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만 바꾸면 예방가능, 병원치료 꺼리지 말아야…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서울에 사는 대학생 최모(22)양은 얼마 전부터 외음부가 가렵고 냉이 예전보다 심하게 나오는 것을 느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질염'의 증상과 비슷한데 부모님께는 말 못하겠고 산부인과에 가서 치료받기가 무섭고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배란일이나 생리기간도 아닌데 평소에 질 분비물이 나와 걱정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현대 여성들은 사회활동 참여가 많아지면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다양한 부인과 질환에 노출 돼 있다.
제일병원에 따르면 가임기 연령에서 발생하는 질염 중에 가장 흔한 질염은 '세균성 질증'으로 40~50%를 차지하고 그 다음이 칸디다성 질염(20~25%) 트리코모나스 질염(15~20%) 순이다.
이중 가장 흔한 세균성 질증은 질 벽에서 생선비린내와 비슷한 냄새를 내는 유착성 회백색의 질 분비물이 나오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 걸리기 쉬운 '질염', 혹시 나도?
주부 박모(37)씨는 "5살 된 딸이 어느 날 속옷을 내밀었는데 분비물이 심하게 묻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어린 아이가 무슨 질염일까 싶어 병원에 데려갈지 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질염은 흔하진 않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는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정훈 교수에 따르면 질염은 유아에서부터 초·중·고등학교 여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질 속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들이 몸의 면역력 저하 등으로 병원체로 변해 생기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항문의 병원성 세균이나 요충이 질 속으로 들어가 생기는 것.
간혹 아주 어린애들의 경우 호기심으로 이물질을 질 속에 집어넣어 악취가 심한 화농성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생리 시작 전인 아이들은 아직 신체적으로 덜 성숙해 몸속의 방어 시스템이 약하고 쉽게 외부의 충격에 의해 상처 받을 수 있어 어른보다 질염이 잘 생기고 재발도 쉽다.
특히 어른은 질 속 환경이 산성도가 높아 병원균을 잘 죽일 수 있지만 어린아이의 질은 중성이어서 균이 오히려 잘 자랄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정훈 교수는 "질염은 위생 상태를 청결하게 하고 자극을 피하면 대부분 좋아지며 부모님들이 어린 아이를 병원에 데려오는 것을 극도로 꺼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 내부는 습기가 많고 따뜻하며 햇빛이 비치지 않아 세균이 살기에 딱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질 안에 살고 있는 세균이라고 꼭 염증을 일으키지는 않고 오히려 질 내부를 산성으로 만들어 다른 나쁜 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좋은 세균도 많다.
하지만 질염은 곰팡이 혹은 기생충, 전염성 세균에 감염된 사람과 성관계를 할 때 생길 확률이 높고 또 질 세정제를 많이 사용하거나 질에 심한 자극을 줄 때도 생길 수 있다.
포천중문의대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차동현교수는 "질염은 질 분비물, 냄새, 작열감, 소양감, 성교통, 배뇨통 등의 증상을 특징"이며 "특히 요즘 유행하는 스키니진 같이 꽉 끼는 옷을 자주 입는 여성들은 땀이 차도 통풍이 안 돼 음부에 습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질염이 잘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생활습관으로 예방, 빠른 치료 '급선무'
질염은 생활습관만 바꿔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강남차병원에 따르면 먼저 속옷은 화려한 레이스도 좋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부드러운 면 팬티가 제일 좋으며 나일론이나 합성섬유 팬티는 열과 습기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또 너무 자주 질 내부를 씻어내는 습관도 좋지 않고 씻을 때에는 흐르는 깨끗한 물로 씻고 무엇보다 완전하게 건조 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균에 의한 질염인지, 곰팡이에 의한 질염인지 원인균을 정확히 알아야 바른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단순 염증이라고 약국에서 무작정 항생제를 구입해서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
질염은 단순히 외음부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방치할 경우 내부생식기인 자궁이나 나팔관까지 영향을 미쳐 골반염으로 번질 수 있고 또 골반염은 불임 등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으니 반드시 정기적인 의사의 검진이 필요하다고 전문의 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여성청결제는 말 그대로 개운해지기 위한 청결제이지 약은 아니다"라며 "질을 더 자극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질 건강을 지켜주는 좋은 미생물을 씻어 내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어 너무 자주하거나 강한 세정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박 교수는 "질염은 약물이나 연고 등으로 쉽게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므로 병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ellee@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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