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손수경 기자]
노년을 떠올리다보면 피할 수 없는 질환 중 하나가 ‘치매’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촉발된 병적인 노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나타난다.
또한 질환을 적절히 치료하면 경과를 변화시키거나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예방과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지기능이란 인간이 외부 세계의 정보를 이해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과정에 필요한 모든 뇌기능을 말한다. 그중에서 기억력, 언어능력, 계산능력, 시공간 파악능력, 실행기능, 주의집중력 등의 장애가 치매환자에서 나타난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어떤 후천적 원인으로 인해 기억력을 포함한 두 가지 이상의 인지기능장애가 생겨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상당한 지장이 있는 상태를 말하며 기억장애 또는 다른 인지기능장애가 있지만 일상생활 수행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는 상태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이들 중 약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된다.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신경심리검사를 해보면 인지기능에 이상이 없는 상태를 ‘주관적인지장애’라고 한다.
정상노화, 주관적인지장애, 경도인지장애, 치매 사이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며, 개인의 유전적 소인, 환경적 요인, 노화 차이에 따라 임상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들은 매우 다양한데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치매 등의 신경퇴행성질환과 혈관치매가 80~90%를 차지한다.
치매 원인질환의 5~10%는 치료가 가능한데 정상뇌압수두증, 갑상선 저하증, 신경매독, 에이즈 감염, 비타민 B12 결핍, 약물 부작용, 알코올 중독, 독성물질, 우울증 등이 해당된다. 치매의 진단은 자세한 문진과 신경심리검사, 혈액검사, 뇌영상검사(CT, MRI, PET), 뇌파검사, 뇌척수액검사 등을 통해 내리게 된다.
▲이상봉 교수 (사진=대전성모병원 제공) |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신경과 이상봉 교수는 “최근 아밀로이드나 타우-PET 영상, 뇌척수액 검사 등 생물표지자를 이용한 진단법을 통해서 알츠하이머병의 임상진단이 내려지기 15~20년 전부터 이미 뇌에 병리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 알려지게 됐다”며 “향후 치매의 진단과 치료약물 개발에 있어 ‘증상발현전단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어서 이 분야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면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특정 부위(측두엽, 두정엽 부위)에 신경독성을 가진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뇌세포가 죽고 뇌세포간의 신경망들이 끊어지면서 점차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대부분 단순한 기억력 저하로 시작되지만 병이 진행하면서 언어 구사력, 이해력, 읽고 쓰기 능력 등의 심각한 장애를 가져온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매사 불안해하기도 하고 공격적이 되며, 무작정 집을 나와서 길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기도 한다. 65세 이상에서 주로 나타나며 유병률은 65세 이후 5년이 경과할 때마다 2배씩 증가한다.
혈관치매는 인지기능과 행동조절에 관여하는 대뇌 부위에 생긴 뇌혈관질환의 후유증으로 치매가 유발된 경우를 말한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는 최근 기억력 저하가 서서히 진행되는 반면, 혈관치매는 뇌졸중 후에 인지기능장애가 발생해 계단식으로 나빠지며, 국소 신경학적 이상소견(요실금, 보행장애, 구음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하는 차이점이 있다.
아세틸콜린은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기 때문에 이것이 부족해지면 기억력, 학습능력, 주의력 감퇴 등이 생긴다.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뇌신경 손상으로 인해 아세틸콜린이 감소하므로 아세틸콜린이 분해되는 것을 막아주는 세 가지 종류의 약제가 개발돼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 외에 뇌신경세포 흥분성 손상과 연관된 NMDA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제도 병용해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약제들은 치매를 완치시키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지만 일부 인지기능장애를 완화해주고 치매가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가족의 부담을 줄여준다.
치매 가족을 힘들게 하는 망상, 환각, 우울증, 수면장애, 배회, 초조, 공격성 등의 정신행동증상은 치매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약물 또는 비약물 치료방법으로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수면장애와 치매가 연관성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치매발생을 촉진시킬 수 있는 수면무호흡증이나 심한 불면증 등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
혈관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뇌졸중을 유발하는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고지혈증, 흡연, 과음 등의 위험인자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한 적절한 신체활동과 인지자극활동,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걷기, 자전거타기, 수영, 댄스)이 치매나 뇌혈관질환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이상봉 교수는 “중앙치매센터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치매 종합포털 모바일앱인 ‘치매체크’를 이용하면 치매와 관련된 여러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된 요즘 이 앱에 소개된 치매예방운동법, 인지자극활동 등을 집에서 적절히 활용하면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손수경 기자(010tnrud@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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