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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반’ 야간·휴일 훈련 금지 등 기능대회 개편···전문가 “알맹이 빠진 대책”

pulmaemi 2020. 6. 24. 14:18

지방기능경기대회(기능대회)를 준비하는 직업계고 기능반 학생들의 야간·휴일 훈련이 금지된다. 학생들은 정규수업을 반드시 들어야 하며 기능대회 준비는 방과 후에만 이뤄져야 한다. 기능대회는 일반부와 학생부로 분리돼 진행되며, 전국대회의 시도별 종합순위 발표는 폐지된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24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능대회 운영 개선 방안’을 제8차 사회관계장관회의 안건으로 논의했다. 이 방안은 최근 기능대회를 준비하다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준서군 사건(경향신문 2020년4월22일자 14면 등 보도)을 계기로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기능대회 구조와 메달경쟁을 위해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운영 중인 기능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나온 조치다. 정부는 “학생들의 자율 참여를 기반으로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과잉경쟁 완화와 기능대회 수준 제고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회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

 

방안을 보면, 기존의 기능반은 정규 전공심화동아리로 바뀐다. 학교는 전공심화동아리 운영계획을 수립해 이를 이행해야 한다. 이 동아리는 공개모집을 통해 자유롭게 입·탈퇴가 이뤄져야 하며, 방과 후에 운영할 수 있다. 기능반은 기능대회 준비로 정규수업에서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이제는 정규수업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또 밤 10시 이후 야간훈련이나 휴일 및 합숙교육도 전면 금지된다. 이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 문이 닫은 지난 3~4월에도 교내 합숙생활을 하며 기능대회를 준비했다.

 

학교 밖에서도 기능대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숙련기술진흥원에 ‘기능경기 특별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특별반은 정보통신기술(IT) 네트워크 시스템 등 29개 직종의 연간 2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2~8월 편성·운영된다.

 

기능대회 운영방식도 바뀐다. 당초 4월과 9월에 열리던 지방대회와 전국대회 일정을 각각 2월 말, 8월말로 앞당겼다. 방학기간으로 조정해 참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또 특정 과제에 대한 반복훈련을 지양하기 위해 과제 출제를 문제은행 방식으로 전환하고 2년 단위로 문제를 사전에 공개하기로 했다. 전국대회 참가 자격도 지방대회 우

수상 입상자(종목당 1~4명)로 기존(지방대회 1~3위)보다 확대했다. 대회도 일반부와 학생부로 나눠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경쟁과열 요소로 지적받아온 전국대회의 시도별 종합순위 발표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1등 점수가 90점인 경우 2점차 내 선수에게 모두 금메달을 수여하는 방식의 공동메달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상금액수를 줄이고 단기 해외 기술연수 프로그램 등으로 보상 방식을 바꿨다.

 

기능대회의 산업 현장 적합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를 위해 신산업·디지털 분야 직종을 신설하고 사양 직종은 폐지하기로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며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된 가운데 학교 교육과 연계해 학생들이 균형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개선안을 ‘알맹이 없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기관평가로 성과주의에 빠지게 하고, 성적에 따른 상금이 경쟁을 부추기고, 메달에 따른 부가적 해택이 삐뚤어진 교육환경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을 누차 기능대회 개선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정부는 근본적 문제는 그대로 두고 세부적인 몇 가지만 손봤다”며 “그나마도 일정 기준과 구체적 방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