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청년 건강

설마가 사람 잡는 ‘남아 성조숙증’의 위험

pulmaemi 2021. 9. 6. 13:28

[메디컬투데이 김준수 기자]

성조숙증은 여아에게서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여전히 많다. 성조숙증의 성비별 발생 비율을 보면 여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남아 비율도 2015년 6654명인 9%에서 2019년 1만2676명인 12%로 늘어났다. 급증세만 보면 여아 성조숙증을 앞지르고 있을뿐더러, 남아 성조숙증은 간혹 종양 등 심각한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어 반드시 검진이 필요하다. ‘설마, 내 아들이 성조숙증이겠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치료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늦어도 남아 3~5학년부터는 예방적인 성조숙증 정기검사를 놓치지 말아야 하겠다.

성조숙증은 여아 8세 미만, 남아 9세 미만에 이차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또래 평균보다 2년 이상 빠른 이차성징의 조기 발현, 빠른 골 성숙 등이 관찰된다. 사람의 키는 태어나서 만 2세까지 가장 많이 크고, 그다음 사춘기에 많이 큰다. 만 2세 이후부터 사춘기가 되기까지 보통 정상의 아이들은 연간 4cm 이상이 자라며, 사춘기 시기에 급성장한 후 최종 키까지 10cm 이내로 더 자라다가 결국 멈추게 된다.

그런데, 성조숙증인 경우 사춘기 시기가 빨라지기 때문에 성장판이 일찍 닫혀 평균키보다 작은 상태로 성장이 마무리 될 수 있다. 전체 키 성장 기간이 크게 줄고 성장이 일찍 마감돼 결국 아이는 본래 자라야 할 키보다 작은 키가 된다. 성조숙증 유무에 따라 크게는 10cm 이상 키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등교수업 대신 장기간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는 날이 길어지며, 아이들은 성조숙증 위험에 더욱 노출되고 있다. 특히 PC와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문제가 된다. 남아 성조숙증이 점점 급증하는 이유로 남아들의 PC,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는 성향이 꼽히기 때문이다. 게임을 통해 선정적인 콘텐츠에 자주 노출돼 지속적인 성 자극을 받아 내분비호르몬의 교란을 겪을 수 있고, PC,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수면 장애와 호르몬 불균형을 불러올 수 있다.

남아 성조숙증의 문제는 초기 변화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남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기 시작하고, 늦게 자려고 하고, 짜증이 느는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 여아의 가슴 멍울이 잡히거나, 냉 같은 분비물이 생기는 등의 변화에 비하면 남아의 성조숙증 증상은 초기 발견이 쉽지 않다. 또한 성조숙증 초기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5~6학년 무렵에는 오히려 키가 잘 크는 것처럼 보이므로 부모나 본인 스스로가 전혀 의심하지 못하다가, 중학교 2학년 무렵 갑자기 키가 크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심각하게는 165cm 정도에서 키가 멈춘다. 사실상 남아 성조숙증의 경우 자가검진이 어려우므로, 반드시 예방을 위해서라도 정기적인 성장·성조숙증 검사가 필요하다.

하이키한의원 강남본원 박승찬 대표원장은 “최근 내원하는 아이 중에도 뒤늦게 성조숙증을 눈치 채고 오는 남학생들이 많은데, 이미 적기를 놓쳐 치료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아이가 키가 잘 크더라도 성조숙증 초기의 착시일 수 있으니, 남자아이의 경우 늦더라도 초등학교 3~5학년 때는 성장·성조숙증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준수 기자(junsoo@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