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청년 건강

아동ㆍ청소년 정신건강 ‘빨간불’인데…미흡한 정부 정책

pulmaemi 2021. 5. 14. 16:11

241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가운데 ‘아동청소년 특화’는 불과 4개소
입법조사처 “정신질환실태조사 통한 실태 파악 및 권역별 시설확충으로 지역별 형평성 제고”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지표가 매년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데 반해 정부의 아동·청소년 특화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현황, 지원제도 및 개선방향’ 보고서를 공개하며 향후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동·청소년 정신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6년 22만587명에서 2018년 25만375명, 2020년에 27만1557명으로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19세 이하 아동·청소년 자살자 수는 2015년 245명에서 2019년 300명으로 22%가량 늘었고 자살률은 2.3명에서 3.2명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19세 이하 아동청소년의 자해·자살 시도자 수는 2015년 2318명에서 2019년 462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만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정신건강 결과와 비교해보면 2019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성인이 28.6%, 청소년 39.9%로 나타나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스트레스를 받는 비율이 높았다.

우울감 경험률 비교에서는 그 격차가 더 컸다. 청소년의 우울감 경험률은 25.2%로 성인(10.5%)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입법조사처는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해당 시기에 그치지 않고 성인이 된 이후의 가정과 직장 생활, 사회 적응 등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하여 정신질환 및 정신건강 위험요인의 조기발견 및 치료, 지속적 관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가 각 부처별로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동·청소년에 특화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교육부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검사 대상 학생은 학교에서 온라인 또는 서면검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관심군에 선별되면 전문기관 등에서 2차 조치를 받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교육부 내 별도의 전문화된 조직 설치나 전문 인력의 고용 지원은 없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시행중이다. 21년 3월 말 기준 169개소의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지역 내 만 18세 이하 아동·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사례관리,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 예방교육 실시, 진단검사 및 치료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는 초기평가, 사례관리, 의료기관 연계 및 의료비 지원, 자살예방 등을 수행하고 있지만 의료비 지원을 제외하면 해당 사업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동일하게 시행하고 있어 아동‧청소년에 특화된 차별성은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2019년 기준 241개소의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중 아동‧청소년에 특화해 정신질환의 예방, 조기발견, 치료가 가능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는 고양시, 부천시, 성남시, 수원시에 설치된 4개소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퇴원 후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정신재활시설의 경우 전국 349개소 중 아동·청소년 정신
건강지원시설은 13개이며 서울에 11개소, 제주시에 2개소가 설치되어 있는 상황임을 지적했다.

이어 여가부에 대해서는 현재 만 9세~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청소년상담 1388채널을 통해 가출, 학업중단, 인터넷중독, 가정‧학교 폭력, 성폭력‧성매매 등을 상담하고 있지만 관련 종사자 자격에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요구 경력이 없고 상담복지 분야 또는 청소년 상담복지 분야에 한정돼있어 정신건강에 대한 상담이나 대처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주기적인 정신질환실태조사 ▲아동‧청소년 특화 시설의 지역별 확충 ▲ 학교 내외 정신건강증진사업 강화 등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현재 5년 주기로 실시되는 정신질환실태조사는 조사대상을 만18세 이상으로 해 아동·청소년의 정신질환에 대한 유병률이나 치료실태 등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며 “실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면 적절한 대안이 마련될 수 없다는 점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질환실태조사의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은 빠른 초기 검진과 치료가 중요하므로 아동·청소년의 특성을 반영한 조사 기준과 방법을 적용해 정신질환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아동·청소년의 정신질환 예방과 대책 마련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입법조사처는 “아동·청소년 전문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시설을 급격하게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아동·청소년 인구를 기준으로 권역별 설치를 통해 시설의 수도권 편중을 해결하고 전국적으로 균등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의 추진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과 비정규 교육과정을 통해서 학생에게 정신질환 예방교육, 정신질환의 조기발견을 위한 상담을 제공하고 교직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해 학교 내에서의 정신건강증진이 강화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