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혈관계 질환

내 머릿속 위험한 풍선 ‘뇌동맥류’…女, 男보다 1.6배 ↑

pulmaemi 2020. 3. 18. 12:59
파열 시 극심한 두통부터 사망까지 이르러

[메디컬투데이 박정은 기자]

뇌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다. 뇌동맥은 이러한 뇌를 먹여 살리는 혈액의 운반체로 전체 심장에서 나가는 혈류의 약 25%를 뇌에 공급한다. 특히 몸속의 다른 동맥과 달리 혈관 주위 조직이 없고 뇌척수액이나 매우 부드러운 뇌 조직에 직접 싸여 있는데, 매 순간 혈압의 변화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면서 혈역학(血力學)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다.


산화스트레스가 많아지거나 뇌동맥이 가지를 내는 부위와 같이 혈역학적인 스트레스가 누적될 경우 뇌동맥의 특정 부위가 ‘꽈리’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이처럼 부풀어 오른 모든 뇌동맥질환을 ‘뇌동맥류’라고 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출혈이 한꺼번에 두개강 내 뇌지주막하 공간으로 흘러나오게 되는데, 파열 당시 뇌혈관이 받는 압력의 크기에 따라 출혈의 양이 결정된다. 이때 일반적으로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또는 “번개 치는 듯한”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갑작스럽고 극심한 두통을 느끼게 된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장동규 교수는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출혈량에 따라 극심한 두통에서부터 혼수 및 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한다”며 “같은 뇌동맥류 파열 환자라도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 파열될 경우 출혈량이 많아 병원 내원 전 사망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약 60%의 환자들은 뇌동맥류 파열로 앞서 언급한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켜 발견되고, 나머지 약 40%는 비파열성 동맥류로 발견된다. 비파열성뇌동맥류는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간혹 비특징적인 두통이나 번개 치는 듯한 두통, 안검하수나 복시 등의 뇌신경 압박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국내 뇌동맥류 환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2만5713명이던 국내 뇌동맥류 환자는 2016년 7만828명으로 약 2.7배 늘었다. 전체 인구의 약 1~3.2% 정도가 뇌동맥류를 가지고 있고 매년 10만 명 당 약 52명이 새롭게 발병한다.

이처럼 뇌동맥류 환자가 증가한 것은 건강검진 등 선별검사의 확대와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자기공명영상) 촬영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또 뇌동맥류는 40대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해 60대 이상에서 가장 발생률이 높아지는데 고령화에 의한 노인 인구 증가가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여성, 고혈압, 심장질환, 뇌졸중가족력, 유전적 인자, 흡연 등이 관련 인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 1.6배 많이 발생하며 고혈압은 1.5배, 심장질환은 2배, 뇌졸중가족력은 1.8배 뇌동맥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흡연으로 인한 뇌동맥류 크기 증가 확률은 1.45배로 알려져 있다.

뇌동맥류의 치료는 크게 개두술을 통한 결찰술과 뇌혈관내수술(코일색전술)로 나뉜다. 클립결찰술은 두개골을 열고 클립 같은 고정핀으로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의 혈류 유입 부위를 묶는 방식이다.

▲장동규 교수 (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장 교수는 “개두술은 직접 뇌동맥류의 목을 결찰하기 때문에 재발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지만, 두개골을 열어야 하고 상처 범위가 커 환자들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며 “반면 눈썹절개수술을 통한 뇌동맥류 결찰술은 두피절개가 필요 없고 상처 범위가 작아 환자들의 부담감을 현저히 줄이는 것은 물론 수술 후 환자들의 삶의 질에도 더 나은 결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장동규 교수는 관련 내용을 논문으로 출간한 바 있다.

반면 코일색전술은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에 가느다란 도관을 넣어 뇌동맥류 내부를 백금 등으로 만들어진 특수 코일로 채워 막는다. 둘 중 어떤 치료법으로 치료하게 될지는 뇌동맥류의 모양과 위치, 크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뇌동맥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압조절과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채소나 과일, 견과류, 생선 등 항산화 효과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특히 비타민 C나 E 등 항산화제를 적정량 섭취해주는 게 좋다.

장동규 교수는 “고혈압이나 흡연, 음주는 뇌동맥류 파열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만큼 철저한 조절과 절제가 필요하다”며 “뇌동맥류를 진단받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혹은 극심한 두통이 있는 경우 뇌혈관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 및 적절한 치료법에 대해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것이 뇌동맥류 파열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지름길이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정은 기자(pj9595@mdtoday.co.kr)