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질환·감염병

‘민간 역학조사관’ 김종헌 교수 “백신·치료제 나와도 ‘종식’ 불가능···코로나·독감 동시 유행 대비해야”

pulmaemi 2020. 6. 29. 13:31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5개월여 흘렀다. 그간 국내에서는 1만2000여명, 전 세계적으로는 무려 1000만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누적 사망자는 50만명을 넘었다.

 

처음에 우리는 코로나19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유사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짐작했다. 이제는 전 사회가 온몸으로 이 병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무증상 감염, 재양성 등은 이전 다른 호흡기 감염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종 감염병의 속성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백신·치료제 개발은 윤곽도 잡히지 않았고, 방역당국은 이 병과의 싸움이 우리의 예상보다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연일 경고한다.

 

경기도감염병관리지원단에 소속된 민간 역학조사관인 성균관대 의대 김종헌 연구교수는 “우울하게 들리겠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코로나19 확진자 0이 되는 종식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된 국내 연구에서 대구지역 거주자의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득이 낮아 건강보험료를 적게 낼수록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장기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꿔야 하는 난제가 주어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김 교수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무증상, 방역의 가장 어려운 점

코로나 백신 만들어져도
변이 된 것에 감염 가능성
일단은 중증 막는 게 목표

 

-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하더라도 무증상 감염, 재양성 등을 놓고 시각차가 컸는데 이제는 모두 인정하는 이 병의 특성이 된 것 같다.

“무증상 감염 비율은 전 세계 공통적으로 약 20~30%씩 나오고 있다. 서울·경기·부산 등 지자체 역학조사 자료를 보면 부산은 전체 확진자의 21.4%, 인천은 31.1%가 무증상 감염이었다. 특히 초반부터 대규모 진단검사를 실시한 한국의 확진자 데이터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초기 환자까지 다 긁어낸 것이라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라는 빙산의 수면 아래 있는 부분을 가장 잘 그려낸 곳이 한국’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증상 감염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다른 호흡기 감염병보다 유독 코로나19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점이다.”

 

- 코로나19는 감염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기초재생산지수(R0)가 홍역(R0 12~18)이나 사스(R0 3.5~4.0)보다 낮은 2.5인데도 왜 피해가 더 큰가.

“치명률 때문이다. 전파가 잘되는 호흡기 질환들은 치명률이 매우 낮다. 독감은 치명률이 0.001~0.1%다. 그런데 코로나는 전파가 잘되는 데다 치명률이 높다(28일 현재 국내 치명률은 2.28%, 세계 평균은 5.1%이다). 이런 질환이 이전에는 없었다. 메르스는 치명률이 30%가 넘지만, R0는 1이 안 된다. 그런데 사실 방역 대책을 세우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시간에 따른 재생산지수인 Rt(time-dependent Reproduction rate) 값이다. 실시간으로 전파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볼 수가 있다. 인천감염병관리지원단 자료를 보면 이태원클럽 관련 집단감염 후인 5월13일 Rt가 2.81까지 치솟았다가 6월18일 시점에는 0.71까지 떨어졌다. 최근 상황을 보면 수도권에서 Rt가 1을 넘었다가 안 넘었다가 하는 날이 반복된다. 1 이하로 계속 유지돼야 엔데믹(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고착화된 감염병)으로 가지 않고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 백신·치료제로 종식 안 돼

약물요법 요원한 상황에서
거리 두기·위생 준수 필수

감염병은 평등하지 않아
우리 사회에 난제 던진 것

 

- 반년 정도 유행이 계속되면서 다들 지쳐가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종식’이라고 할 만한 때는 언제 올까.

“우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온다고 해서 코로나 확진자 0이 되는 ‘종식’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항체형성률 100%인 백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개발된 백신도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완벽히 보호해줄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를 예로 들어보자. 독감의 경우 남반구에서 먼저 유행하는 종류(Strain)를 토대로 북반구에서 유행할 종류를 예측해 백신을 만든다. 하지만 유행 예측이 틀리면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굉장히 잘돼서, 몇 개로 예측해 백신을 만든다 하더라도 변이가 된 것에 감염이 될 수 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백신의 목표는 완벽한 감염 차단이 아니라 변이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병이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늘면서 한 사회가 집단면역을 갖추게 되면 어떨까.

“항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방어력을 갖췄다고 볼 수도 없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자연적으로 나은 사람들에게서 항체가 유지된 기간이 3개월 정도라고 한다. 걸렸다 나아도 또 걸릴 수 있다. 학자들끼리는 이미 코로나와 함께 사는 인류 사회가 펼쳐졌다고 말한다. AC(코로나 이후·After covid19), BC(코로나 이전·Before covid19)라는 말이 생겼던데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

 

■ 인플루엔자·코로나 동시 유행 땐

 

- 그렇다면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거리 두기를 할 때마다 학교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온다.

“최근 네덜란드, 호주 등 몇몇 국가를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 중에 ‘어린이와 청소년은 코로나19의 주요 전파원(main source)이 아니다’라는 결과들이 나왔다. 코로나19 유행 후에도 학교 문을 연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을 살펴보니 코로나19에 감염된 청소년이 부모나 다른 친구를 감염시킨 사례는 별로 없었다. 연구의 결론은 학교 문을 열어두되, 성인인 교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철저하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 그럼 학교 문을 열어두고, 다른 부분만 방역을 철저히 하면 될까.

“그런데 당장 가을 새 학기가 되면 방역이 어려워질 것이다. 계절성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주요 전파원은 성인이지만, 독감의 주요 전파원들은 아이들이다. 동시에 두 가지 감염병의 전파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도 잘 쓰고, 방역도 철저히 하니 독감 유행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예년보다 좀 줄 수는 있어도, 유행이 안 될 수는 없다. 독감에서 중요한 것은 전체 환자 규모가 아니라 중환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매년 독감철이 되면 호흡기내과 쪽에서는 중환자실을 미리 비워두고 대비를 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중환자실이 거의 다 차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독감까지 유행하면 문제다. 중환자실은 늘리고 싶어도 빨리 늘릴 수 없다. 중환자실에 투입할 수 있는 간호인력은 매우 전문적인 인력이라서 당장 충원이 불가능하다.”

 

- 그럼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에는 코로나19와 계절성 독감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이 진행 중에 있다. 똑같이 열이 나는 호흡기 질환인데 코로나인지 독감인지를 모르면 원내 감염 가능성도 높아지고, 환자 치료도 늦어지기 때문에 우선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개발돼야 한다.”

 

-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에 어떤 대응체계를 갖춰야 할까.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환경 자체를 개선하고, 사회구조를 바꿔 나가야 한다. 대구지역 확진자 3671명의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득과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을 분석한 국내 연구 결과를 보니,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가릴 것 없이 소득이 높아 보험료를 많이 낼수록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낮아졌다. 고소득자는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차지하는 근무공간 자체가 넓고 쾌적하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 두기를 잘 유지할 수 있고,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감염병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지금 환자가 터져나오고 있는 곳만 봐도 물류센터, 콜센터, 노인복지시설 등 1인당 차지하는 공간이 작은 곳이나 저소득층이 있는 곳이다. 실내 공기를 빨아들이고 신선한 공기를 주입해주는 공조 시스템이 없는 곳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저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해결해야 하는 난제를 던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경향신문 이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