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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 95만명 추산…사망자는 2만명”

pulmaemi 2020. 9. 4. 16:58

사참위ㆍ연구진 '가습기살균제 노출 실태와 피해규모 추산' 논문 발표

 

[메디컬투데이 박정은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현재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규모인 6800여명 웃도는 95만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와 고려대·서울대 등 보건대 연구팀은 최근 한국환경보건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노출 실태와 피해규모 추산'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5000가구 내 1만5472가구원 중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가구원은 총 2844명이며, 이 중 건강피해 경험자는 303명으로 약 10.65%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기존에 앓던 질병이 악화되었다’는 응답 비율은 2.41%이고 ‘새로운 증상이나 질병이 발생했다’는 응답 비율은 8.25%이다. 병원진료 경험자는 총 249명으로 가습기 살균제 노출 가구원 전체의 8.80%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가습기살균제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1994년부터 집단 피해로 제품회수가 진행된 2012년까지 전국 규모의 가습기살균제 노출 인구는 약 894만명(최소 825만명~최대 963만명), 건강 피해 규모는 약 95만명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임산부나 8세 미만의 자녀가 있었던 가구는 각각 168만가구와 205만 가구로 추산됐다.

질환별로 살펴보면 비염(5.5%), 피부질환(2.6%), 천식(2.2%), 간질성 폐질환(1.7%), 폐렴(1.2%) 등의 발생비율을 보였다. 또한 만성폐쇄성 폐질환(0.4%), 심혈관질환(0.1%), 간질환(0.1%) 등이 발생했다는 응답도 나왔다.

병원에서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특정 질병을 진단받은 뒤 사망한 사례는 4명으로 조사됐다. 이를 전체 인구로 따지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국내 사망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1559명을 넘어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다만 가습기 살균제에 이미 노출 중이었으나 이후 사망하여 가습기 살균제와의 인과 관계 규명이 어려운 인구의 경우 현 시점에서 파악되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 인구 규모는 본 연구를 통해 추산된 규모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조사 결과 추산된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경험자는 약 95만명인데 반해, 지난 9년(2011~2020년)간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접수한 건강피해 신고자는 6833명으로 약 0.72%에 불과하다”며 “특정질병 관련 사망자 추산치는 2만여명이지만 2020년 8월7일 기준으로 정부에 접수된 사망자는 1558명으로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결과의 약 7.6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로인한 건강질환의 인정과 보상은 건강피해 신고의 가장 큰 유인이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사안”이라며 “따라서 인정기준 완화, 인정 질환 확대 등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사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피해대책을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정은 기자(pj9595@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