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한지혁 기자]
불안 장애가 체내 염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불안 장애에는 범불안장애(GAD), 사회불안장애, 분리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이 있다. 세계적으로 3.6%의 인구가 불안 장애를 경험하고 있으며,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불안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도 많다.
불안 장애의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몇 가지 가능한 원인으로는 뇌 내 특정 부위의 과잉 활동,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유전적 요인, 외상, 성격적 특성, 만성적인 통증, 약물 오남용 등이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만성 염증과 불안 장애 간의 잠재적인 연관성에 주목했다.
염증은 신체에 자극을 주는 요인을 제거하고 체내 시스템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반응이지만, 염증이 지속되면 오히려 보호해야 하는 세포와 조직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불안 장애는 정신적 질환이지만, 심장 관상동맥질환, 동맥경화증, 대사 장애 등의 염증성 질환과 불안 장애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바 있다.
853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불안 장애와 관련된 설문을 진행함과 동시에 그들의 혈중 ‘CRP’, ‘IL-6’, ‘TNF-α’ 수치를 평가했다. 이들은 모두 염증의 표지 물질로, CRP는 염증이 발생했을 때 간에서 방출되는 단백질이며, IL-6와 TNF-α는 염증을 촉진하는 물질이다.
연구 결과, 높은 불안 점수를 보이는 참가자들의 혈액에서 CRP와 IL-6이 상승한 상태였고, 특히 남성에서는 TNF-α 역시 상승해 있었다.
또다른 연구는 염증과 PTSD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PTSD를 앓고 있는 참가자 14명의 혈중 표지자 수치를 그렇지 않은 14명과 비교했다.
비록 작은 규모의 연구였지만, 연구진은 PTSD 환자들이 대조군에 비해 높은 IL-6, TNF-α 및 다른 염증 관련 물질 수치를 보였으며, 증상이 심해질수록 더 높은 수치를 보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제2형 당뇨병과 불안 증세를 보이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또 다른 염증 표지 물질인 ‘렙틴’ 역시 불안 장애와 연관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렙틴은 본래 식욕 조절 기능을 하는 호르몬이지만, 만성 염증에서도 증가가 관찰된다.
그러나 상기한 연구 결과들은 주로 불안 장애를 겪는 환자들에게서 염증 물질이 증가하는지를 관찰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불안 증세가 염증을 일으키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를 밝혀내기 위한 시도로, 한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지질다당질(LPS)’을 주입함으로써 직접 염증을 유발했다. LPS는 세균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염증 반응을 안정적으로 유도한다.
연구진은 염증의 발생으로 인해 표지 물질들이 증가함에 따라 참가자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또한 IL-6 수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참가자들이 가장 큰 수준의 불안을 경험했다고 언급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위장관 염증을 앓게 된 개체들이 불안 증세와 비슷한 행동 특성을 보이는 것이 관찰됐다.
이러한 결과들이 발표됨에 따라, 학계는 인간의 위장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들이 불안 증세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제2의 뇌’라고 불리는 장내 신경계는 중추신경계와 복잡한 이원적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장내 박테리아는 장내 신경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며 이는 결국 중추신경계 수준의 변화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는 불안 장애가 없는 개인에 비해 GAD를 앓는 사람들에서 장내 미생물의 개체 수와 다양성이 감소함을 발견했다.
또한, 정상 장내 미생물 분포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섭취하는 것은 우울증과 불안감에 ‘작지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비록 여러 메커니즘이 있을 수 있지만, 장내 박테리아는 신경계와 면역 체계에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균과 불안 장애 간 관계에서도 염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면역 체계는 몹시 복잡하고 다양한 반응들 간의 균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염증이 불안 장애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기전과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여태까지 진행된, 그리고 진행 중인 연구들은 조금씩 우리를 진실로 이끌고 있다.
메디컬투데이 한지혁 기자(hanjh3438@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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