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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비스페놀A’ 노출, 태아 뇌 인지기능 저하…"행동장애까지 유발"

pulmaemi 2021. 7. 15. 15:15

안전성평가연구소, 임신 실험동물 통해 분자생물학적·전기생리학적·행동학적 연구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

임신 중 비스페놀A에 노출되면 태아의 뇌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행동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임신한 실험동물을 통해 비스페놀A(BisphenolA, BPA)에 노출되었을 때 태아의 뇌 발달 단계에서 신경세포의 생성 및 기능에 독성 영향을 미침으로 행동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BPA는 플라스틱제품 제조 뿐만 아니라 식품캔, 의료기기, 영수증 등 일상생활에 널리 사용된 화학물질로서 동물이나 사람의 체 내로 유입될 경우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는 내분비 교란물질로 작용한다.

BPA를 낮은 수치로 실험동물에 노출했을 때 당뇨병, 유방암, 생식계 이상, 비만, 신경학적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약리중독성연구그룹 연구팀은 실험동물(랫드)을 통해 태아의 뇌 발달 단계에서 BPA가 미치는 독성을 분자생물학적·전기생리학적·행동학적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분자생물학적 시험 결과, 임신 중 BPA 노출로 태아의 뇌에서 신경세포의 생성이 억제돼 신경세포 수가 감소하고 시냅스 기능이 저하됨이 확인됐다.

태아의 뇌 신경세포 발달은 미각과 후각, 청각 등 감각기관 발달 뿐만 아니라 기억력, 사고력 발달을 위한 복잡한 연결망이 만들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BPA 노출로 태아의 뇌 신경세포가 발달하지 못하는 경우 각종 신경질환이나 발달장애로 다양한 뇌 신경 질환으로 인지능력, 운동기능 저하 등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연구진은 임신 중 BPA 노출이 태아의 대뇌피질 형성에 영향을 미쳐 정상적인 대뇌피질의 두께보다 얇아진 것을 확인했다. 대뇌피질은 뇌에서 개괄적인 인지능력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부위로 대뇌피질의 두께 감소는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주게 된다.

아울러 BPA 노출에 따라 흥분성 시냅스가 대조군 대비 32% 감소함을 확인했으며 태아의 뉴런 수상돌기 길이가 22%가 감소했다.

뉴런의 수상돌기에는 가시돌기가시가 최대 1만개 발생하게 되는데 가시돌기가시 감소는 뉴런의 연결이 적어지게 됨에 따라 학습 저장 장소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어 연구팀은 전기생리학적 연구를 통해 BPA의 노출이 신경 신호 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결과,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이 동시에 일어나는 빈도수가 감소해 결과적으로 신호전달 활동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행동학적 연구분야에서는 실험동물의 행동반응 조사와 사교성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비정상적인 뇌 발달은 향후 청소년기의 과잉행동 및 사회성 결여와 같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약리중독성연구그룹 가민한 박사는 “이번 연구는 BPA 직접 노출 뿐 아니라 임신 중 태아 노출과 같은 간접 노출에 의한 2차 부작용을 포함한 위해성 평가의 필요성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임신 중 화학 물질의 노출이 태아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연구의 기본적인 플랫폼 구축이 가능해짐에 따라 향후 뇌 질환과 유해화학물질 간의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툴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임신 중 Bisphenol A(BPA) 노출이 태아의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평가’(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 중견연구와 기관 주요 사업의 ‘생활환경 유해물질 대체 친환경 신소재 개발 및 플랫폼 구축’ 연구 결과로 인지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Cerebral Cortex’에 지난달 게재됐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