떨어져 자주 깜빡하는 일이 생긴다. 이는 사람의 인지·기억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에 많은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메모지를 붙이는 등 떨어지는 기억력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 질과 요로계도 영향을 받는다. 점막이 얇아지고 건조해지며 탄력성을 잃고 위축이 오게 된다. 호르몬 부족 상태가 계속되면 질은 더욱 건조해져 성관계 시 통증이 생기고 손상을 받거나 감염되기 쉬운 상태가 돼 자연히 부부관계를 피하게 된다.

아울러 폐경 후에는 여성호르몬 감소로 요로 상피가 얇아지고 탄력성이 감소되며 방광을 지지하는 조직의 이완으로 방광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밤에도 여러 번 일어나 화장실을 찾게 된다.

또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긴장성 요실금이 나타나고 요도염이나 방광염에 쉽게 노출된다. 요실금은 평소 케겔운동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소변을 보다가 멈춘 듯 골반근육을 10초간 수축, 10초간 이완하는 운동을 반복적으로 시행한다.

여성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과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부족해 근육량이 적은 편이다. 갱년기 여성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걷기, 등산, 수영, 요가 등을 추천한다.

폐경 전 여성은 동일연령의 남성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빈도가 3배 정도 낮다. 이는 여성호르몬이 보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게 되면 몸에 이로운 고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은 낮아지는 반면, 몸에 해로운 저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은 높아진다.

이러한 콜레스테롤 수치의 변화로 폐경 후에는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즉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의 빈도가 남성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한다. 심혈관질환은 폐경기 여성의 중요한 사망원인 중 하나로 폐경 이후 여성의 경우 심혈관질환 사망이 암으로 인한 사망보다 거의 2배 많다.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식사, 금연이 필요하다.

갱년기 증상 가운데 가장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골다공증이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결핍의 결과로 골의 교체 속도가 증가하고 골흡수와 형성 사이의 불균형이 커지면서 골다공증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폐경 1년 전부터 골소실은 급격히 증가하고 그 후 3년 동안 지속된다. 골손실이 많이 일어나는 부위는 척추, 대퇴부, 골반부, 장골 등으로 심하면 척추에 압박 골절이 생겨 요통이 생기고 신장이 줄어들거나 등이 굽기도 한다. 특히 전에는 미끄러지면 고작 멍이 들었을 정도도 엉덩이뼈가 부서질 정도로 약해진다. 대퇴부 골절은 사망률이 15~20%에 이른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부족은 치매(알츠하이머질환) 발생과도 연관이 있다. 대한폐경학회는 폐경 후 10년 내 비교적 젊은 폐경 나이에 호르몬요법을 시작하면 치매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여성 갱년기 치료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만큼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를 진행한다. 초기 안면홍조, 발한, 수면장애 등은 먹는 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다.

또한 여성호르몬 질정이나 크림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면 질 위축이 개선된다.

최세경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갱년기 장애가 심하다면 득실을 따져 호르몬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국내 여성 중에는 여성호르몬 치료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분들이 많지만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 후 적절한 호르몬치료를 한다면 폐경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