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
3월 12일은 세계녹내장협회가 지정한 ‘세계 녹내장의 날’이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 장애가 생겨 시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질병을 말하며 당뇨병성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대표적인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어 알아차리기 어렵고 병증이 꽤 심해져 실명에 이를 무렵에서야 시야가 흐릿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녹내장을 일컬어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에 12일 강규동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가 도움말로 녹내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Q. 30대인데 녹내장이 의심된다고 한다. 녹내장은 노인질환 아닌가?
A. 녹내장은 만성적으로 시신경 손상이 진행하는 질환으로 시신경의 구조적 손상, 전형적인 시야결손, 비가역적인 실명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내장은 흔히 고령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20대, 30대 젊은 연령에서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라식, 라섹과 같은 굴절교정수술이 많이 시행되면서 젊은 나이에 안과를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젊은 녹내장 환자의 대다수는 근시 혹은 고도근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녹내장 외에 다른 망막질환이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젊은 환자의 녹내장 발생원인 중 하나는 안구의 구조적인 문제다. 근시나 고도근시가 있는 환자는 시신경 모양이 근시가 없는 사람과 다르게 생겨 녹내장 손상에 취약한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다. 특히 안축장이라고 하는 눈 길이가 길어지면 시신경이 더 당겨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신경이 더 얇아지고 구조적인 이상 발생률도 높아 녹내장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또 축성근시로 인해 시신경을 보호하는 공막이 바람 넣은 풍선처럼 얇아지게 되고 안구가 커진 만큼 혈관이 증가하지 못해 나타나는 혈류저하도 시신경 건강에 간접적이지만 악영향이 되는 요소다.
다른 원인으로는 최근 식습관과 운동부족으로 젊은 환자들에게 증가하고 있는 성인병이 있다. 서양인과 다르게 동양인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10-21mmHg)로 측정되는 ‘정상안압 녹내장’인 경우가 전체 녹내장 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정상안압 녹내장의 위험요소는 안압 이외에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성인병이 위험요인이다. 따라서 검사결과 녹내장 의심소견이 있는 경우 비록 젊더라도 추후 녹내장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Q.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눈이 아프고 시린 증상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 혹시 녹내장이 아닌지 걱정된다.
A. 녹내장은 크게 개방각 녹내장과 폐쇄각 녹내장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은 두드러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개방각 녹내장이다.
폐쇄각 녹내장은 약 10% 정도 차지한다. 폐쇄각 녹내장은 눈 안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액체인 ‘방수’가 방출되는 통로인 ‘전방각’이 막히며 발생하는 녹내장을 말한다. 갑작스러운 안압 상승으로 안구통, 두통 등이 급격히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데 대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 후 병원을 찾게 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쉽게 발병하는 질환은 아니다. 어두운 환경에서 동공이 확대되고 두꺼워지면서 방수의 유출로를 좁게 만들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 폐쇄각 녹내장은 50대 이상의 안경을 안 쓰는 사람인 원시에서 주로 발생한다.
백내장이 점차 진행하면서 폐쇄각 녹내장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작은 체구의 중년 여성에서 폐쇄각 녹내장이 발병하는 경우가 잦다. 또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일하면 동공이 커지고 수정체가 앞으로 이동하면서 전방각이 좁아지게 되는데 결국 방수의 흐름에 장애를 줘 녹내장이 발병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젊은 연령대에서 장기간 스마트폰 사용 후 겪는 안구통은 대개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각막 상피의 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안과 전문의와 상의해 안구 표면을 매끄럽게 유지해 주는 인공눈물 등 안약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Q. 녹내장으로 수술을 하면 완치가 될까?
A. 녹내장 치료는 대부분 안압을 낮추는 안약으로 치료하며 그 외에 안약으로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 레이저 홍채절개술, 우각성형술, 섬유주절제수술 등으로 치료를 하게 된다.
녹내장의 종류에 따라 레이저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다. 약물이나 레이저 치료로도 안압 조절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녹내장 수술을 시행하게 되는데 녹내장 수술의 목적은 안압의 조절로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복구시키는 것은 아니다.
급성 녹내장의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먼저 안압을 내리는 안약을 사용하고 경구용으로 안압하강제를 복용한다. 고삼투압제를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등 신속하게 처치해 안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안압이 내려가게 되면 홍채에 레이저를 이용해 작은 구멍을 뚫어 방수의 순환과 배출을 돕는다.
안압이 정상화된 후 시야 검사를 통해 시야결손 유무를 확인한다. 또 백내장 수술이 방수가 나가는 구멍을 넓혀주는 만큼 백내장 수술이 도움이 된다.
반면 만성 녹내장의 경우에는 더 이상의 시신경 손상을 막기 위해 안압하강제를 점안하는데 한 종류의 약물이 아니라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약물을 사용한다. 만일 약물이나 레이저 치료로도 안압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 경우에는 녹내장 수술을 하게 된다.
녹내장은 치료를 하더라도 이미 손상된 시신경 기능을 돌이킬 수 없고 손상의 진행을 늦추는 정도의 치료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40대 이후엔 발병률이 매년 0.1%씩 올라가는 만큼 40대 이후 건강검진 시에는 반드시 안압측정과 시신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Q 어머니가 녹내장으로 치료를 받고 계신데, 녹내장은 유전병인가?
A. 많은 질환이 그렇듯 녹내장도 가족력이 중요한 위험인자료 작용하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력이 곧 녹내장 발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으로 ‘multifactorial’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하는데 가족력이 있다 해도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니만큼 다른 가족에게 녹내장이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
다만 녹내장 가족력이 있을 경우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 또는 1년마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꾸준히 받아보길 권한다.
Q 녹내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A. 주기적인 운동을 통한 원활한 혈액순환은 녹내장의 예방과 진행속도 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10시간 이상 운동을 하는 군이 3시간 이하로 운동하는 군에 비해 녹내장의 진행과 발생이 현격히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녹내장 위험군에 속한다면 근육을 단련하는 무산소 운동은 안압을 높일 수 있으니 유산소 운동, 즉 조깅이나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이 더 추천된다.
흡연도 녹내장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는 전신 혈관수축제로 눈을 포함한 신체의 모든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 최근 카페인이 안압을 상승시킨다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위험군은 카페인 섭취를 줄이시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침대에 엎드려 스마트폰, 컴퓨터, 독서 등을 하는 것은 피하고 바른 자세를 생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녹내장의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정기적인 검사다. 일반적으로 녹내장 환자는 직장인 건강검진이나 라식, 라섹과 같은 시력교정수술 전 정밀검사에서 안압검사를 통해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안이 시작되는 40대 이상이거나 고혈압 혹은 당뇨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경우, 근시가 심한 고도근시나 초고도근시인 경우,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안과에 내원해 녹내장 정밀검사를 받기를 추천한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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