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팀, 서울대-UC버클리와 메타분석 공동 연구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
휴대전화를 오래 사용하면 뇌종양을 비롯한 악성·양성종양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 명승권 교수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팀(제1저자 최윤정 의학박사)과 UC버클리 보건대학원 가족지역사회건강센터 조엘 모스코위츠 센터장과 공동으로 1999년부터 2015년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46편의 환자대조군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주요 의학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와 엠베이스(EMBASE)에서 문헌검색을 통해 46편의 환자대조군 연구결과를 종합해 메타분석했다.
그 결과, 휴대전화를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사람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종양 발생 관련성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주요 연구그룹별로 세부적인 메타분석을 한 결과, 하델 연구팀(이 주제에 대해 가장 많은 연구결과를 발표했음)에서는 휴대전화사용이 종양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온 반면,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주관한 다국가 인터폰 연구(INTERPHONE study)에서는 반대로 위험성을 낮추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또한, 연구팀과 무관하게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세부분석한 결과, 장시간 사용 시(누적사용시간 1000시간 이상) 종양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교차비 1.60, 95% 신뢰구간 1.12-2.30)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명승권 교수는 휴대전화 사용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메타분석 결과를 2009년 종양학 분야 최고 학술지 중 하나인 임상종양학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발표했다.
이후 2011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를 2B군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이번 연구는 그 후 10년 동안 발표된 개별연구를 포함해 메타분석 결과를 업데이트했다.
명 교수는 “이번 연구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노출되는 고주파 전자기장(주파수 800-2000 메가헤르츠(MHz))이 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일부 실험실 연구와 동물실험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라고 말했다.
46편 연구를 모두 합쳤을 때는 휴대전화사용과 종양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었지만, 연구자 그룹별 및 연구의 질적수준별로 세부분석을 시행했을 때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는 것.
지금까지 나온 논문들을 크게 스웨덴의 하델 연구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 주관 다국가 인터폰 연구팀, 그 외 개별연구자팀 등 3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연구팀별로 따로 메타분석 결과, 하델 연구팀은 휴대전화 사용이 종양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교차비 0.81, 95% 신뢰구간 0.81-0.88), 인터폰 연구팀은 오히려 종양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으로(교차비 1.15, 95% 신뢰구간 1.00-1.33), 나머지 연구팀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별로 결과가 차이가 나는 이유를 분석한 결과, 연구의 질적수준, 연구대상자의 응답률 및 휴대전화 회사로부터 연구비 제공 유무가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델 연구팀의 연구는 전반적으로 연구의 질적수준이 높고, 환자군과 대조군 사이에 응답률의 차이가 거의 없고, 휴대전화 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제공받지 않은 반면, 인터폰 연구는 질적수준이 낮고, 응답률에 차이가 많았고, 휴대전화 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제공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전화 사용이 종양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하델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연구팀과 상관없이 1000시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우(10년간 사용한 것으로 환산하면 매월 약 500분 내외 사용하는 경우), 종양의 위험성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높았다(교차비 1.60, 95% 신뢰구간 1.12-2.30)는 설명이다.
명 교수는 “이번 메타분석에 포함된 환자대조군 연구 방법은 선택비뚤림(Selection bias)이나 회상비뚤림(Recall bias) 같은 제한점이 있어서, 근거 수준이 보다 높은 전향적 코호트 연구 방법을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의 제한점을 언급했다.
다만 “휴대전화의 위험성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이라도 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입각해 휴대전화의 장시간 사용을 자제하길 권하며, 특히 엘리베이터나 차량 이동처럼 전자기파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고, 휴대전화 사용 시 얼굴에서 2~3cm 정도 떨어뜨리고 가능한 줄이 있는 이어폰을 사용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SCIE 국제학술지인 국제 환경연구 및 공중보건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2020년 11월호에 발표됐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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