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생존율 12% 첫 상회… 위 뒤쪽 깊은 곳 위치 조기 발견 어려워
[메디컬투데이 박수현 기자]
췌장암 생존율은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처음으로 12%를 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가 넘지 않았다.
췌장은 위 뒤쪽,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다. ‘이자(胰子)’라고도 부른다. 길이가 약 15㎝ 되는 가늘고 긴 장기다. 위 뒤쪽에 위치해 십이지장과 연결되고 비장과 인접해 있다.
췌장은 머리와 몸통, 꼬리 세 부분으로 나뉜다. 십이지장에 가까운 부분이 머리, 중간이 몸통, 가장 가느다란 부분이 꼬리다.
췌장은 우리 몸에서 크게 2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췌장액을 분비한다. 췌장액은 십이지장에서 음식과 섞이면서 음식이 소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또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우리 몸의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뤄진 종괴를 말한다. 췌장은 조직학적으로 외분비샘과 내분비샘으로 나누는데 전체 췌장암의 85% 정도는 외분비샘으로 부르는 췌관에서 생긴다.
곽봉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췌장은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장기로, 췌장의 해부학적 특성상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발견이 쉽지 않고 예후도 좋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전적 요인 중에서는 K-Ras라는 유전자의 이상이 특히 중요하다.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이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되고 있다.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률이 18배까지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환경적 요인은 식습관, 흡연, 만성 췌장염, 나이, 음주 등이 꼽힌다. 육류나 기름기 많은 식습관의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을 2배 정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은 췌장암의 발생과 관련이 깊은 발암물질로 흡연자의 경우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가 2~3배 정도 높다. 특히 만성 췌장염의 경우 15배 정도까지 췌장암 위험도가 올라간다.
남녀 비율을 1.5대 1 정도로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올라가기 시작해 70세가 되면 인구 1000명당 1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췌장은 80%가 망가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에게 복통과 체중감소가 나타난다.
췌장 머리 쪽에 발생한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황달 증상을 보인다.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쪽에 암이 발생할 경우에는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시간이 꽤 지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통증이다. 명치 통증이 가장 흔하지만 복부 어느 쪽에도 나타날 수 있다. 통증이 나타날 때는 이미 췌장 주위로 암이 침윤했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아 통증이 없는 경우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황달은 췌장암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로 췌두부암의 약 80%에서 나타난다. 종양 때문에 총담관이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막혀 담즙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그에 따라 빌리루빈이라는 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황달로 나타나는 것이다. 황달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뚜렷한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췌장암 환자에게 흔한 증상이다. 종양이 자라면서 십이지장으로 흘러가는 소화액(췌액과 담즙)의 통로를 막아 지방 소화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췌장암이 발생한 경우 전에 없던 당뇨병이 나타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악화되기도 하며 췌장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당뇨병은 췌장암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췌장암에 의해 이차적으로 췌장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췌장암이 의심될 경우 초음파검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검사(EUS),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혈청 종양표지자검사, 복강경검사, 조직검사 등이 진행된다.
현재까지 췌장암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이후 보조적 치료가 필요할 때는 항암 화학 요법, 방사선 요법 등이 진행된다.
치료방법은 암의 크기와 위치,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중에서 선택한다.
▲곽봉준 교수 (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
췌장암의 60%는 췌장 머리 부분에 생기는데 이때는 췌장 머리 쪽으로 연결된 십이지장, 담도, 담낭을 함께 절제하는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을 한다. 몸통과 꼬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비장을 함께 자르는 췌장 절제술을 시행한다.
췌장암 환자 중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비율은 약 20%로 알려져 있다. 일부의 경우 침윤된 주위 혈관을 절제하면서 수술하기도 하며, 필요에 따라 암세포 크기를 줄이는 항암치료를 한 뒤 수술하기도 한다.
곽봉준 교수는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췌장암 위험인자가 있는 이들, 즉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고령, 흡연자, 당뇨,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는 경우 정기적으로 초음파, 복부 CT 같은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육류나 지방이 많은 식습관보다는 식이질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금연과 함께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수현 기자(psh5578@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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